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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구급함'도 '반려견 지식'도 없는 소노펫클럽

'아마추어'의 가치...1박에 최대 139만원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7.20 15:18:23
[프라임경제] 동물에 대한 호감은 10대의 끝자락에 만난 '호피'로 부터 시작됐다. 수능을 얼마 앞둔 시점에 가족이 되어준 두 살의 시츄 호피는 헤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사랑을 베풀어 준 '위로' 그 자체였다. 이전 견주가 지어준 이름대로 호피는 '희망'이자 '행복이 돼준 고마운 친구였다.

호피와 이별하고 10년이 지난 지난해, 결혼 6년차를 지나도록 이어진 비자발적 '딩크(Double Income, No Kids)'의 삶은 더할나위 없이 건조했다. 일의 비중을 높일수록 행복에 대한 기대는 높아졌지만, 스트레스로 소비된 감정을 충전하기엔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다. 

부스러기가 된 건조함은 아무래도 티가 났다. 감사하게도 저마다의 솔루션을 알려주는 사람들은 많았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새로운 가족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공교롭게도 호피와 닮은 잘 생긴 시츄 아기가 우리 부부를 찾아왔다. 당연하게도 새로운 가족의 이름은 다시 호피가 됐다.

호피는 소노펫측에 예방접종 정보와 인식표를 확인시켜 준 투숙객의 일원이다. = 강경식 기자


호피는 그렇게 감동이 됐다. 잠이 덜 깬 채 도어락 소리만 듣고도 어서오라며 반겨주는 모습은 퇴근길을 서두르게 만들었고, 아이가 커 갈수록 점점 길어지는 산책도 마다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휴가도 그렇게 호피를 중심으로 준비됐다. 어쩔수 없이 1박2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호피가 가장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장소와 숙소, 그것이 휴가를 선택하는 과정의 핵심이자 동기였다. 

우리 가족은 '소노펫클럽'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대명소노그룹의 소노펫앤컴퍼니가 운영하는 소노펫클럽은 최근 애견인들 사이에 가장 '핫'한 휴가지로 떠올랐다. 국내 호텔리조트 산업을 대표하는 대명그룹이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최고급 휴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전략 신사업 소노펫클럽은 애견과 보호자의 만족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설계됐다.

홍천 비발디파크에 자리한 소노펫클럽의 핵심은 애견 놀이터 '플레이 그라운드'다. 이곳은 보호자와 동반한 애견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 다니며 짖고 놀 수있는 공간이다.

손목에 띠를 채우고 입장한지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호피가 다쳤다. 어쩌다 혀를 다쳤는지 입 한쪽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한시도 눈을 떼지 말아야 했는데'하는 후회가 앞섰다. 

응급처치를 위해 아이를 안아들고 카운터를 찾았다. 출혈이 계속되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호피가 흘리는 핏방울이 발등에 떨어질 때마다 마음도 바닥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마스터'를 호출했고, 몇분 뒤 마스터와 관리직원 등 5명의 관계자가 찾아왔다.

휴가를 되돌릴 수 없게된 결정적인 시점은 이때부터다. 확인해보니 이들 5명의 직원은 플레이그라운드의 책임자와 실무진이다. 모여든 이들은 전원 호피의 출혈을 목격했다. 하지만 호피는 현장에서 상처를 씻지도, 지혈을 위한 그 어떤 응급조치도 받을 수 없었다. 그들에겐 소독약도 식염수도 없었다.

"정말 이곳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냐"는 질문에 피를 닦으라며 직원 중 한 명이 가져다 준 거즈가 전부였다. 되려 '아이가 흥분할 수 있으니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소독약을 가져다 주는 행동 조차 수의사법 위반여부를 고려했다고 한다.

맞다 모두 맞는 얘기다. 서비스의 한계는 분명하고, 부담을 강요할 수 없는 노릇. 이들의 호칭은 마스터다. 마스터의 자격은 수의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고가 상품에 대한 기대와 서비스의 한계가 주는 괴리의 체감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소노펫 측은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춘천시내에 위치한 한 동물병원을 지목해 소개해줬다. 후에 알게된 사실은 가까운 관내 홍천에도 동물병원이 여러곳 운영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 강경식 기자


한참을 안고 있었지만 호피의 두근거리는 심장소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기에 병원을 가기로 결정했다. 혹시 모를 감염병도 걱정됐고, 출혈은 줄어들었지만 멈추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관계자들은 인근 병원을 소개시켜줬다. 내비게이션으로 한시간 거리, 소노펫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처치가 가능한 가장 가까운 동물병원"이라고 소개한 병원까지의 거리다. 

호피의 상태가 시급을 다투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운전을 서두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춘천시내에 위치한 병원에 도착하니 다행스럽게 피는 멎었다. 

이후에 확인해 보니 30분거리의 홍천에도 동물병원은 여러곳 있었다. 평일 오후 4시가 안된 시간에 왜 그 먼 춘천의 병원까지 가도록 했는 지도 의문이다. 스스로에게 현지 정보가 부족한 까닭이라는 자책이 들었다.

진찰 결과 혀의 윗면에선 출혈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고, 마취를 하지 않고는 혀 옆면의 출혈부위를 찾을 수 없다며 며칠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자했다. 항생제 주사를 맞는 걸 보고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오니 이미 저녁이 됐다.

그날, 기자가 묵은 방은 일반 예약의 경우 1박에 91만원으로 책정된 '소노펫 골드'다. 소노펫은 방의 크기에 따라 1박에 최고 139만원에 이른다. 지인의 무기명회원권이 없었다면 숙박이 불가능한 가격이다. 그리고 사고가 났던 플레이그라운드는 소노펫 숙소 투숙객에게 지급되는 패키지에 포함됐다.

1회성 유가 고객을 받기도 하지만, 비발디파크의 지리적 특성은 플레이그라운드를 동네 애견 놀이터 가듯 방문하기 어렵게 만든다. 즉 플레이그라운드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를 바 없다. 

소노펫 프레지덴셜 가격. ⓒ 비발디파크



하지만 이곳엔 애견을 위한 기본적 안전장치가 미비했다. 사고를 방지할 수야 없겠지만 사고 후 현장에서 가능한 조치란 전무했다. 마스터들은 보호자가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한 안내 대신 보호자가 자발적인 결정에 따른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기대했다. 보호자의 책임은 보다 명확하고 유가 시설의 의무는 모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터'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집 근처 애견카페 아르바이트 직원보다 신뢰를 주기 어려웠다. 강아지들을 마음껏 뛰어 놀게 하기 위해 공간을 마련해두고 직원들을 배치했지만, 피를 흘리는 동안 어느 한 명 필요한 조치를 나서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강아지들끼리 싸울때 말리는 등 마스터의 역할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스터들은 6주간의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곳 소노펫은 견주가 안심하고 애견을 맡길 수 있도록하는 '보딩'서비스도 운영한다. 워터파크나 슬로프를 이용하는 동안 강아지를 돌봐주는 곳이다. 여기도 마스터만 배치됐다. 

관계자는 "보딩센터에 구급약은 구비돼 있었다"며 "처음 있는 일이 벌어지다보니 미처 구급약을 가져다 주는 것을 직원들이 고려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구급함이 있었지만 교육을 받은 마스터들이 적합한 행동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약이 없다는 마스터와 약이 있다는 사측 관계자의 입장이 다름에 따라 어떤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어떤 의미로 이들이 '마스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사고 발생 이후 조치의 측면에서 마스터의 사전적 의미는 충분히 오염됐다고 결론냈다.

사실 강아지를 키우다보면 다치고 상처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놀이터처럼 강아지들이 놀다 발생하는 문제의 경우 가해의 책임을 따지기 보다는 서로가 최선의 조치를 취하도록 자연스럽게 행동한다.

때문에 쓴 맛이 포함돼 강아지가 핥지 않도록 하는 소독약 정도는 구비해 놓기 마련이다. 작은 상처가 큰일이 되지 말도록 최소한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애견카페나 교육장 등 돈을 받고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사업장은 영업중 발생하는 사고로 동물병원 진료비의 부담이 견주에게 현실이 되지 않도록 일반약국에서 구매가능한 동물약을 갖추고 있다. 이런 경우 처방의 책임은 견주의 몫이다.

그래서 소노펫의 상황은 시스템의 문제로 읽어진다. 관리자 다섯 명이 모여서 '강아지 침에는 상처를 소독하는 성분이 있다'가 조언의 전부였다. 심지어 같은 시기 대명소노그룹이 경기도 고양에 오픈한 소노캄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충분히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집단을 보유하고도 예측가능한 사고의 기초적 통제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던 셈이다.

퇴실을 앞두고 자신을 책임자라고 밝힌 또 다른 관계자가 만나자며 찾아왔다. 이 관계자에게 '고가의 가격정책에 비해 사고의 관리는 커피 한 잔 값의 애견카페보다 저렴했다'고 지적하자, 그는 '미흡함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아마추어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해까지 요구받기에는 너무 고가'라고 대답했다.

이미 우리 주변에는 애견 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강아지가 사람들의 사회에서 질서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다수의 애견인들 또한 사회의 요구에 자신의 아이들이 맞춰질 수 있도록 인내와 배려를 가르친다. 

그렇게 10가구당 3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팻팸 시장의 규모만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성장은 소비자 만족에 따른 수요 증가와 공급자간 경쟁 심화를 의미한다. 애견 서비스 산업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그런면에서 소독약조차 가져다주지 못하는 '프리미엄 애견 동반 숙소'라니,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펨족'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일천해 보인다. 

아직은 그저 수십년간 쌓아올린 리조트의 명성과 워터파크 접근성에 기댄 돈벌이 수단에 그치는 수준이다. 사고 조치의 미흡함은 서비스 본질인 숙박과 부대시설 사용에 대해서도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퇴실 전 찾아와 '모든 면에서 개선하겠다'는 관계자의 발언을 지키려면 최소한 왜 그들이 마스터로 불려야하는지 부터 납득시켜야 하지 않을까. 이 호칭과 실력의 차이가 메워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가격과 기대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뱀발) 오해를 방지하고자 알립니다. 호피는 얼마전 돌이 지난 시추입니다. 중성화와 필수 예방접종을 거르지 않았고 몸무게는 7-8kg을 오가며, 비만 시추답게 걷거나 뛰는 것 보다 자는 것과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실 호피는 왼쪽 앞다리 뼈가 기형으로 자라고 있어서 오래 뛰거나 빠르게 달리는 일에 능숙하지 못한 친구입니다. 가끔 다리를 절기도 하지만 뼈를 잘라내고 다시 이어 주는 수술의 난이도가 높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수의사 의견에 따라, 비만이 되더라도 조금 게으르게 살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호피는 아직까지 누구도 다치게 한 적이 없으며, 40cm 높이의 의자에서도 혼자 내려오질 못하는 것으로 봐서는 겁쟁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병원까지의 이송을 포함 호피의 치료비용은 전액 기자가 지불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대명소노측에게 어떠한 부담도 요구하거나 비슷한 뉘앙스의 발언조차 한 바 없습니다. 

또 이번 사고와 관련해 향후 호피에게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기자 본인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인정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고가 발생한 시점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역할은 견주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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