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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지던 용인시, 평온의숲 사업권 넘겨받나? 주민협의체와 소송

용인도시공사 vs 주민협의체, 장례식장 놓고 법적 다툼…"차라리 시가 맡아 부당처사 없애달라"

김은경 기자 | solitude55@naver.com | 2020.07.31 17:02:35

용인 처인구 어비리에 있는 평온의숲 장례식장은 지난 2013년 1400억원의 용인시민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시장이 세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이 동네는 달라진 게 없어요. 정찬민 전 시장이나 백군기 현 시장이나 이런 시골은 눈에도 안 보이는지 보기 싫은 건지…, 민원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도 전혀 관심 없어 보여요. 차라리 (이곳 상황을) 알지 못 해서 대책이 없었다고 믿는 쪽이 마음이 더 편한 것 같네요."

용인시 처인구 어비리에 위치한 장례식장 '평온의숲'. 이곳을 둘러싼 복합 갈등은 8년째 이어 오고 있다. 장례식장 인근 지역민들 중에는 용인시가 의도적으로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용인시장은 물론, 관련 공무원들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이다.   

◆8년째 민원·갈등 "직무유기 용인시, 무관심 일관"

평온의숲과 지역민들, 또 지역민들끼리 벌어지고 있는 불목과 갈등, 소송 등은 한 두 가지가 아니고, 또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

시는 통념상 '혐오시설'로 분류되는 장례식장을 이 마을에 들이면서 평온의숲 운영수익의 일부를 지역민들에게 넘기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이행해 왔다. 

하지만 이 수익이 지역민들에게 정상적으로 분배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었고, 이 문제로 지역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갔다. 급기야 법적소송이 난무했고, 심지어 실형을 선고 받고 징역살이를 다녀온 지역민도 있다. 

그동안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룰 때마다 용인시는 "주민들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주민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평온의숲 운영수익 분배와 관련한 주민들 간의 이권 다툼에 끼어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선을 그은 것이다.   

지역민 김정환 씨(가명, 62)는 시의 이런 태도 때문에 동네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고 주장한다.

"이런 중대한 사업의 감독을 책임지고 맡아야 할 시정 당국이 한 발 빼고 임대료만 받고 있던 상황이다 보니 지역민들 지원금 분배를 두고 이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어요. 횡령과 배임 등 많은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했고, 지금도 미해결 상태입니다. 장례식장 운영을 맡은 사람들이 잘 못 한 것도 분명히 있지만, 솔직히 용인시 탓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평온의숲 장례식장과 식당 등 판매시설은 지역주민 31명이 설립한 법인 (주)장율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평온의숲은 지난 2013년 1400억원 가량의 시민 세금으로 건립됐다. 당시 용인시는 혐오시설 설립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지역민들에게 장례식장 운영 및 수익시설 운영권을 약속했다. 용인시는 2013년부터 화장시설 및 봉안시설 등 장사 시설 운영을 용인도시공사에게 위탁했고, 공사는 지역민 31명이 설립한 법인인 (주)장율에 장례식장과 식당 등 판매시설을 다시 위탁했다.   

그러던 중 용인시는 지난해 9월 장율과의 장례식장 운영 협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장율 임원들이 배임·횡령 등으로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시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시는 지난해 9월 운영업체의 부정행위와 관련 "시설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점에 대해 시민들에게 죄송하다"며 "앞으로는 장례시설을 더 투명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통합관리할 전문성 부재에 예고된 갈등…해결책 없이 민원에 또 민원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선 '예고된 갈등'이라고 입을 모은다. 평온의숲 인근 자영업자 손영희 씨(가명, 68)는 시작부터 잘 못 됐다고 지적했다.

"장례식장 건립 초반부터 주민들 사이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송사가 잇따랐어요. 모두 통합관리할 전문성이 부족한 주민들에게 장례식장 운영 사업권을 통째로 맡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겁니다."  

그는 이어 용인시가 중재를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며 용인시 책임론을 강조했다.

"고소고발 사태가 생기고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관리체계 부재가 여러 번 그 이유로 떠올랐습니다. 주민들은 용인시가 중재를 해줘야 한다고 시도때도 없이 도움을 청했습니다. 하면 뭐합니까. 용인시는 매번 '간섭 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죠. 벽 보고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또 다른 자영업자인 김정순(가명, 66세) 씨도 위와 비슷한 지적을 하면서 용인시 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았다.  

"그놈의 장례식장을 운영하려다가 주민들끼리 싸움이 나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매월 3000만원이라는 임대료만 받을 뿐 용인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죠. 무관심을 넘어서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입니다." 

◆지나치게 많이 받는 사람? 억울하게 한번도 못 받은 사람?

하루아침에 큰 돈을 벌 수 있는 '장례식장 운영'을 맡게 된 마을 주민들 가운데는 '혜택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주민'과 '억울하게 한 번도 혜택을 받지 못한 주민'으로 나뉘었다.  

지역민들에 따르면, 주민협의체의 임원과 친분이 두텁거나 임원에게 술을 사고 임원의 비위를 맞춘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임원에게 쓴소리를 하다가 사이가 멀어진 이들이 나뉘는데, 전자는 혜택을 받고, 후자는 그렇지 못 하다는 것이다.   

혜택 받는 자와 그렇지 못 한 자들 간의 이른바 '쩐의 전쟁'은 그칠줄 몰랐고, 서로 헐뜯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협의체 임원도 바뀌기를 반복했고, 시간이 가도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장례식장 초입 도로가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김순이(67세, 가명) 씨는 '외지사람' 취급 받으면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장례식장 떡집을 맡겨 주겠다는 말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 어비리로 터를 옮겼어요. 장례식장이 생기기도 전부터 나는 이곳으로 전입신고를 했죠. 그들이 나를 주민으로 받아 들여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장례식장이 운영되면서 나는 다시 외지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10년 동안 계속 나는 외지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분통을 터뜨리는 김 씨는 주민협의체 소속으로 활동한다는 K 씨의 부탁과 회유로 살던 평택을 떠나 이곳 어비리로 이사했다. 장례식장이 생기면 장례식장에 떡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김순이 씨의 방앗간집은 어비리 장례식장 초입에 위치해 있지만 평온의숲은 다른 지역 떡을 납품받고 있다. ⓒ 프라임경제

김 씨에 따르면, 그는 장례식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주민협의체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음식 장만이며, 협의체의 행사 부대 비용을 부담하기 시작했다. 모두 '외지사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고, 외지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K 씨가 협의체에서 힘을 잃게 되면서 김순이 씨는 낙동갈 오리알 신세가 됐다.  

"어비리에 떡집이 있는데, 왜 다른 동네에서 떡을 맞추는 지 모르겠어요. 외지 사람이 여기 이사와서 10년이면, 나도 이 동네주민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단지, 집행부에 밉보였기 때문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줄을 잘 못 선 것이죠."

김 씨가 평온의숲에 떡을 납품한 것은 그 긴 시간 동안 단 3개월 뿐이었다. 

처인구 어비리에서 나고 자란 송희석(56세, 가명) 씨는 김 씨와 마찬가지로 '혜택'에서 제외됐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 집을 임대해 살았다. 주민협의체가 송 씨를 주주배당에서 뺀 이유는 '현재 거주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현재 그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혜택에서 배제된 주민이나, 초기 임원들의 말을 믿고 삶의 터전을 옮긴 주민은 아직까지도 이렇다 할 희소식을 듣지 못하고 수년간 답답한 마음을 털지 못하며 살고 있다. 

"주민협의체 임원들은 자신의 친인척을 주소 이전까지 시켜가면서 장례식장에 취직을 시키는가 하면, 터무니없는 월급을 책정해서 서로 이익을 챙겨가기도 했죠. 수익 배분 형평성 문제와 주민협의체 일부 임원들의 부정행위를 알리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용인시로 몇번을 찾아가서 호소했지만, 용인시는 묵묵부답이었고, 강건너 불구경 하듯 했어요. 주위에 물어보세요, 용인시를 찾아가본 사람들은 다 이렇게 말할 겁니다."

김 씨는 주민협의체 임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용인시의 무책임한 태도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협의체는 용인시와 왜 싸우나 

용인시는 지난해 9월 장례식장 운영권을 회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10월 장율에 사전통보를 했다. 하지만 장율 측은 용인시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그리곤 11월20일 소송을 제기했다. 초기 행정소송으로 진행됐지만, 지난 5월 민사로 재판부가 재배당됐다. 현재 1심 재판 중이고, 지난 7월16일 1차변론이 진행됐으며, 오는 9월10일 2차변론일이다.  

주민협의체(장율) 측은 수차례의 본지 취재에도 끝내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단, 주민협의체와 용인도시공사 간의 소송 내용에 "(주민협의체가) 수익이 없는 때에도 (용인시에) 임대료를 내야 했고 이에 대해 손실보전금을 청구했지만 용인시는 강제조항이 아니란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는 입장을 폈던 것으로 알려진 바 있어, 소송에 대한 주민협의체의 입장은 이런 점 정도로 추정된다.

용인시 측이 소송에서 이겨 평온의숲 운영권을 책임 있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이 동네가 더 이상 돈 때문에 이 편 저 편 갈려 싸우는 꼴을 그만 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용인도시공사와 장율 간의) 소송이 빨리 마무리 돼서 차라리 운영사업권이 다시 용인시로 넘어 가는 게 좋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용인시가 직영을 하던지, 아니면 용인도시공사가 하던지 간에 상식선에서 장례식장이 운영된다면 지금처럼 이유없이 배척을 당하는 주민들도 없을 것이고, (주민협의체) 자기네 끼리끼리 해먹는 부당한 꼴도 사라질 것 아니겠어요" 

용인시의 한 관계자는 평온의숲 관련 민원과 향후 운영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절차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민원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개입을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장율의 운영) 해지 사유가 생긴 것이 지난해 3월이었습니다. 해지 이유가 생긴 뒤 조치를 취했을 뿐입니다. 이후 계획은 아직 없고, 사업권을 회수한 후에는 민간위탁이나 용인도시공사를 통해 운영하는 등 방안을 찾을 겁니다."  

손실보전금에 대해서도 용인시는 "협약이행서에는 재정상황에 따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다고 명시했다"며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서 줄 수 없었을뿐. 강제 조항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주민협의체와 소송을 진행 중인 용인도시공사 측은 "소송 중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소송 결과에 따라 장례식장 운영을 공사에서 직영을 할지, 또다른 사업체에게 운영을 맡길 지는 용인시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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