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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대웅제약 '보톡스 전쟁' 최종승자는 엘러간?

ITC '나보타' 10년간 수입 금지 명령…메디톡스, 미국 판매 시작도 못해

추민선 기자 | cms@newsprime.co.kr | 2020.07.09 11:35:56
[프라임경제] 5년째 이어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균주 도용 분쟁에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았다. 지난 6일 ITC가 예비판결을 통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까닭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 간 보톡스 전쟁에서 최종 승자는 엘러간이란 분석도 나온다. ITC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톡스 제제 '나보타'를 10년간 수입금지하는 명령을 권고했고, 메디톡스는 아직 미국 판매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미국 진출이 사실상 물거품 되면서 엘러간의 미국 시장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6일(현지시각)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069620)이 메디톡스(086900)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예비판결 주요 내용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돼야 하는 영업 비밀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음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함 등이다.

이에 ITC는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톡스 제제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하는 명령을 권고했다. 대웅제약은 이의제기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ITC는 이를 종합해 오는 11월 최종 결정을 내린다. 

ITC가 대웅제약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보톡스 제제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하는 명령을 권고했다. © 대웅제약


국산 보톡스 제품으로는 처음 미국에 진출한 나보타는 이번 예비판결 결과가 11월 예정된 본 판결에서도 확정되면 2조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시장에서 퇴출된다. 나보타는 지난해 425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이후 매 분기 매출은 1320만달러(약 153억원) 수준을 유지하며 미국 보톡스 시장점유율 3위에 올랐다.

이번 예비판결로 인해 매출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대웅제약은 미국 시장에서의 나보타 판매 분야를 확장해 중·장기적인 매출 증진을 기대한 만큼, 이번 예비판결에 대한 결과가 더욱 뼈 아플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도 대웅제약의 소송 장기화에 따른 지분가치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의 올해 실적이 '1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정의 부정적 결과를 볼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보타(미국명 주보)' 수출의 중장기적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도 "나보타는 최종판결 때까지는 미국 내 판매가 가능하지만 최종판결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나보타의 미국 판매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이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와 항소에 따른 소송비용 발생을 감안해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하향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대웅제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4.1% 줄어든 2284억원, 영업이익은 87% 감소한 13억원에 그쳤다. 균주 출처 관련 소송비용 137억원이 반영된 탓이다. 

엘러간은 보톡스를 처음 제품화한 기업으로 미국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엘러간이 생산한 보톡스. © 연합뉴스


메디톡스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2006년 보톡스를 상용화했지만,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 보톡스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엘러간에 2013년 액상형 기술을 수출한 메디톡스는 현지 임상시험이 마무리되면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메디톡스의 경우, 국내 시장(점유율 30%)에서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라는 제재를 받고 있어 국내 판매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재 대전지방법원은 식약처가 내린 품목허가 취소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일시적으로 효력정지를 명령한 상태다.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허가를 조금 더 유지해 시간을 벌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메디톡신의 허가 취소가 결정되기까지 시간만 조금 늦춰졌을 뿐 허가 취소 자체는 되돌리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ITC 예비 판결의 숨은 승자가 엘러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웅제약 또한 미국 ITC가 자국 기업인 엘러간의 편을 들어준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전달받은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 나보타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한 데다 메디톡스는 아직 허가도 받지 못했다. 또한 메디톡스는 국내 품목허가 취소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 승소하던 단기간에 미국 시장 진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분쟁이 격화될수록 엘러간이 1위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전 세계 보톡스 시장(약 7조원)의 30%를 차지한다. 엘러간은 보톡스를 처음 제품화한 기업으로 미국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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