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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美 ESS 폭발사고 '원인'으로 지목

APS "근본적 원인 배터리" vs LG화학 "아직 원인 규명되지 않았다"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7.31 14:05:03
[프라임경제]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사고로 몸살을 앓던 LG화학(051910)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LG화학의 배터리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진통이 예상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 애리조나 전력업체 APS가 지난해 APS 변전소에 설치된 ESS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의 원인이 배터리 결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APS 변전소에 설치된 ESS와 배터리는 미국 플루언스에너지, LG화학이 각각 공급했다. 

미국 배터리 ESS 화재사고 원인으로 LG화학 배터리가 지목됐다. ⓒ 연합뉴스


APS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69페이지 분량에 '맥미큰 배터리 ESS 사고 기술적 분석과 권고' 보고서를 현지 규제기관인 애리조나기업위원회(이하 ACC)에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보고서를 통해 이번 화재 사고는 배터리 셀 내부 고장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APS 측은 배터리 셀 사이에 '열 차단 보호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 피해가 확대됐음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즉, 최초 발생한 셀의 열이 주변 셀 열까지 상승시켰고 이로 인해 많은 양의 가연성 가스가 발생했으며 출동한 소방관이 ESS 컨테이너 문을 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APS 측은 보고 있다. 

다량의 가연성가스가 누설되거나 통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폭발성 혼합가스를 형성, 폭발 위험성이 있는 상태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폭발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배터리라는 게 APS 주장인 것이다.

이에 APS 측은 폭발 사고 요인으로 △배터리 셀 내 고장으로 인한 열 발생 △열 발생을 막지 못한 화재 진압 시스템 △배터리 사이 열전달을 막지 못해 열 확산 △환기 장치가 없어 농축된 가연성 가스 배출 △소화·환기·진입 절차가 없는 비상대응 계획 등을 꼽았다. 

◆LG화학 "일방적 주장일 뿐"

이 같은 APS 주장에 LG화학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사가 납품한 배터리가 폭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 

LG화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배터리 분석 전문업체인 Exponent라는 회사와 협력해 사고 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는 반박 보고서를 ACC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ACC는 양쪽 의견을 취합해 오는 2021년 말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LG화학은 배터리 공급업체로서 ESS 시스템 설치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과 시스템 전체의 성능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대성산업가스 ESS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느 모습. ⓒ 연합뉴스


이번 미국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LG화학의 배터리가 지목된 것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앞서 LG화학은 미국 서부 ESS 시장 공략을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미국 남서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

실제 LG화학은 미국 웨스트코스트 지역에서 고객이 ESS를 직접 사용하면서 확인한 전기 요금 절감과 전기 안정화 사례를 현지 매체 등을 통해 소개하면서 ESS를 적극 알리고 있다.

◆입장 고수해 왔는데…깊어지는 고심

LG화학이 이번 폭발 사고 원인 지목에 즉각 반응한 데에는 해외 ESS 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더불어 국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ESS 화재 사고와도 무관치 않다. 

앞서 ESS 사고원인 2차 조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화재 중 4건(충남 예산·강원 평창·경북 군위·경남 김해)의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이상을 지목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2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SS 화재 사고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배터리를 공급한 업체는 LG화학과 삼성SDI(006400)이다. 다만, 두 기업은 "해외에서는 ESS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근본적 원인이 배터리 이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의 원인으로 '배터리'가 지목됨에 따라 고수하던 입장을 재차 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APS 변전소 최종 사고 원인이 배터리로 종결될 경우 ESS 시장 내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확대 싸움에서도 도태될 수 있어 LG화학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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