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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회피 급급' 이스타항공, 녹취파일 유출 "노조가 한 것"

제주항공과 '네 잘못'만 따지는 중…"기질유지약속도 제주항공이 안 지켜"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7.08 13:27:48
[프라임경제] "이스타항공은 각종 논란과 관련해 계약과정 자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계약 당사자 간 지켜야 할 기밀유지약속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제주항공이 "M&A 관련 내용과 진행경과를 이스타항공이 왜곡해 발표한 탓에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고, 두 회사 사이의 신뢰 역시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유감을 표하자, 이 같이 밝혔다.

지난 7일 제주항공은 양사 최고경영자 간의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들이 외부에 유출되자, 이스타항공을 향해 "비도덕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선행조건 해소를 요구하며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자, 자신들이 확보한 회의록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전면 운항중단)을 지시하고 희망퇴직 규모도 사전에 산정해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 이스타항공


싸움이 진실공방을 넘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자 이스타항공은 "최근 공개된 녹취파일 등을 계기로 제주항공이 내놓은 입장과 관련해 부득이하게 계약과정을 설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단, 이스타항공은 이번 M&A의 주체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스타홀딩스는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항공 입장문에는 공개돼서는 안 되는 계약내용이 다수 적시 돼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 입장문에 나온 '이스타 측'이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이스타홀딩스 중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혀한다고 꼬집었다.

이는 최근 공개된 회의록 및 녹취록 등은 노조에서 발표하거나 제공한 것인데, 제주항공이 모호하게 '이스타 측'이라고 표현해 마치 이스타항공이나 계약주체인 이스타홀딩스에서 계약내용을 유출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셧다운 지시여부를 두고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팽팽히 맞섰다. 셧다운에 대해 제주항공은 △도와주려는 순수한 의도 △조언이라고 표현한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명백한 지시였고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 제주항공


이스타항공은 "당시 피인수대상기업이었던 이스타항공은 셧다운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제주항공이 셧다운을 지시하고 요구했다는 관련 근거를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지만, 계약의 마무리를 위해 자제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언론에 공개된 구조조정계획 문건에 대해서는 "작성된 것은 맞지만, 실제로 사용될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재 제주항공은 최고경영진들의 첫 미팅 종료 후 3시간여 만에 구조조정 계획안을 이스타항공이 자신들에게 전달한 것을 두고, 시간흐름상 사전에 미리 준비했을 것으로 확신했다. 여기에 주식매매계약(SPA)상 셧다운을 지시할 권한이 자신들에게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제주항공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선행조건 해소 요구'를 두고는 두 회사가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제주항공은 자신들이 수행해야할 선행조건들은 모두 완료된 상황인 반면, 이스타항공은 선행조건 이행에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게 요구하고 있는 선행조건은 임직원들에게 체불한 임금지급을 포함해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조업료 및 운영비 등의 각종 미지급금인 1700억원 정도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과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이스타항공의 재무적 부담은 당연히 현재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해결할 사안이며, 이를 제주항공이 책임지고 부담해야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 보증문제는 계약변경의 당사자인 리스사에서 합의한 문건을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에 동시에 이메일을 통해 보냈음에도 증빙 받지 못했다는 제주항공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제주항공이 주장하는 선행조건과 관련해 자금부족으로 생길 문제에 대해 제주항공도 SPA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그 내용이 계약에 담겨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이상직 의원의 자녀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이스타홀딩스를 통해 39.6% 보유) 헌납을 두고는 감정적으로 부딪혔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 보유 지분에는 제주항공이 지불한 계약금과 대여금 225억원에 대한 근질권이 설정돼 있어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과 상의 없이 지분 헌납을 발표할 권리는 없다"며 "실제로 지분 헌납에 따라 추가적으로 귀속되는 금액은 80억원에 불과해 체불임금 해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달리 이스타항공은 "근질권을 설정한 주체도 제주항공이고, 계약내용 변경을 통해 조정하면 150억~200억원의 자금을 임금체불에 사용할 수 있다"며 "제주항공 주장대로 추가 귀속금액이 80억원에 불과하다면 '체불임금과 미지급 임금을 해결하라'는 것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 것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라고 비꼬았다. 

덧붙여 "제주항공이 지분 헌납 발표의 의미와 진정성을 왜곡하는데 안타깝다"며 "이스타홀딩스는 이번 매각을 통해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스타항공은 "셧다운,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실행된 과정에 대한 근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체불임금 부담 주체에 대해서도 명백한 근거가 있지만 쌍방의 신뢰를 위해 자제하겠다"며 "이스타항공은 두 계약 당사자가 신의성실과 기밀유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인내와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진실공방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는 이번 M&A가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M&A가 무산될 경우 법정다툼이 불가피한 가운데 M&A 지연 혹은 파기에 대한 책임소재를 상대방에게 전가하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게 10영업일 이내에(15일까지) 선결조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선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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