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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 '부동산과의 전쟁'에 실수요자들만 눈물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7.14 15:00:58
[프라임경제]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갭투자하던 다주택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측 부동산 정책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끊임없는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집값을 좌우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이를 타깃으로 실거주를 강조하면서 대출 요건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달리, 엉뚱하게도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정부 규제 탓에 은행들이 대출 정책에 있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며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계 부채마저 악화되면서 실수요자들에게 있어 이젠 '내집 마련'은 그야말로 백일몽"이라고 우려을 표하기도 했다.

'보다 강력한 규제로 부동산 안정화를 꾀한다'는 명목 아래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은 오히려 대출 수요자들과 시중은행들에게 혼란만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 발표 직후 수많은 수요자들이 사정을 토로하는 문의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은행은 예외 여부를 확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6·17 대책은 주택 관련 대출 문턱마저 높여놓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여신업무 총괄담당 책임자들은 3분기 대출 태도를 이전보다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동일 조건시 대출 불가 혹은 한도 감축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부동산 시장'이라는 한정된 범위 내에 영향을 준다면, 그리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다만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자,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한국은행 '2020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대비 8조1000억원 증가한 928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증가폭은 6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2004년)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은 무려 전월대비 3조1000억원 늘어나 6월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늘어난 가계 기타대출(3조1000억원) 대부분이 신용대출"이라며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주택담보대출로 충분히 받지 못한 자금과 더불어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증거금 등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라는 옛 속담이 있다. '고려에서 하는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이다. 작심삼일(作心三日) 및 조변석개(朝變夕改) 등과 비슷하지만, 무턱대고 생각나는 대로 무언가 빨리 결정하지 말고 신중해야 한다는 자숙의 의미를 담고 있다.

빠른 것이 나쁜 건 아니겠지만, 중요한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부 부동산 정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집값 안정화'의 필요성은 모든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또 보다 적절한 대책을 위해 수차례에 걸친 보안 정책 자체도 비난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매번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 아닌 실패로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미봉책'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부동산 정책 피해는 정부가 아닌, 이들 규제 탓에 지금 이 시간에도 창구를 돌아다니며 사정하고 있을 실수요자가 그대로 감수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칫 부동산 문제가 풍선 효과로 인해 가계 대출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 문제로 확산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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