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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김포공항 국제선 '셧다운'에도…면세점 매달 임차료 지불

9월부터 면세점 임대료 정상화 예정…대기업 免 '발만 동동'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8.06 16:04:56

[프라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방 공항의 국제선이 전면 중단됐다. 그러나 김포와 김해공항은 공항 내 입점해있는 면세점 사업자에게 여객이 없는 상황에서도 임차료를 지불하도록 하고 있어 부당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 전경. = 김다이 기자

코로나19가 세계적 팬데믹으로 확산하면서 하늘길이 막혔다. 국토교통부는 국제선 전 항공편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했다. 이에 지난 4월6일부로 김포와 김해, 제주 등 지방 국제공항은 '셧다운(shutdown)' 상태에 돌입했으며, 공항 내 입점해 있는 모든 상업시설 또한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방 국제공항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공항 운영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대∙중견기업 업체들에 임차료를 그대로 지불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6월1일 발표된 정부 방침에 따라 여객이 70% 이상 줄어든 공항의 상업시설 고정임대료에 대해 대∙중견기업은 50% 감면해 주기로 한 조치에만 응할 뿐, 업계에서 원하는 추가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인 상황. 

이 대책도 3월부터 8월까지의 임대료에 한해 감면조치가 이루어진 것일 뿐, 9월부터는 다시 100%의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출 연동 임대료' 해당 안 되는 업체 "임대료 폭탄"

지난 2017년 9월 국토부는 "예측하지 못한 충격으로 인한 매출 급감 등에 대비할 수 있도록 현 고정임대료 대신 매출실적 또는 여객 증감률에 연동되는 임대료 산정 체계를 도입한다"는 취지로 매출 연동 임대료 산정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2018년 이후 국내 국제공항에 입주한 면세점 사업자에겐 월 단위로 매출 증감 추이를 반영한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김포와 제주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신라면세점의 경우 현재 매출이 '제로(0)'인 상황에 비례해 임대료가 책정돼 지불해야 할 임대료가 '제로'인 상황이다.

문제는 2018년 이전에 임대차 계약을 맺은 면세점 사업자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김포공항에서는 2016년 5월, 김해공항에서는 2016년 12월부터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다. 

매출 연동 임대료 혜택을 못받는 롯데면세점은 여객 수나 항공편, 매출 증감 등 영업환경 변동과는 상관없이 매월 고정적인 임대료를 지불하고 있다.

신라와 롯데 모두 김포∙김해공항점 매출이 제로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계약 체결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 업체는 사무실, 매장 관리비 등 최소 고정비 몇천만 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다른 업체는 50% 감면을 받더라도 받더라도 매월 33억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공사 임대료 감면 혜택…대기업 免 "9월 이후 어쩌나"

한국공항공사 측은 계약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임대차 계약 당시 임대료 납부 방식이 고정 임대료였기 때문에 6개월간 50% 감면해 주는 것도 많은 편의를 봐줬다는 것. 정부의 공항 면세점 임대료 납부 유예 기간도 올 8월이면 끝난다.

한국공항공사의 이와 같은 입장은 세계 주요 공항들이 임대료를 100% 감면해주거나, 임대료 산정 방식을 기존의 고정임대료 방식에서 매출 연동 요율 방식으로 변경해 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관광지로 유명한 스페인,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의 국제공항은 해당 공항 혹은 공항 내 상업시설이 셧다운 한 기간 고정임대료를 100% 감면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중소기업 면세점과 대기업 면세점의 차별 감면에 있다.

지난 6월1일 국토부와 인천∙한국공항공사가 발표한 지원 방안에 따르면 운항 중단 공항(김포·김해 등 국제선, 무안·원주 등 국내선)의 중소·소상공인은 3월부터 8월까지의 임대료에 대해 100%까지 감면해 주기로 했다.

지난 1년여간의 국내 면세시장 '연쇄 엑소더스'만 보더라도 대외변수에 따른 경영악화로 중소∙중견∙대기업 모두 얼마나 힘들었는 지를 알 수 있다. 대기업인 한화와 두산은 사드 배치 보복 사태로 내리막 길을 걷다 작년 말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했으며, 중견기업 SM면세점과 중소기업 시티 면세점도 사드 여파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시내면세점 특허권 반납과 인천공항 3기 사업 연장 영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중소기업 요건을 갖춘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 역시 외국인 관광객 급감을 견디지 못해 지난 4월 시내면세점 철수를 선언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업체들의 국내 면세시장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이 닫았는데 임대료를 50%만 감면해 주는 것은 공항 공사가 말하는 '고통 분담'이 아니라 '고통 전가'로 보인다"며 "다른 면세점과의 형평성도 고려해 한시적으로라도 매출 연동 임대료 납부 방식으로 계약 변경을 하는 정책 집행의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임대 조정 및 손해배상 불가 조항'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

지난 2018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공항공사 임대차계약서의 '임대 조정 및 손해배상 불가 조항'을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2016년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 당시 한국공항공사에서 공시한 입찰제안서 및 상업시설 임대차계약서상에는 '공항 운영계획의 변경 등에 의한 영업환경 변화(항공 수요 감소, 정부의 항공 정책 변경 등)로 인한 매출 감소 및 그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를 이유로는 사업자가 한국공항공사 측에 임대료의 조정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이를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하고, 영업환경의 변화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우 임대료 조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위 약관을 시정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국토부의 전 국제선 인천공항 일원화 조치로 김포공항이 셧다운 상태에 돌입한 지금, 김포공항 내 모든 상업시설이 정상적인 운영 자체가 불가함에 따라 시정된 약관 내용에 따라 임대료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국내 면세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내놓았다. 관세청은 지난 4월 재고 면세품에 대해 내수 판매를 허가해 패션∙레더 카테고리만 제품 판매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 또한 6개월 이상의 재고 상품에 대한 것이라 '숨통만 틔워준 정도'라는 평가다.

지난 7월 초에는 기획재정부가 서울과 제주에 각각 1곳씩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허용하기로 해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업계는 "업계 전체가 도산 위기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신규 특허를 부여한다는 것은 정부가 현 시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면세 업계 관계자는 "관광 유통산업은 경험과 노하우, 업력과 국내외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한 번 쓰러지면 복구하는 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고 다시 해외 여행객 방문과 MICE 산업이 활성화되는 시점에 우리의 관광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아쉬운 기회손실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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