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베이루트 항구 폭발 원인은 '질산암모늄'…국내에도 존재

부산항에도 보관 중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철저하게 관리 중"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8.06 15:21:10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후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참사 원인 물질로 '질산암모늄'이 지목됐다. 

농업용 비료로 주로 사용되는 질산암모늄은 공기 중에서는 안정돼 있지만 가연성 물질과 닿거나 기온 등 환경 변화가 생기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을 가진 화합물이다. 폭발력이 강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 테러 등에 악용되기도 한다.

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사고로 최소 130여명이 숨지고 500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두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이 폭발은 하늘에 버섯 모양의 구름을 형성했으며, 폭발로 인해 항구는 물론 베이루트 시내 건물들까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폭발은 지중해상으로 200㎞ 이상 떨어진 키프로스까지 폭발음이 들렸으며, 그 충격은 진도 4.5의 지진에 해당할 정도로 그 위력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정부는 이번 베이루트 항구 폭발사고 원인으로 2750t 규모의 질산암모늄을 지목, 이를 부실하게 관리한 것에 대한 책임 규명을 위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20%에 달하는 폭발력을 지닌 질산암모늄이 베이루트 도심 한복판에 안전조치 없이 6년여간 방치돼 있다가 이번 사고로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고, 기득권의 구조적 부패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전제 아래 조사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질산암모늄이 아무런 안전조치 없이 6년간 보관돼 있었다"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외신에서는 이번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은 지난 2013년 9월 러시아 회사 소유 선박에 실려 있던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지아에서 모잠비크로 향하던 이 화물선은 기계 고장으로 베이루트 항구에 정박했지만 레바논 당국이 항해를 막아 선주와 선원들은 이 배를 포기하고 떠났다. 이에 세관당국은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항구 12번 창고에 보관했다. 

문제는 세관 당국이 2014년 6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하역한 질산암모늄을 창고에 두면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법원에 이를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묵살했다는 게 보도된 내용이다.

이로 인해 베이루트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레바논 현 정부는 과거 정부에 많은 책임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상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폭발로 원인으로 지목된 질산암모늄이 국내에도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 규모는 베이루트 항구에 보관된 양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하 부산해수청)에 따르면, 부산항 9개 부두에 2160t 가량의 질산암모늄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베이루트 사고 이후 위험물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

다만, 부산해수청은 부상항에 있는 질산암모늄은 위험물안전관리법 등에 따라 '위험물 옥외저장소'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폭발 위험성을 고려해 주변 선박과 건물이 없는 장소에 보관돼 있으며, 관련법에 따라 옥외저장소 인근 관리 책임을 지는 안전관리사가 상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산암모늄은 많은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던 물질이다. 실제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 당시에도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물열차에 불꽃이 옮겨 붙으면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 8월 발생한 중국 톈진항 폭발사고 역시 창고에 보관돼 있던 질산암모늄에 불이 옮겨 붙으며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