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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 꽂히는 지시" 부동산대책, 잦은 땜질에 '누더기'

대민 신뢰도 하락…실무 부서, 문제 알아도 '직언 없어'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7.08 15:18:45

정부가 8일 6·17 부동산대책의 예외조항을 발표하면서,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책 입안 프로세스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결국 6·17대책이 예외조항 발표로 한발 물러선 가운데, 국토교통부 안팎에서 조차 정책입안 프로세스 자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8일 정부가 앞서 발표한 6·17대책의 전세대출관련 예외조항을 뒤늦게 내놨다. 규제지역 내에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매할 시 전세대출보증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에 대한 보완이다.

예외항목은 △직장이동·자녀교육·부모봉양·요양치료·학교폭력피해 등 급하게 이사할 필요성이 발생해 실수요로 전세대출이 필요한 경우 △구입아파트 소재 특별시·광역시를 벗어나 전세주택을 얻을 경우 △구입아파트·전세주택 모두 세대원이 실거주할 경우다.

여기에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아파트 구매이후 구입아파트에 기존 임차인의 계약기간이 남은 경우 해당 기간만큼 전세대출금 회수도 유예시키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부의 후속조치에 대해 사실상 정책 안팎의 비판에 후퇴한 처사라는 평가를 내렸다.

문제는 이러한 후퇴 조치에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책이 나온 지 4주만에 보완책이 나온 것은 결국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정책을 발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

일각에서는 국토교통부 내부에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형국이지만, 국토부 내부에서도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부동산 정책들 경우 실무선에서 정책을 입안해 올리는 형식이 아니라 위에서 내리 꽂히는 일이 많다는 것이 전직 국토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실무 부서에 있을 때는 정부 기조와 장관 지시에 따라 정책을 만들기 때문에 부작용을 알아도 직언을 하는 관료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퇴직자들이 전문 연구기관으로 자리를 옮겨 그간 못하던 쓴 소리를 쏟아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정부의 내리 꽂기식 부동산 정책과 과세정책이 계속되면서 관료의 꽃이라고 불리는 재정직 조차 밀리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공직사회 내부에 만연한 상태다.

현직에서 물러난 고위직 관료 A씨는 "국토부 내부에서 조차 정부에서 정무적인 판단으로 정책방향과 내용을 내리 꽂는 통에 문제가 많아도 나서지 못하고 실패할 정책을 만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며 "홍남기 부총리도 자기 주관을 내세우기 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성격이라 정부기조에 별 반발을 하지 않으니, 최근 기재부 패싱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계속된 정책 발표와 땜질식 발표에 정책에 대한 대민 신뢰도가 하락해 더 이상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전에는 서울 집값이 비싸면 경기도로 가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제 규제지역 범위가 경기도 대부분을 포함하는 바람에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지금시점에서 현 정부 기조 상, 추가 공급물량을 계획하기도 어려우니 실무차원에서 일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도 "아무리 눌러도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과 서울, 특히 강남으로 몰려드는 흐름자체를 막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정책적으로 강남 재건축을 가로막으니 없는 물량에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막아도 풍선효과로 다른 지역이 또 오르는 악순환을 해소하기에 지금 정책기조는 무리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투자를 통해 자산을 늘리겠다는 사람 모두를 투기꾼으로 몰아세운들 자본주의 시장에서 재산을 늘리는 것으로 형벌을 가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정부 여권 스스로도 다주택을 억지로 처분하게 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끌어나간다 해도 시장에 무슨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계속된 정책발표와 실패의 반복은, 정책을 누더기로 만들 뿐 어떤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 것"이라며 "결국 정책입안과 발표 프로세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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