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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선진화' 포장지 벗겨보니…비리천국

광해관리공단에게 '법치'보다 우선한 '눈치'

강경식 기자 | kks@newsprime.co.kr | 2020.08.26 07:42:08
[프라임경제] 오늘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평가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한국광해관리공단 사옥. ⓒ 한국광해관리공단


10년 전 오늘(26일), 감사원은 한국광해관리공단에게 '공공기관 선진화 모범기관'에 해당한다며 표창장 수여를 결정했습니다. '선진화'의 '모범'이 된 광해관리공단, 감사원은 어떠한 기준으로 이러한 평가를 내렸던 것일까요.

앞서 2009년 3월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경영혁신'을 화두로 내걸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추진방침을 확정합니다. 이때 확정된 공공부문 선진화 기본방침은 '민간과 경쟁하는 분야는 민영화를 통해 민간부문 활력을 제고하는 것'과 '공공부문에도 민간 경영기법을 도입해 경영효율화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끝난 뒤 기획재정부가 2015년 발간한 '이명박정부 국정운영백서'에는 최대 치적의 하나로 '공공기관 선진화'가 '경제시스템의 업그레이드'로 표현됐습니다. 해당 문서는 19개 기업의 민영화를 비롯해, 공공기관 통폐합과 경영효율화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10년 전 오늘로 돌아오겠습니다. 평가를 시작한 첫 해 광해관리공단은 '2009년도 인건비 자연 증가분을 자진해 삭감했고, 2010년 3월 이후 노조 전임자를 운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노사가 합심해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 기조에 적극 협력했다'며 감사원창 표창을 받게됐지요.

특히 감사원은 광해관리공단을 수상기관 중 모범사례로 지목했습니다. 감사원은 '2008년 감사에서 기본연봉에 편입된 출퇴근보조비를 다시 부활시켜 지급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자 2008년 11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직원보수규정'을 개정, 2009년도 인건비에서 출퇴근보조비 약 3억4200만원(1인당 연 180만원)을 삭감해 실질적인 급여 수준을 낮췄다'고 광해관리공단의 업적(?)을 설명했습니다.

실질연봉을 낮췄기 때문에 정부추진 과제인 공공기관 선진화에 일조했다는 판단입니다. 하지만 2013년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광해관리공단의 '출퇴근보조비 삭감'은 이명박 정부와 감사원의 치적사항이지만, 2011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시정지시를 받았습니다.

국감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순옥 전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서울노동청이 공문을 통해 광해관리공단에 전달한 판단은 '공단 측이 공단 근로자 172명의 임금 6억7000만원을 지급기일 연장합의도 없이 임금정기지급일에 미지급해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청산)를 위반했고, 마찬가지로 퇴직근로자 18명이 임금 3615만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받지 못해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지급)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정지시를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광해관리공단은 근로기준법 위반의 배경으로 앞서 설명했던 '감사원 지적'을 제시했지요. 헌데 자진 삭감을 결정한 주체는 광해관리공단의 이사회였습니다. 즉, 이사진이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반영하겠다며 직원보수규정을 뜯어 고쳤고, 이를 즉시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생략된 과정을 들여다보면 감사원 표창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감사원은 해당 보수의 지급대상인 직원들이 아니라 이사진이 내린 결정을 일방적으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것에 대해 문제삼지 않고, 되려 칭찬하고 나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법치주의보다 치적정치를 우선하는 현장은 생중계를 통해 보도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정부가 실정법보다 정책과제에 따른 판단을 우선하도록 독려했고, 공공기관이 이를 반영할 경우 표창장도 받고 국정감사장에서도 위법행위에 대한 면제부로 사용됐다는 사실은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광해관리공단이 감사원으로부터 표창장을 수여받은 사례에서 당시 공공기관 선진화가 담고있던 의미 일부를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선진화 과제를 모범적으로 수행했던 광해관리공단의 경영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국감 당시 노동청에 이를 고발한 직원들의 불만을 막기 위해 광해관리공단도 노력합니다. 즉 실질적인 수령 연봉의 변화를 상향하는 것으로 추가 반발을 무마하려 했지요. 이는 광해관리공단의 평균연봉정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광해관리공단의 연봉은 실질임금항목인 '출퇴근지원비'의 삭감과 관련없이 높은 상승률을 이어갑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한국광해관리공단 평균연봉 추이. 그래프 = 박성현 기자


2009년을 기준으로 도드라지는 급여인상은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입니다. 2009년 5528만원으로 당시에도 높은 수준의 광해관리공단 정규직 평균임금은 2019년 7816만원으로 치솟았습니다. 물론 광해관리공단의 법률적 설립근거인 '광해 방지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정당한 인건비라면 아깝지 않은 비용이지요.

이렇게 연봉과 안전성을 갖춘 일자리로 알려지자, 입사를 원하는 예비취업자의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결코 나타나지 말았어야 할 채용비리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강원랜드의 채용비리가 한창 세간을 시끄럽게 만들던 2017년, 국정감사를 통해 광해관리공단의 채용비리도 세간에 알려지게 됩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전 국민의당 의원이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인사 및 채용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특수이해관계자 7명이 입사해 현재 1명만 퇴사하고 6명이 재직중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5명은 상대적으로 입사의 문턱이 낮은 계약직 특채로 입사해 일정 기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특히 상급기관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의 딸은 계약직 특채로 입사한지 15일만에 정규직 전환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광해관리공단의 채용비리는 2004년부터 지속돼 왔으며, 감사원으로부터 선진화 모범사례로 평가돼 표창까지 받던 2010년에도 벌어졌습니다. 2018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에 따르면 광해관리공단은 고위 관계자의 자녀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이후 정규직 전환 시험에서 면접 최고점을 주고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또한 광해관리공단은 2016년과 2017년 음주운전 및 음주측정거부로 단속된 직원에게 '감봉' 처분을 내리고, 지난해에는 성폭력 가해자를 '정직' 처분하는 등 제식구 감싸기도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내부 규율이 느슨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10년전 광해관리공단에서 추진됐던 '공공기관 선진화'가 무엇을 목적으로 한 선진화였는지 제대로 된 답을 국민들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채용비리를 눈감아주고 내부 규율을 느슨하게 운영하는 것이 선진화는 아닐 것입니다. 

광해관리공단이 투자한 자회사의 실적 개선도 일천합니다. 강원랜드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실적을 차기도 어려울 뿐더러,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창궐로 강원랜드의 영업일수도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정상적인 운영으로 수익을 낼 환경이 아닌 것이죠.

그 와중에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방만경영 대표사례로 손꼽히는 광물공사와의 합병도 난항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지난달 26일 두 기관을 통합해 한국광업공단을 신설하는 내용의 '광업공단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광해관리공단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구조조정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네요. 

10년전 선진화로 포장됐던 '눈치경영'과 '채용비리' 그리고 이후에 밝혀진 느슨한 규율 등 결국 선진화와 멀어진 광해관리공단의 거리도, 이명박 정권의 부실 공기업 뒷처리도 까마득한 숙제로 남은 채 현재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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