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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불매운동 1년] 의류·맥주·화장품 판매량은 줄었지만…

서경덕 교수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할지 고민해 보는 날 됐으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7.01 17:00:52
[프라임경제] "한국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오래가진 않을 것."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 최고재무책임자(이하 CFO)가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시민들 주도로 촉발된 한국 내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이 같이 언급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프라임경제>는 현재 진행형인 일본 불매운동 1주년을 맞아 오카자키 CFO의 '호언장담'처럼 일본 소비재 판매 실적에 실제 변화가 없었는지 그 발자취를 좇아봤다.

서울시내 유니클로 매장. ⓒ 연합뉴스


한국에서 일명 '가성비' 제품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구가했던 유니클로 등 의류업체들은 일본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특히 유니클로 사업을 영위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매출 30% 이상이 감소하면서, 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액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 역시 적자전환했다. 

여기에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GU(지유) 또한 한국 진출 1년 8개월여 만에 한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키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매장만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고전 중이다.

의류업체들 뿐만 아니라 일본 화장품 업체 DHC는 자회사인 DHC텔레비전을 통해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을 송출, 일본 불매운동에 타깃이 됐다.

당시 해당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은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여서 일본은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그냥 조용히 두고 보면 된다"라는 내용의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이러한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자 DHC 화장품은 주요 판매 채널에서 퇴출당하며,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DHC가 올해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맥주 판매량 급감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수입 맥주 시장에서는 여전히 반일 소비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일본 맥주의 판매량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매월 수입액 1위를 차지하던 일본 맥주는 지난해 7월 불매운동 이후 순위권에서 밀려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수입액은 243만9000달러(한화 약 29억3655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커뮤니티 화면캡처. ⓒ 프라임경제


특히 일본 맥주 주요 판매처 중 한 곳인 편의점에서는 지난해 7월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의 의미로 할인 품목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했다. 이로 인해 일본 맥주 판매량을 급감시키는데 한몫했다. 

문제는 편의점 본사 측은 제조사가 아닌 유통업자라며 일본 맥주 재고 물량에 대한 반품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에 일본 불매운동 부담을 점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CU는 지난 달 30일 유통기한 종료가 임박한 일본 맥주 12종에 대해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 반품된 맥주는 전량 폐기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선택적 불매운동 우려

일각에서는 한국 내 일본 불매운동이 여전히 영위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의 '선택적 불매'로 인해 불매운동 열기가 사그라 드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실제 닌텐도의 콘솔 게임기 스위치의 국내 유통사 대원미디어의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위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4% 늘어난 8만2848대다. 한국 닌텐도는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물량은 직접 공급하고 있어 실제 누적 판매량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앞에서 한 시민이 닌텐도 스위치 동물의숲 에디션 구매 응모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기호품 중 하나인 담배 역시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도 흔들림 없는 판매량과 수입량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ABC마트와 데상트, 무인양품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일본 불매운동에도 매장 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BC마트는 유니클로, 데상트 등 일본색이 짙은 기업들과 달리 실적 견조세를 이어가며 일본 본사에 상표권 등에 대한 로열티 81억원을 지급했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난 현재 불매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부 제품 판매 증가로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게 업계 다수의 목소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라며 "자발적 불매운동이 일본 여행과 맥주 등에 큰 타격을 입혔고, 반대로 한국 쪽에 피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불매운동으로) 크게 3가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며 "첫 째는 일본이 한국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점, 두 번째는 일본의 역사왜곡이 더 심해져 가고 있다는 점, 세 번째는 국제사회의 문제에서 민간부문의 역할이 굉장히 커졌다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변화들 속에 우리가 무엇을 더 잘해야 할지를 각자의 위치에서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그런 날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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