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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논란 12년 만에 출범 앞둔 '키코 은행협의체'와 사모펀드 사태

5년간 다툼 "불공정거래행위 아니다" 판결…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수면 위로'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7.03 08:36:39

금감원은 지난 2010년 7월 키코 관련 은행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제재심의위원회 회의를 재개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해 8월 제재심회의를 재차 개최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723개 피해기업과 약 3조3000억원에 달하는 피해 금액. 이는 2008년 전후 많은 수출기업들이 가입한 'KIKO(Knock-In, Knock-Out 이하 키코)' 관련 수치입니다. 

키코는 '환헤지(換과 hedge 결합어) 상품'입니다.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으나,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인데요. 당시 상품을 가입한 수출기업들의 환율 하락 예상과는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심한 환율 변동으로 큰 폭으로 오르면서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죠. 

그리고 점차 '키코 논란'이 더욱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이 조사에 착수, 키코를 판매한 △신한 △우리 △하나 △외환 △한국씨티 △SC제일 △산업 △대구 △부산은행 9개 은행에 대한 제재를 가했죠. 

물론 이런 제재 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2009년 실시된 은행 임직원 제재 심의가 보류된 것입니다. 이는 금감원 제재가 은행과 중소기업간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또 다른 변수가 발생했는데, 그게 바로 은행과 중소기업간 소송 담당 재판부가 중간에 변경한 것이었죠. 

무작정 소송 결과만을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일까요. 

금감원은 결국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10년 7월1일, 심의를 재개하기 시작했죠. 다만 이때 역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직원과 대리 변호인이 다수 참석해 많은 의견을 개진했다"라며 "추가로 제기된 의견을 깊이 있게 논의하기 위해 제재 결정을 연기했다"라고 설명했죠. 

그리고 그해 8월19일 열린 제재심에서야 '부실 판매 책임'으로 9개 은행 및 소속 임직원 72명 징계를 확정할 수 있었죠. 

해당 징계와 달리,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가 제기한 소송은 2013년 9월 26일, 5년간 법적 다툼 끝에 대법원 판결로 종결되는 듯 보였죠. 

당시 대법원은 "키코가 환 헤지 목적 정상상품이므로 은행이 상품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경우 피해 책임은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져야 하고, 키코는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다"라고 확정 판결한 것이었죠. 

키코사태는 무려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키코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부터 '키코' 재조사를 강하게 주장했던 윤석헌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2018년 5월)하면서 금감원이 '키코 분쟁 조정'에 착수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2019년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 △산업 △하나 △대구 △씨티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고 판단, 일성하이스코를 포함한 피해 4개 업체에게 손실액 15~41% 배상하라고 권고했죠. 

금감원은 "은행들이 과도한 규모 환 헤지를 권유하고, 예상되는 위험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라며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권고 이유를 설명했죠. 

이에 따른 은행별 배상금액은 △신한 150억원 △우리 42억원 △산업 28억원 △하나 18억원 △대구 11억원 △씨티 6억원 총 255억원이었습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우려하는 관련 은행들이 해당 조정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바라봤죠. 하지만 이런 예측과 달리, 금감원 조정안을 받아들인 건 우리은행 뿐, 다른 은행들 모두 법률적 검토를 이유로 '불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당국을 난처하기 만들었죠. 

다행히 자율배상 대상 업체의 경우 은행간 협의체 참여를 통한 성실한 논의를 진행키로 했습니다. 

최근에는 키코 사태 추가 분쟁 자율조정 문제를 다룰 은행협의체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들은 향후 피해기업과의 분쟁 자율 조정시 참고할 지침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협의체에는 △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NH농협 △대구 △씨티 △SC제일 △HSBC은행이 참여를 결정한 상태입니다. 다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 피해자 공동대책위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징계 및 배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다면 10년이 지난 지금, 금융권 상품 판매 관행은 개선됐을까요? 

최근 사모펀드 사태가 연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나아지질 않은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불거진 DLF(파생결합펀드; Derivative Linked Fund) 문제가 해결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려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예상되는 라임펀드 사태가 발생했는데요, 여기에 디스커버리펀드와 팝펀딩, 옵티머스펀드 등 줄줄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10년 전 발생한 '키코 사태' 당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현재 사모펀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현재 상황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물론, 모든 금융권이 합심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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