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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1세기 과학시대에 '기도의 힘' 믿는 '아이러니'

"방역보다 종교"…신천지 이어 사랑제일교회 코로나 집단감염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8.17 16:29:54
[프라임경제] 터질 것이 터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수백명의 신종코로나 집단감염사태가 터진 뒤 나온 세간의 평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2일 처음 교인 중 확진자가 나온 뒤 양성판정을 받은 교인이 속출하면서 17일 오후 기준 300명을 훌쩍 넘겼다.

방역전문가들은 이번 문제가 비단 사랑제일교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최근 안일해진 방역의식의 결과라고 꼬집는다.

정부에서는 국내에서도 아직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세계적으로는 그 추세가 사그러들지 않았음에도 외식할인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하는 정책을 펴왔다.

여기에 일반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코나 입을 내놓는 등 방역수칙 지키기가 느슨해졌다는 배경도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왜 지난번 신천지를 비롯해 이번 사랑제일교회까지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더 많이 발생했느냐는 문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비단 교회뿐 아니라 사찰이나 성당에서도 예배와 법회를 멈추지 않고 진행해 왔다.

다만 사찰이나 성당의 경우 고정신도가 명확한데다 지역별 소규모로 종교 활동을 영위해와 감염 사례가 교회에 비해 적고 감염자도 도드라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전언이다.

문제는 감염자가 발생하고 집단감염까지 발생하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는데 있다. 팬데믹(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자그마한 실수가 감염전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전파로 '자그마한 실수'에 뾰족 눈을 할 필요는 없다는 소리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을 '기도'로 이겨낼 수 있다고 믿는 '종교맹신론'은 문제다. 신의 존재 유무와 별개로 바이러스의 전파와 감염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도를 통해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전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종교와 과학이 대립했던 중세시대에는 과학이 '이단(異端)' 취급을 받았다. 신성한 하나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행위로 과학을 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종교와 과학은 어느 정도 타협을 했다.

특히 위생관념이나 백신 등 의료분야에 있어서 과학은 종교가 끼어들 틈이 거의 없다. 성수를 바르면 낫는다거나, 기도를 하면 낫는다는 이야기들은 모두 '비과학적(pseudo-science)'인 방법들이다.

방역을 강조하는 정부를 향해 '불신'을 드러내고, 집단감염을 '기도'로 이겨내겠다는 교회의 모습 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함께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이러한 종교단체의 모습에 대한 과학자의 단상을 남겨 화제를 모았다.

김 교수는 "페스트가 창궐하자 사람들은 교회에 모여 기도했고, 모인 사람들을 통해 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이런 식으로 마을주민 전체가 며칠 만에 전멸하기도 했다. 물론 사람들은 모이면 안 된다는 것을 희생을 치르며 깨달아갔다"면서 "하지만 교회는 페스트의 원인을 인간의 타락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참회하기 위한 속죄행진을 진행했다. 이런 행진이 있을 때마다 대규모로 희생자가 나왔지만, 속죄행진은 몇 백 년 동안 페스트가 창궐할 때마다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세 페스트의 비극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되풀이될 줄이야. 중세에야 진짜 원인을 몰랐다지만, 안타깝고,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신약성경 빌립보서에는 "알고도 행하지 않는다면 헛것"이라는 말씀이 있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모든 매뉴얼을 이미 알고 있다. 종교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독단'을 위해 하나님을 더 이상 팔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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