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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겨냥 '표준임대료법' 주거취약 월세시장 교란 우려

'원룸' 등 소규모건축물 표준주택선정 '매뉴얼 마련' 어려워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7.22 17:05:47

광역지자체장이 표준주택을 지정하고 표준임대료를 책정해 전월세가격을 통제하겠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자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국회에서 발의된 주거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일명 표준임대료법)의 실효성에 대한 부동산업계 비관론에 부딪혔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법안은 광역지자체장이 표준주택을 선정해 표준임대료를 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전세와 월세의 급격한 변동을 통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취지인데,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이 일정 규모를 갖추고 직접 비교가 가능한 대상 세대가 있는 경우에는 법안의 취지가 어느 정도 실현되겠지만 그 외에는 표준가격을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같은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공간에 두 개의 물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간단한 이치가 적용되는 대표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공산품의 경우 같은 재질과 품질을 갖춘 같은 크기, 모양의 제품을 동일한 것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부동산의 경우 같은 구조와 마감재를 사용한 아파트라 하더라도 층과 동 배치에 따라 조망 등 여러 요소가 달라져 가격이 달라진다. 빌라와 같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같은 연도에 지어졌다 하더라도 관리여부에 따라 건물의 컨디션(상태)가 다르고, 구조와 자재도 천차만별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같은 소규모 주택의 경우에는 전용면적 1㎡의 차이에 따라, 같은 동네의 근접한 위치라도 보증금과 월세가 달라진다.

전월세 임대에서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는 이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공실률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하고 임대인의 사정에 따라서도 더 넓고 신축인 건물이 싼 가격에 나오기도 한다.

이에 더해 연면적 200㎡ 이하의 소규모 건축물의 경우 각종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건물 구조나 주거환경도 건축주의 의도와 예산에 따라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천차만별의 주택의 임대료를 관통하는 표준가격 산정은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이번에 발의된 법안도 그 취지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다.

법안을 살펴보면 표준주택 지정은 시·도지사가 시·군·구를 기준으로 용도·면적·구조·사용승인일 등을 고려하여 지정하게 돼 있다. 가격 산정은 △주택의 공시가격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임대료 △주거비물가지수 △'은행법' 제2조제2호에 따른 은행의 대출금리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감안에 정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소만으로 이견 없는 표준주택을 선정하고, 기준이 되는 임대가격을 선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시장경제에서 시장과 도지사가 자의적으로 표준임대료를 정하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서 "계약서에 명시된 임대임과 임차인의 거래 금액인 '시세'를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열 투자의신 대표는 "임대중개시장에서 지배적인 업체들도 허위매물 관리가 안 되는 이유가 적확한 시세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면서 "이 모든 임대매물을 천편일률로 볼 수 있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임대시장에 대한 몰지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거주자들도 법안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소규모 원룸과 오피스텔이 밀집한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도드라졌다.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거주하는 30대 A씨는 "발의자 중에 지역구 의원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있던데 지방 출신으로 근처 서울시립대를 졸업해 월세 거주자의 사정을 잘 아는 줄 알았더니 실망이 크다"면서 "오히려 표준임대료가 정해지면 시설 낙후를 감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했던 일조차 요원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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