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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쌴샤댐의 오만, 이러려면 '아무 것도 하지 마라'

치수 대역사 이뤘다지만 잘못된 설계 논란 '붕괴 우려와 인간의 오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7.25 12:09:24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미국 비주류문화 중 하나인 그래피티(공공건축물이나 사유재산에 몰래 그림이나 글을 꾸며놓고 달아나는 것)를 우리나라에서도 따라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그래피티는 반항적이라는 평가가 많지만 그 태생적 속성 때문에 무작정 음울하기 보다는 도전과 창의성 등을 중시하는 그림이나 글도 적지 않아 높이 평가되기도 합니다. 

이 사진 속 글귀는 그런 전형적인 흔적 중 하나로 보입니다. '일단 해 봐라, 불가능은 없다'쯤으로 해석될 문구인데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책의 페이지가 접히는 부분처럼 면이 갈라지는 곳을 골라 일부러 글을 적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왼쪽 페이지의 글 따로, 오른쪽 페이지의 글 따로 순서대로(?) 읽으면 '그냥 아무 것두 하지 말어, 그건 원래 불가능했던 거여'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아마 불가능하다며 체념하는 것과 불가능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용기를 내는 것은 종이 한 페이지 차이인 것을 강조하려고 일부러 저렇게 중의적으로 적었는가 생각마저 듭니다. 

ⓒ 프라임경제

그런 점까지 일부러 고려하고 쓴 것이라면 저 글을 쓴 이는 대단히 유머와 위트까지 갖춘 이겠지요. 

중국이 요즈음 홍수 문제로 시끄러운데요. 바로 엄청나게 내린 비로 쌴샤(三峽)댐이 자칫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고대부터 황하 및 장강의 홍수 피해로 많은 인명과 재산을 잃어 왔는데요. 이른바 치수 문제는 정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지요. 2006년 쌴샤댐이 완공된 후 장강 유역의 호우 피해는 실제로 엄청나게 줄어 들었습니다.

문제는 쌴샤댐의 건립이 무리수에 기반한 사상누각 아니냐는 경고음이 있었지만, 중국 공산당이 무리하게 괜찮다며 밀어붙였다는 의혹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쌴샤댐 구상은 청나라 이후 민주국가를 처음 세운 쑨원 당시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임자인 장제스 총통이 대륙을 다스릴 때에도 이야기는 있었지만, '만리장성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점에서 당시 기술력으로 가능하냐는 한계 문제가 있었습니다. 1900년대 초반 기술로는 거의 뜬금없이 달나라에 가자는 이야기 이상으로 무모한 도전이었던 셈이었겠지요.

2000년대 들어서서 공사가 진행됐다 해도 일이 터무니 없이 쉬웠던 건 아닙니다. 비교적 폭이 좁은 곳을 골라 지었는데도 기암절벽 협곡 3곳을 지나는 엄청난 규모가 되었습니다. 쌴샤 즉 한자로 삼협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서울 면적의 약 2배 면적이 수몰 지구가 되면서, 12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주했고, 댐 길이만 2335m로 후버댐(221m)의 10배가 넘었지요. 저수 용량도 엄청나서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 댐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공사 자체가 어렵고 각종 재앙 우려가 있었습니다. 주변에 엄청난 안개가 끼는 등 여러 환경 재앙 논란은 애교 수준이고, 심지어 높은 수압으로 인근 지역에 지진 발생 위험이 생긴다는 등 문제점도 부각됐지요.

가장 큰 문제는 댐 자체가 담수량을 모두 떠받치지 못해 '붕괴'할 가능성이 괴담처렴 제기돼 왔다는 부분입니다. 이번 홍수에서도 댐이 물을 모두 안전히 담아 줬다면 문제가 덜했겠지만, 중국 당국에서는 수상한 방류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댐이 설계상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을 키우는 부부분이지요.

이를 놓고 대만의 '쯔유시보'는 전문가 기고를 통해 "통제 수위에서 불과 2m 정도밖에 안 넘었는데 하류 도시 이창이 수몰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물을 방류한 것은 댐 안전에 애초부터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폈습니다.

중국건축과학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최근 SNS에서 "마지막으로 말한다. 이창 아래 지역의 주민은 달아나라"고 경고했다는 논란도 빚어졌습니다. 이른 바 '내부 고발'이지요. 

이렇게 보면 과연 쌴샤댐 건립을 놓고 '저스트 두잇' 정신으로 찬탄만 할 수 있는 건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접힌 페이지처럼 '그냥 하지 마라, 원래 안 될 일이다'라고 생각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그냥 불가능한 몽상을 굳이 겉치장만으로 저질러서 대재앙을 부른 게 아닌지?' 다른 나라의 일이지만, 곰곰 생각해 봐야 할 지점입니다. 자연을 정복하고 관리하겠다는 인류의 노력을 모두 폄하하자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위대한 건축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오만' 그리고 거기에 심지어 거짓이나 잘못 혹은 오류를 자화자찬과 속임수로 문제를 가려놓고 일을 끝내는 '무책임'까지 더해지고 만다면, 언제고 자연의 보복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우리 인간이 항상 품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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