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가 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체제를 구축, 여기에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 공략을 위한 포문을 열었다.
6일 현대차는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10대를 선적하고 스위스로 수출했다.
대형 트럭은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에 투입되는 프로토타입(prototype)과 전시용 콘셉트카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일반고객 판매를 위한 양산체제를 갖춘 것은 현대차가 최초다.
이번 스위스 수출은 현대차의 서유럽 대형 상용차시장 첫 진출인 동시에 주요 경쟁사들보다 한 발 앞서 수소전기 상용차시장을 선점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10대를 스위스로 수출하기 위해 글로비스 슈페리어호에 선적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스위스 수출을 시작으로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공급지역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북미 상용차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날 선적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 H2에너지의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로 인도되며,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40대를 추가로 수출한 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총 1600대를 공급한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차량 총 중량(연결차 중량 포함)이 34톤급인 대형 카고 트럭으로, 2개의 수소연료전지로 구성된 190㎾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최고출력 350㎾(476ps/228㎏f·m)급 구동모터를 탑재했다.
사전에 조사한 대형 트럭 수요처의 요구 사항에 맞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약 400㎞, 수소 충전시간은 약 8~20분(수소탱크 외기 온도에 따라 소요시간 상이)이 소요되도록 개발됐다.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스위스로 수출되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출고를 위해 점검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
이를 위해 운전석이 있는 캡과 화물적재 공간 사이에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장착해 약 32㎏의 수소 저장용량을 갖췄다.
특히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스위스시장 공급은 전통적인 차량 판매방식이 아닌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Pay-Per-Use)하는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이뤄진다.
사용료에는 충전 비용과 수리비, 보험료 등 차량운행과 관련된 비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에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을 이용하는 고객사는 트럭 운전기사만 고용하면 된다. 이 같은 방식은 시장형성 초기에 고가의 수소전기트럭 도입에 따르는 고객사의 초기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낮춰 시장을 빠르게 확대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의 원활한 보급을 위해 단순히 차량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와 수소생태계를 구축하고 생태계를 활용해 차량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수소 생산 기업과 수소 충전인프라 구축 연합체, 대형 트럭 고객사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수소전기 대형트럭 생태계' 구성을 지원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인철 현대차 상용사업본부장(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을 양산하고 판매를 시작함으로써 현대차 수소전기 상용차의 글로벌 리더십을 전 세계에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단순 차량 공급을 넘어 유럽 수소 밸류체인 파트너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소의 생산, 유통, 소비가 함께 순환되는 수소사업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해외 수출 개시는 친환경 상용차 모빌리티 사업을 개척한 것은 물론, 글로벌 수소 사회를 선도하는 현대차 수소전기차 비전을 실제로 증명한 것이다"라며 "앞으로 유럽뿐 아니라 북미, 중국까지 진출해 글로벌 친환경 상용차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 현대자동차
한편, 글로벌 컨설팅 전문 업체 맥킨지가 2018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300만~400만대의 운송용 수소전기트럭이 보급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은 2025년 이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추진 중이어서 경유차가 대부분인 상용차시장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 도입과 확산이 시급한 상황이다.
수소전기 상용차는 물 이외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량인데다 대형 상용차에 필수적인 요소인 장거리 운행과 고중량 화물운송에 있어 배터리 전기차에 비해 유리하다.
이에 현대차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수소전기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향후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 이상인 수소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 기반의 장거리 운송용 대형 트랙터를 북미와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대형 트랙터에는 고내구·고출력의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된다.
또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등과 같은 완성차 수출 외에도 지난해 엔진·발전기 분야 글로벌 리더인 미국 커민스(Cummins)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약을 맺는 등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통해서도 북미 상용차시장에 진출한다.
이외에도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트럭보다 앞서 현재 국내를 비롯해 유럽·중국·미국 등 에서 정규 노선에 투입돼 운행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소전기버스 양산체제를 구축하고 경남 창원시 5대를 비롯해 부산시 5대, 울산시 3대 총 3개 지역의 정규 노선에 13대를 공급했고, 경찰병력 수송버스 2대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총 15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보급했다. 하반기에는 전북 전주시를 시작으로 여러 지자체에 총 100여대의 수소전기버스를 공급해 보급 확대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화물트럭의 경우 대부분 경유차이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이를 대체하는 친환경 화물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수소전기트럭은 충전시간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 장거리 운행에 강점이 있어 경유 화물차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