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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호반건설, 생수배포서 엿보이는 강남 '총력전'

인지도 싸움서 번번이 고배…속도·수익성 중점 사업장서 '관심 증대'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8.25 08:02:20

서울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 반포상가 앞 길가에 배치된 '무인 생수제공 아이스박스' 모습. 해당 사업은 지난해부터 진행됐는데 그간 큰 이목을 끌진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강남일대에서 재건축 추진이 활발해 지면서 호반건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당 사업도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최근 호반건설이 강남지역에서 재건축사업추진이 활발한 반포지역에서 이색적인 홍보를 펼치는 모습이 강남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들은 사업수주를 위해 특정 단지에서 홍보활동을 벌이거나, 수주한 사업장의 분양시기에 임박해 단지홍보를 벌여왔습니다. 브랜드 홍보를 별도로 하기도 하지만 이는 온라인상 광고나 별도로 마련된 브랜드홍보 갤러리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호반건설은 2019년 강남에서 '무인 생수제공 아이스박스'라는 이색적인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무인 생수제공 아이스박스' 홍보는 아이스박스에 담겨진 생수를 별도의 대면활동도 없이 가져가도록 해놓은 것입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서 자리를 지키는 직원조차 없었습니다.

언뜻 사회공헌활동 같기도 한 '무인생수배포'는 호반건설이 최근 꾸준히 두드리고 있는 강남지역 정비사업과 연결해보면 의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호반건설에게 작년 2019년은 가장 빛나는 순간이면서도 가장 큰 벽을 만난 해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먼저 2019년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10위에 오르면서 '대형건설사'의 위상을 다졌습니다. 이는 2018년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치욕을 한방에 씻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3월에는 본사사옥을 서초구 우면동으로 옮기면서 '호남지역업체'라는 대외 이미지를 탈피하고 2016년부터 시도한 '강남진출'에 더욱 강한 시동을 걸었습니다. 여기에 창립 30주년이었다는 점도 더욱 의미를 더했습니다.

하지만 10위의 대형건설사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강남의 벽은 높았습니다. 실제 호반건설은 2019년과 2020년 상반기까지 강남권 정비사업장의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고배를 마셨습니다.

2016년 신반포7차과 방배경남아파트, 2017년에 방배14구역에서 패배한 아픔을 딛고 와신상담한 3년의 기간 후 신반포15차 입찰에 야심차게 참가했지만 패배를 맞봤습니다. 심지어 '역마진'을 제안했지만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복귀한 삼성물산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여기에 수주의향을 일찌감치 밝히면서 의욕을 불태웠지만, 현장설명회 당일 불참의사를 밝혔던 신반포 21차 등의 사업지도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결국 호반건설의 인지도가 강남에서 별로 높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합니다. 택지개발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기 때문에 신도시에서 호반건설과 '호반베르디움'의 인지도가 많이 올라왔지만 보수적 강남정비사업에서는 존재감이 모자랐다는 평가입니다.

이러한 전후사정을 알고서 바라본 '무료생수배포'는 호반건설이라는 존재를 무의식중에 조금씩 심어주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읽힙니다. 직원들이 구태여 말을 걸어 부담을 주는 것도 배제하고 '공짜'로 생수를 가져가도록 해 스치듯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마주하게 합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무인 생수제공 아이스박스는 올해 상반기까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지난해만 해도 강남지역 거주민들 사이에서 "호반건설이라는 곳에서 생수를 나눠주는데,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다"는 말이 대부분이었고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호남지역회사" 정도가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평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호반건설이 삼성물산과 신반포 15차에서 맞붙으면서 이슈가 된 이후 조금씩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생수를 가져가는 시민들을 인터뷰 한 결과도 정비사업에서 호반건설을 한 번 더 살펴보겠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최근 조합설립을 서두르는 단지들 사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 단지들은 그간 주민 간 의견대립이나 사업성의 부정적 전망 등을 이유로 사업진행이 더뎠습니다. 

그러다 최근 정부에서 공공재개발이라는 유인책과 조합원 거주요건 강화라는 규제를 동시에 내놓으면서 속도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관리력과 강남진출을 위해 '양보'를 할 여지가 큰 호반건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지가 충분합니다.

신반포2차 주민 L씨는 "신반포15차에서 삼성이랑 맞붙은 회사로 안다. (생수를 나눠주는 것을 보면) 최근 디테일한 부분까지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면서 "주민 간 의견이 나뉘면서 조합설립에 이르는 것도 오래 걸렸다. (호반건설이) 강남진출 의지가 크다고 하니 입찰하게 되면 꼼꼼히 살펴볼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신반포 15차 주민 K씨는 "아이스박스 생수를 보고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에 사는 지인들이 호반건설에 대해 물어오는 연락이 늘었다"면서 "강남사람들이 그룹사 계열의 대형건설사를 찾았던 것은 '특별함'과 '신뢰성'이 큰데, 아파트 외형상으로 강남과 비강남을 구분하기 힘들어지니 '하이엔드' 브랜드가 나온 것 아니겠냐. 호반건설이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SK건설에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를 내주고, 한화건설에게 뒤져 12위에 안착한 호반건설로서는 강남진출이 조금 더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난 1년간 뿌린 씨앗이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는 만큼, 호반건설이 강남이라는 '벽'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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