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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지근한 카드업계 '한국판 뉴딜'…과거 실패 답습 우려

디지털·혁신금융·ESG경영, 구체적 방향·차별화 없는 답보될까?

임고은 기자 | ige@newsprime.co.kr | 2020.08.21 14:23:35
[프라임경제] "(각 카드사마다 전략이 비슷해) 주어만 바꾸면 된다."

한국판 뉴딜에 관한 사업 추진 방향을 기자가 묻자 한 카드사 관계자에게 돌아온 답변이다.

한국판 뉴딜은 최근 세계적인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비해 디지털·녹색 전환을 추진하는 범국가적 정책으로, 정부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까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환경 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이 핵심 과업이다. 정부는 총 160조원의 투자 및 19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생활과 밀접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거래는 신용사회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신용사회는 고도의 전산망에 저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디지털 혁신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뉴딜에 가장 민감해야 하는 시장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금융정보 통합관리나 핀테크 기업에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물인터넷 (IoT)을 활용한다는 그럴싸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안들은 기존에 이미 자체적으로 대다수 추진되던 내용들이다. 현 정부의 뉴딜 정책 발표와는 사실상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현재 각 금융지주사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큰 그림으로 내세웠지만 이 또한 몇해 전부터 국내외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요소일 뿐 뉴딜을 위한 혁신은 아니다. 

금융업과 보험업, 카드업 등 일선에서 이렇다 할 새로운 사업구상이나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렇게 흐른 근본적 배경에는 정부의 미진함이 한몫했다. 이는 정부가 보여주기식 행정에 급급한 나머지 기존 정책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못 이룬 탓이다. 

정부에서 알맹이 없이 밀어붙이는 통에 업계에서도 기존의 사업들을 급하게 화장(化粧)시키는 것으로 갈음했다.

심지어 업계내부에서는 '한국판 뉴딜'이 전 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추진된 창조경제의 녹색금융과 기술금융에서 탈만 바꿔 쓴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 기술금융은 현재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며, 녹색금융도 관련 상품이 대부분 판매가 중지된 상황이다. 특히 마지막 회의가 2012년이었던 녹색금융협의회는 활동을 하지 않는 '유령단체'로 전락했다.

익명을 요구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뉴딜이 (기존 정책과 비교해서) 새로울 것은 없다. 기조를 맞출 수 있는 기존 사업들을 육성하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도 "과거 이명박 전 정부 시절 녹색금융이나 박근혜 전 정부 통일금융 정책이 흐지부지 사라졌던 선례가 있다 보니 정권이 바뀔 경우 또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위 관계자는 또 "결과물은 없고, 들러리 역할만 하다가 뒷수습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경계하는 분위기"라며 "뉴딜 정책과 관련한 투자 지원과 대출은 금융권에 손을 내밀어놓고 결과물이 부실할 경우 그 책임은 금융권이 다 떠안아야 한다. 정부가 메꿔줄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한국판 뉴딜정책이 제대로 된 파급력을 가져오기 위해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판 뉴딜 자체가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이 거대한 정책에 대한 기대는 '인디언 기우제'에 불과할 수 있다.  

이처럼 현실적인 계획이나 구체적인 방안 없이 과거와 차별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점은 정책 성과를 좌지우지하는 매우 큰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은 긴 안목으로 핵심을 차근히 실천하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되어야 한다. 유명무실한 구색 갖추기보다 느리더라도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한국판 뉴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업계와 정부가 보여주기가 아닌 진정한 뉴딜에 머리를 맞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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