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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다시 불붙은 '왕자의 난' 참고서

신동주 회장은 왜 판을 일본으로 옮겼을까?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7.31 07:50:15
[프라임경제] 한때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의 도약을 추진해온 롯데의 현재는 부정에 따른 부침의 여파와 불가항력의 위기를 가까스로 버티는 듯 합니다. 

6월24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연합뉴스


중국과 동남아 현지 유통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했던 롯데는 사드배치에 따른 반한정책으로 국내 사업마저 부진을 겪었고, 반일불매운동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내수성적마저 나빠지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던 원인들을 제외하고도 부침의 원인은 이미 만인이 아는 사실로 넘치고 있습니다. 롯데라는 거대한 그룹이 흘러온 맥락을 살펴보면 2016년 대국민앞에서 사과해야 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숙여진 머리에 멈춰서게 됩니다.  

'부정이 부침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며 마이크 앞으로 나서며 신 회장이 보인 진정성은 거대한 약속들로 담보됐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왕자의 난으로 잘 알려진 당시의 사정은 굳이 부연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전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장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출하면서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또 다시 막이 올랐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이번 고발조치 직후 언론에 발송한 입장문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해임안이 부결된 이상 사법판단을 통해 직위를 해임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롯데그룹은 행동헌장 중 하나로 '공명정대'를 천명하는 등 법령준수를 중요한 기념이념으로 삼고 있다"며 "신동빈 회장의 범죄행위는 기업이념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이사직은 물론 대표이사 회장 겸 사장의 지위에서 그룹의 수장을 맡아선 안 된다"고 주장했지요.

특이한 사실은 이번 분쟁의 결론이 일본법원에서 내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임원의 직무집행과 관련해 위법행위 등 결격사유가 있음에도 주총에서 해당 임원 해임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30일 안에 해임청구가 가능하다'는 일본법 856조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자격 없음을 인정받겠다는 시도입니다.

사실상 앞선 6월 신동주 회장이 제출했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됨에 따른 후속 조치이지요.

재계는 이번 재판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전의 시도와 달리 실제 판을 뒤집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신동빈 회장 사과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의 주장을 살펴보려합니다.

대국민 사과 직전인 2016년 6월 초 검찰은 롯데그룹의 2010년 중국 홈쇼핑 기업 '럭키파이' 인수과정을 수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적자 회사인 럭키파이를 웃돈을 주고 인수하거나, 이후 보증을 서는 등 롯데쇼핑(023530)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문제 삼고 있었지요.

대국민 사과 이후인 2016년 9월30일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 롯데쇼핑 공시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고발장에서 신동주 회장은 신동빈 회장과 이 대표 등이 롯데가 인수한 타임즈, 럭키파이 등 중국 현지 기업의 영업권 '손상차손' 약 3700억원을 누락한 거짓 연결재무제표를 2013년 5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작성, 공시해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침, 오늘(7월31일)은 롯데그룹이 '럭키파이’를 인수한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시 중국내 3위 홈쇼핑 업체였던 럭키파이의 인수는 롯데가 중국에서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핵심 유통채널을 모두 갖게되는 것으로 현지 유통 플랫폼을 완성하는 의미있는 시도라고 포장됐지요.

인수 과정을 살펴볼 차례입니다. 19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럭키파이는 중국 전 지역을 커버하는 방송 라이선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옳은 투자로 비춰진 바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끝까지 기억하고 읽어주시길 당부합니다.

롯데는 럭키파이를 인수하는 과정부터 불투명하게 출발했습니다. 2010년 대표적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맨제도에 설립된 '롯데홈쇼핑코(Lottte Home Stopping Co: LHSC)'는 1900억원을 들여 럭키파이 지분 100%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럭키파이의 재무상황은 자본금 425억원, 부채 848억원으로 결손상태였습니다. 그리고 롯데쇼핑은 LHSC의 지분 67.12%를 확보한 상태였지요.

인수비용가운데 1208억원이 '영업권'으로 계산됐습니다. 이를 두고 롯데를 옹호하던 측에서는 당시 중국 전역 방송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롯데쇼핑이 럭키파이에 444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서준 사실이 알려지며 인수 배경으로 비자금 조성 목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지요. 부실한 기업을 웃돈을 주고 인수한것도 모자라 지급보증까지 서야했던 원인은 무엇일까요.

럭키파이가 왕자의 난에서 중요한 카드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수면 아래 가려진 정보들이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신동주 회장은 2015년 롯데쇼핑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을 신청합니다. 이때 신동주 회장은 롯데쇼핑의 중국사업과 관련한 다량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소송에서 신동주 회장은 '주주자격'을 들고 나왔고, 신동빈 회장은 '주주이익' 침해가 우려된다며 맞섰습니다.

2016년 2월 신동주 회장은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습니다. 당시 신동주 회장측을 대변하는 김수창 변호사(법무법인 양헌)는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2차 심문기일(지난해 12월2일) 직전에 1만6000장의 회계장부와 관련 서류를 받았다"며 "3차 심문기일(지난해 12월23일)에 추가로 요청한 자료 역시 롯데그룹이 지난달 29일 모두 전달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만큼 법원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측은 "롯데는 소모적 논쟁과 오해 방지를 위해, 선제적이고 투명하게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며 "SDJ 측의 소송 취하 결정은, 자신들이 소송의 빌미로 꾸준히 주장했던 중국사업 손실 의혹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럭키파이의 회계장부를 포함한 롯데쇼핑관련 회계장부와 관련서류를 신동주 회장 측이 받았다는 이야기지요. 따라서 2016년 9월 신동주 회장의 고발은 사실관계에 근접했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2016년 10월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종결합니다. 6월10일부터 시작된 검찰 조사 초기단계부터 의혹이 제기됐던 럭키파이 인수 과정에 대해 사건 종결 이전 롯데그룹 내부인인 신동주 회장이 구체적 정황을 제시하는 추가 고발을 진행했지만 이는 별도의 건으로 취급되고 말았습니다.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종결의 가치가 럭키파이 인수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속하는것에 비해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찰도 여론의 눈치는 봤습니다. 그러니 별도로 수사를 지속하겠다고 선언은 한 것이지요.

2016년 10월19일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종결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럭키파이, 타임스 등 중국 기업 인수 관련 투자 손실에 따른 배임·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대한 수사는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롯데 측이 중국 투자 관련 자료를 일부 제출하지 않은 것도 있고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발한 내용 중 일부가 내사해 온 사안과 겹치는 것도 있어서 특수4부가 계속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알렸습니다.

이제 럭키파이의 정체에 대해 들여다 봐야 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럭키파이는 중국 전역에 홈쇼핑 방송을 내보낼 권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기존 평가보다 높은 금액에 인수된 기업입니다.

2010년 11월25일 롯데홈쇼핑의 공모자료와 2011년 3월31일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의 발언에 따르면 럭키파이는 당시 상하이 충칭 산둥성 허난성 헤이룽장성 등 중국 6개 지역에서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수과정에서 중국 23개 성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영업권을 갖고 있어서 높은 가격을 쳐줬지만, 1년이 지나도록 실제 롯데가 럭키파이를 인수하기 전과 후의 영업권 활용 차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되려 2011년 헤이룽장성·허난성 등 2곳은 영업손실, 합작사의 과도한 요구 등으로 운영권을 매각해야 했습니다.

결국 2016년 럭키파이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럭키파이는 중국 각 지역 홈쇼핑 회사들의 지분 일부를 보유한 투자회사로 밝혀집니다. 

즉 롯데가 인수한 럭키파이 자체가 홈쇼핑 사업을 추진하는 실체가 아니라 중국 내 각 지역에 자리한 홈쇼핑 기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한 투자회사였던 것이지요.

롯데쇼핑은 2012년을 끝으로 연결보고서에 럭키파이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12년 당시 럭키파이 매출은 843억 원가량으로 9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검찰 조사의 결과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습니다. 이 사건의 종결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는바와 같이 사드배치로 인해 롯데그룹에 대한 옹호여론이 발생하기도 했고, 국정논란 사건을 거치며 신동빈회장이 구속되는 등 내홍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결론은 검찰이 롯데그룹에 대한 자체 조사와 신동주 회장의 고발 조사에서 어떠한 잘못도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또한 신동빈 회장측은 검찰측 결론이 나왔지만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공표해 경영권 행방의 유리한 방향을 점하지도 않았고, 신동주 회장을 상대로 무고의 책임을 묻지도 않았습니다. 

십여년간 수조원을 투자한 중국사업가운데 하나의 실패사례로 보기엔 관련자 모두에게 너무 큰 상처를 남긴 사건입니다. 따라서 왜 검찰이 두번째 고발의 조사를 별도로 추진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판단은 저만의 결론일까요.

앞으로 있을 일본법원의 재판이 갖는 의미는 일본의 롯데와 한국의 롯데를 분리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신동주 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행보와 관계없이 국내외 투자자들과 롯데그룹 근로자들의 소속에 영향을 줄 가능성만으로도 주목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당연하게도 필요한 의심은 우리나라 검찰이 럭키파이 인수 사건을 다룬 태도가 이후 국내 롯데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쳤느지에 대한 것입니다. 기자들을 모아 설명해온 이전 롯데그룹 수사때와 다른 검찰의 태도는 깔끔한 마무리라고 판단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럼에도 모호한 양측의 태도를 보아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중요한 사실은 형제간의 다툼이 반복될 때 마다 감추고 싶었던 사실들이 계속해서 공개될 것입니다. 왜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다툼의 장소를 국내에서 일본으로 옮겼는지 추측해볼만한 사건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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