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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다행, 대선 치열' 이재명 무죄가 민주당에 남긴 것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7.16 17:08:10

[프라임경제] 16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앞날에 일종의 청신호가 켜졌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해 직권 남용 및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을 받아 온 이재명 경기도 지사 사건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은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다시 들여다 보라며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로써 당선 무효 위기에 놓였던 이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사건은 대법원 사건 중에서도 복잡하고 미묘한 법리 해석이 필요한 때 마련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정치적 파장 뿐만 아니라 특히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모호했다는 영역이 컸다는 얘기다. 

이번 판결로 이 지사는 일단 오랜 긴장의 시간을 끝내고 도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민들로서는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상황이다. 다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치적 측면이다. 이 지사는 이른바 잠룡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가 이번에 항소심 취지 그대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면 단순히 지사직을 잃는 정도가 아니라, 향후 대선 가도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었다. 이 가능성이 사라진 것.

이 지사는 지방 행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이를 바탕으로 대선으로 직상장하는 코스를 밟을 것으로 관측돼 왔다. 멀리 보면 서울특별시장직을 지낸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할 만하고,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나 원희룡 제주도 지사, 고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캐릭터가 일부 겹친다고 볼 수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 지사,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이낙연 민주당 의원. 이 의원이 현재 앞서고 있으나 이 지사가 판세를 뒤집으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연합뉴스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매력 포인트 역시 이 지사의 강점이다. 이 지사는 어린 나이부터 시계 공장에 다닐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중에 스스로 벌어 중앙대학교 법학과를 나왔다. 변호사가 된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가진 뒤, 진로를 변경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런 인생 역경이나 노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점은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지금 이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물론, 상대쪽이라 할 야권을 통틀어서도 잠재적 대선 주자급 중에 이야기 소재가 가장 풍부한 편에 속한다. 

근래 박 시장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지방자치단체장급 잠룡이라는 캐릭터가 겹치는 상황도 일단 변화를 맞게 됐다.

이 지사가 만약 이번에 도정에서 떠났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박 시장은 물론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 등 미투 퇴장 2인에 경기도의 수장까지 날아가 내년 재보선에서 거대 3개 지자체장 자리를 놓고 어려운 싸움을 하는 구도에 몰릴 지경이었다. 

3곳 모두를 수성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재보선 전선 확대 직전에 간신히 문제를 풀게 된 점은 민주당 입장에선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선 이슈를 생각해도 민주당 전반에는 나쁘지 않다는 셈법이 성립한다. 물론 총리 출신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지금은 압도적으로 두드러지고 있지만, 흥행이라는 측면에서나 내부적으로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점에서는 이 지사처럼 스토리텔링이 확실한 인사가 잠룡군으로 남아있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제 이 지사는 경기도를 어떻게 이끄느냐라는 과제를 잘 마무리하면서 종합성적표를 국민들에게 제시, 대선까지 안전 드라이브를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살림살이나 코로나 국면의 대찬 돌파 행보 등에서 능력이나 과감함, 좋게 말하면 각종 감동 요소 나쁘게 말하면 쇼맨십 등에서 나무랄 데 없는 점수를 얻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이제 관리형 모드로 상황을 당분간 유유자적하다 막판 스퍼트로 '이낙연 대체 인물론'을 띄울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친노친문의 과격한 견제'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다. 이 지사는 친문 등 현재 당내 주류와 불편한 게 사실이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당내 주자 결정 국면이 본격화되기 전에 너무 일찍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것. 

향후 어떤 계기로 인해 이들이 이 지사에 대한 불만을 분출할지 가능성이 주목된다. 문제는 극렬 친문층에서 그를 거세할 필요에 결집, 견제구를 연달아 날릴 가능성이 너무 빨리 현실화되면 민주당 내 온건 세력이나 중도무당파층에서 반민주당 염증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사가 안전 드라이브로 일정 정도 몸을 숙일 수밖에 없고, 안티층 관리를 통한 대선 다가서기를 천천히 할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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