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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가 페이커에게 돌을 던지나?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8.24 18:01:15
[프라임경제] e스포츠 대표 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의 바통을 이어받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뜨겁다. 매년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e스포츠 대회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3억명이 시청한다는 점만 봐도 그 관심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

이처럼 명실상부 e스포츠 대표 게임으로 자리 잡은 LoL의 중심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SK telecom CS T1(이하 T1) 소속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자리하고 있다. 

'페이커' 이상혁 선수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다양하고 화려하다. 롤드컵에서만 세 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프로게이머이자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최연소·최고령 우승자, 통상 9회 우승자 타이틀 역시 그가 거머쥐고 있다.

이상혁 선수가 한국이 아닌 해외 무대에 등장하면 수많은 해외 팬들이 "페이커"를 외치는 모습만 봐도 그가 글로벌 무대에서 지니고 있는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한다.

1995년생 한국 나이 25세인 이상혁 선수는 프로게이머 중에서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실제 이상혁 선수는 올해 4월 치러진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또 한 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자신의 소속팀 T1이 2020 LCK 서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는 등 금자탑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과거 이상혁 선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거액 스카우트 제안에도 한국팀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소속팀에 대한 의리와 나라에 대한 애국심,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답변했다. 

그가 보여준 한국 e스포츠 대표 선수의 품격은 이뿐만 아니다. 항상 수많은 싸인 및 사진 요청에도 단 한 번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응하는 모습들은 이미 LoL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이처럼 전 세계에 한국을 널리 알리고 e스포츠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팬들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 선수가 최근 악성 댓글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 시발점은 이상혁 선수가 후배인 '클로저' 이주현 선수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면서 시작됐다. 한국 e스포츠를 대표하는 선수가 경기에 선발 출전하지 않자 각종 설들과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 집중된 것이다.

이에 소속팀인 T1은 악성 댓글과 악의적인 온라인 글에 대한 수사의뢰 등 강경대응을 천명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난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T1은 지난 23일 LCK 서머 스플릿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상혁 선수가 2세트 깜짝 교체 출전해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결과는 패배로 이어졌다. 

패배의 여파는 상당했다.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왕관을 쓰려는 자는 마땅히 그 무게를 견뎌야 하지만 어린 선수가 감당해야 할 왕관의 무게는 너무 버거워 보일 정도로, 도 넘은 비난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T1은 2016년 LCK 스프링 결승전에서 5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진은 있어도 몰락은 없다"고 말했다. 이상혁 선수는 이 말을 계속 증명이나 하듯 팀이 부진하더라도 극복해 나갔고, 이후 우승 트로피 4번이나 더 들어 올렸다.

그러나 일부 LCK 팬들은 이 선수의 몰락을 바라는 듯 비난을 계속 쏟아 내고 있다. 이상혁 선수가 혼자 짊어지고 있는 왕관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이제는 비난이 아닌 응원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또한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가 필히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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