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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업에 의한 살인' 중대재해, 처벌강화 순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선진국 길목 '필수'…업계 수용 뒤따라야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7.08 18:12:52
[프라임경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후진적 사고로 꼽히는 추락사고를 비롯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고들이 전면에 부각되는 상황이다.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산재 사망만인율(상시 근로자 만 명당 사고사망자수)은 OECD 주요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고 조사된 바 있다. 특히 건설업 사망만인율은 1.65로 영국(0.16)·싱가포르(0.31) 등 선진국의 5~10배 수준에 이른다.  

이에 산재 피해 가족들과 동료들 중심으로 조직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가 지난 5월27일 발족, 지난 7월2일 법안설명회를 열었지만 법안설명회가 열린 날 밤에도 이같은 산재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날 여수산단 대림산업 용성공장 증축현장에서 외주업체 소속 50대 근로자 A씨가 근무 중 흙더미에 매몰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지고 말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배경에는 중대재해 사건이 실형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숨어있다. 

중대재해 사건의 실형비율은 3% 안팎에 불과하고, 건설현장에서는 하루에 1명꼴로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현장 안전불감증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 사고를 감소시키겠다며, 4월23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건설안전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효과 또한 미미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와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낸다. 

영국은 1987년 193명이 사망한 선박 침몰사고에서 고위관리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을 계기로 2007년 '기업살인법(Corp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 2007)'을 제정했다. 

적용 대상은 △일반기업 △정부부처 △경찰 △군대 등 각 조직의 최고 경영자이며, 벌금의 상한선이 없다. 2008년에는 한 건설노동자가 현장 근무 중 웅덩이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안전수칙 위반으로 해당 기업에 6억9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을 떠올려 보자. 당시 이 화재 사건으로 40명이 사망했지만 기업에 부과된 벌금은 2000만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솜방망이 처벌이 결국 최근 남이천 물류창고 신축현장 화재사고(38명 사망)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결코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이러한 연유로 기업처벌강화만이 가장 효과적인 안전사고예방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선택적인 검찰기소도 문제다. 검찰은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해도 '과실'이라며, 기소조차 하지 않는다. 동일한 기업에서 유사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 업계 내부 비판적인 시선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대표 임기가 3년인데, 자칫하면 3년간 징역을 살아야 한다"며 "무서운 법이지만, 이제 우리도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이 같은 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면,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위의 임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결국 임기 내내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싶은 대표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기업살인법'이 제정된 후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본다. 과실이 아니라 '범죄'라는 것이다. 영국처럼 산재 사망만인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산재사망을 기업범죄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해당 법안에 대해 업계는 볼멘소리만을 내놓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업계의 전폭적인 법안 수용을 통한 건설 산업의 선진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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