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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삼성생명법' 개정안 발의 '파급효과' 주시

삼성 그룹 지배구조 '기우뚱'…시장경제 후폭풍 우려 높아

임고은 기자 | ige@newsprime.co.kr | 2020.08.26 18:10:07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국회통과 여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삼성생명은 회사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국회통과 여부를 두고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 보유 제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지난 6월 각각 대표 발의한 안건이다.

현행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가 자회사 발행 채권 및 주식 합계 금액이 총자산의 3%를 넘을 수 없다. 기존에는 이 증권보유 한도를 취득원가로 계산했지만, 개정안에서는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달 예정된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 지분을 상당수 매각해야 한다. 그 규모는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 금융기관과 '형평성' 명분…사실상 삼성 '정조준'

이번 개정안의 대외적 명분은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사가 이미 보유한 주식가치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에 형평성을 맞추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것은 해당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영향을 받는 기업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주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1980년 당시 주당 약 1072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했다. 현행 보험업법을 적용해 '취득원가'로 총액을 산정하면 5400억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 2분기 기준 삼성생명 총자산인 309조원 대비 0.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가를 적용하는 경우 상황이 반전된다. 지난 25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5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8조6600억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대비 9.27%에 달한다.  

개정안에 따른 기준에 맞추려면 무려 20조원 상당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것. 여기에 매각 차익으로 인한 법인세도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 이목을 끌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기우뚱' 오너일가 경영권 '위태'

문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028260) 지분(17.48%)을 통해 그룹 전체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와 삼성전자 지분 5.01%를 보유 중이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 중이다.

만약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할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가진 그룹지배권에 대한 고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경제를 견인하는 삼성 일가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경우 파장은 삼성 계열사에만 미치지 않는다. 매각 유예 기간을 최대 7년으로 잡아도 한 해 3조원 규모 물량을 쏟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식시장은 물론 보험가입자들에게도 후폭풍이 미칠 수 있다. 

매각 시점과 기간에 따라 배당재원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에 배당을 받는 보험 계약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매각 차익을 유배당 보험상품 계약자에게 배당해야 한다. 다만 역마진 손실을 우선적으로 상쇄할 수 있다.

7년간 균등매각을 진행하게 되면 배당여력이 소진돼 계약자가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일괄매각하는 경우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매각 기간이 길수록 삼성생명 입장에서는 유리한 반면 보험계약자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보험업법 개정안을 검토했던 이용준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은 "보험회사가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면, 증시에 영향이 클 수 있다"며 "소액 주주를 포함해 다수 이해관계자도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배구조 단순화 '대안'…자금조달 압박 '고민'

현재 금융업계에서는 보험업법이 시행될 경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서 소화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배구조도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단순해지는 것은 물론, 지분율 변화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경영권도 유지할 수 있다. 

삼성물산 지분매입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향(스왑)으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된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22조 5000억원)를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식이다.

스왑거래가 성사되면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가 되며, 자회사 지분가액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지주사로 전환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막대한 자본 조달 문제로 현실적으로는 지주사 전환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지주사의 경우 법적으로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5%에 불과해 15% 가까운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이 경우 무려 50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 확보가 필요하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해도 자금이 부족하다.  

이 연유로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대안으로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가 총자산 50%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는 '사업지주회사' 구조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회사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며 "현재 일각에서 다뤄지고 있는 대안도 업계 추측일 뿐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는 것을 전제로 "사실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 투자처를 찾기는 힘들다. 주변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배를 자른다'라는 이야기도 많이들 한다"며 "내부에서도 이러한 고민으로 매각 이슈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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