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쌍용자동차(003620)가 일단 KDB산업은행의 구원으로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게 됐다. 다만, 여전히 회사 경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탓에 하루 빨리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생존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쌍용차가 7월 중 갚아야 하는 대출 900억원에 대해 만기를 연말까지 연장해주기로 했다.
쌍용차는 최근 산업은행에 6일과 19일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 700억원과 200억원의 만기 연장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외국계 금융사들과의 대출 만기연장 문제를 우선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외국계 금융사가 대출 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쌍용차가 연체 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연체 기업에 만기를 연장해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에 쌍용차는 지난달 만기가 돌아온 외국계 금융사 대출을 일부 상환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만기 연장이 당장 눈앞의 급한 불을 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1년 내 만기도래)은 총 3899억원이다.
이 가운데 1688억원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이며, 특히 JP모건에게 빌린 돈은 8월이 만기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는 정부의 지원을 내심 바라는 눈치지만, 쌍용차의 기대와 달리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지난달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쌍용차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확실하게 그었기 때문이다. 기안기금은 코로나19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정부는 쌍용차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역시 "산업은행이 돈만 넣으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라며 "많은 노력을 보이고 있으나 충분치는 않다"고 쓴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한편, 현재 쌍용차는 일단 유상증자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된 지 10년 만이다.
구체적으로 쌍용차는 최근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잠재적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투자 의향을 타진하고 있다.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지분 74.65%를 가지고 있는 마힌드라 그룹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대주주 지위 포기 의사까지 밝힌데 따른 것이다.
당초 쌍용차는 지난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향후 3년간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마힌드라 그룹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마힌드라는 2300억원 수혈을 결정하고, 나머지 2700억원은 쌍용차 스스로 자산매각과 금융권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도록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마힌드라 그룹의 경영사정도 어렵게 되자 지난 4월 2300억원을 수혈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고, 400억원의 긴급자금만 융통하기로 했다. 더불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그룹 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쌍용차는 새로운 투자자가 필요하다"며 같은 입장임을 재차 밝혔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지분 51% 초과 상태 유지'라는 조건으로 외국계 은행에 돈을 빌린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해당 조건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는 외국계 차입금을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흐름이 전동화 및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상황에 쌍용차가 보유한 관련 기술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 점 역시 매각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