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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서프라이즈' 이끈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위기돌파 전략

세계 주요 항공사들 중 유일한 흑자…"임직원들의 헌신이 뒷받침됐기에 가능"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8.06 16:37:51
[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잇따라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는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눈길을 끈다. 

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수요 감소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44% 감소한 1조6909억원을 기록했음에도 화물기 가동률 확대 및 화물기 공급 극대화 등을 토대로 1485억원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또 당기순손익도 162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처럼 대한항공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좋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위기극복을 위해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이라는 게 자체 평가다. 

대한항공측은 "임직원의 급여반납 및 휴업 등의 비용절감 노력과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위기에도 수요 유치와 항공기 운항을 위해 전 세계 각국과 오지를 가리지 않은 임직원들의 헌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둘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세계 항공 여객수요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화물 부문이 큰 성과를 거두며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 대한항공


구체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항공은 급락하는 여객실적을 추스르고, 화물부문에 전사적 역량을 쏟으며 수익성 확보를 통한 위기대응에 발 벗고 나섰다. 

화물 직원들은 방역물품 등 적시에 수송해야 하는 고부가가치 화물을 대거 유치해 수익성을 높였고, 화물 임시 전세편을 유치했다.

또 정비 직원들은 화물기 가동률을 최대한 높여 수익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철저한 정비 및 점검과 관리에 역량을 집중해 화물기 가동률을 전년 대비 22%까지 높였다. 여기에 운항승무원들은 장거리 노선, 단거리 노선 등을 가리지 않고 안전운항과 정시수송을 위해 매진했다.

코로나19로 여객기 운항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에서도 객실승무원, 여객 직원, 지원부서 직원들 모두 제 자리에서 고객들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 방역 및 최선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했다. 

특히 초유의 사태 속에서 상당수의 직원들이 휴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회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세계 항공화물 시장의 상반기 수요가 약 15%, 공급이 약 23% 줄어들었으나 대한항공은 오히려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화물 운송실적(FTK, Freight Ton Kilometer)이 10% 이상, 2분기 기준으로는 17% 정도 증가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 대한항공


2분기 화물부문 매출도 1조225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300억원) 대비 95% 늘어났고, 이에 따라 2분기 실적이 나온 전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낸 항공사가 됐다.

반면, 여객기 위주로 항공사업을 영위하던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영국항공 등은 항공화물 공급의 약 65%를 차지하는 벨리(Belly, 여객기 하부 화물칸) 수송이 어려워지자 지난 5~6월 화물 운송실적이 전년 대비 30~45%까지 떨어졌다. 

화물기를 운영하는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도 실적악화에 직면했다. 대한항공과 유사한 노선망과 화물기단을 운영 중인 캐세이퍼시픽의 상반기 화물운송 실적이 전년 대비 24% 감소한 것을 비롯해 에미레이트항공은 28%, 루프트한자는 35%까지 하락했다.

이 같은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고공행진에는 조원태 회장의 화물시장 대응 전략이 담겨 있다. 

앞서 조원태 회장은 2010년대 장기침체와 과다경쟁으로 신음하던 항공화물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보잉777F △보잉747-8F 등 최신 고효율 화물기단 구축에 힘을 보탰다. 또 2016년 최대 30대까지 운영하던 화물기를 절반 가까이 줄이려고 했을 때에도 당시 조원태 총괄부사장은 설득을 통해 이를 관철시켰다. 반등의 기회가 머지않아 올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판단으로 유지된 대한항공의 23대 대형 화물기단은 코로나19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진 항공화물 시장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원태 회장은 항공화물 사업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 나섰다. 자사가 보유한 L.A.와 뉴욕 등 전용 화물터미널의 처리 능력을 극대화하는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고, 화물 예약·영업·운송·수입관리 전반에 대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화물시스템을 2019년부터 도입했다.

무엇보다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는 색다른 전략 역시 조원태 회장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여객기들이 잇따라 공항에 발이 묶이자 유휴 여객기의 화물칸을 이용해 화물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면,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비용까지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전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더욱 어려운 경영환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 세계 각국은 앞 다퉈 경제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고 있고, 최근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올해 항공화물 수요가 전년 대비 14%에서 최대 31%까지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소통과 유연하고 합리적인 리더십을 근간으로 협업과 모빌리티 업무가 가능한 업무환경을 통한 적시 대응체계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현장직원들을 비롯해 회사 전체 구성원들이 원 팀(One Team)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관리로 화물기 가동률을 보다 높이고, 글로벌 생산기지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노선에 대한 공급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여객기의 화물 전용편 공급도 추가로 확대한다. 이미 지난 5월부터 여객기의 기내 수하물 보관함(Overhead Bin)을 활용해 화물을 싣고 있으며, 6월부터는 여객기 좌석에 항공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한 카고 시트 백(Cargo Seat Bag)을 설치해 화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9월 이후부터는 여객기 좌석을 떼어 내고 화물기로 이용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는 등 여객기를 화물기처럼 활용하는 발상전환을 통해 하반기에도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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