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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적립형 분양' 첫 사례…"물정 모르는 정책" 비판 직면

4일 정부 발표 후 8일 만 SH공사 '연리지홈' 공개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8.12 15:39:23
[프라임경제]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 확대방안으로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주도로 서울시에서 처음 도입된다. 하지만 공개 직후부터 '물정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지분적립형 분양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 서울주택도시공사


지분적립형 분양제도란 주택 구입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입주 시 분양대금의 일정지분(20~40%)을 납부하고, 장기간(20~30년) 거주해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고 시세차익 단기회수 방지를 위해 실거주 요건과 전매제한을 대폭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인 '연리지홈'은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을 뜻하며, 시민과 SH가 함께 만드는 주택브랜드를 의미한다. ⓒ 서울주택도시공사


이러한 계획에 따라 SH공사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브랜드인 '연리지홈'을 12일 공개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저이용 유휴부지 및 공공시설 복합화사업 등 신규사업 대상지를 중심으로 연리지홈을 공급할 예정이다.

SH공사에 따르면 연리지홈은 김세용 사장 취임 후 2019년부터 서울시와 SH공사가 신혼부부·3040세대를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위해 마련된 모델이다.

내 집 마련과 취득부담 완화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를 통해 마련한 새로운 분양모델이라는 것이 SH공사의 설명이다.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신혼부부 그리고 3040세대를 포함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연리지홈을 통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며 "SH공사는 앞으로도 다양한 공공주택 모델 구축은 물론 8.4부동산 대책을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서울시·정부와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SH공사의 야심찬 발표에도 시장에서 반응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주기별로 주택규모를 늘렸다가 줄이는 것이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모습인데,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책을 접한 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한 아파트에서 20~30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물정을 모르는 소리"라며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20평대에서 30평대로 넓혀가는 것이 당연한데, 정부가 연이어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넓은 평수로 이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현실적 고민에 더해 전문가들은 이번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자칫 대출규제를 피한 새로운 '로또분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장점은 기존의 대출규제를 피해 실수요자에 대한 사실상의 대출완화"라며 "분양가 20~40%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달리 표현하면 80~60% 대출을 해준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또분양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로또분양은 인근 시세와 분양가 간 격차가 크기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만약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총 분양가가 인근 시세에 근접하다면, 로또분양 문제를 해소하면서 기존에는 분양자가 챙기던 차익을 공공이 회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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