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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푸른바다거북' 방류, 겨우 살려…"지금은 환경 더 심각"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8.28 07:55:32
[프라임경제] 10년 전 오늘 2010년 8월28일은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포구에서 위성추적장치가 부착된 푸른바다거북(green sea turtle)이 방류된 날입니다. 

이날 방류된 푸른바다거북은 제주도 연안에서 그물(정치망)에 걸려있는 상태에서 구조돼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치료받은 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죠.

제주 해녀들이 푸른바다거북을 방류하기 위해 바다로 옮기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푸른바다거북은 바다거북과에 속하는 대형 거북이로, 전 세계의 열대와 아열대 해양에 주로 분포해 있는데요. 푸른바다거북은 약 24~46cm까지 자라며 이끼나 물풀을 먹고산다고 합니다.

다만 푸른바다거북은 국제자연보호연맹(IUCN)과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서 모두 '멸종위기종'을 선정돼 있는 동물인데요. 이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보호조치가 내려져 있어 채집·가해·도살이 완전 금지돼 있죠.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푸른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하고, 산란장을 지키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마련했음에도 아직까지 푸른바다거북은 멸종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푸른바다거북이 멸종위기에 놓인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이는 푸른바다거북의 알과 살이 모두 별미로 여겨져 불법으로 포획 또는 도살되거나 버려진 해양쓰레기들로 인해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폐그물에 걸려있던 푸른바다거북이 발견, 구조돼 해양동물 전문 치료 기관에서 치료한 뒤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졌다는 언론 보도를 심심치 않게 보셨을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각종 해양쓰레기인데요. 사체로 발견된 푸른바다거북을 부검한 결과 장 내 해양쓰레기(밧줄·끈·스트로폼·비닐·플라스틱) 등이 계속 확인되고 있죠. 심지어 구조돼 치료받은 뒤 방류됐지만 10여일 만에 다시 사체로 발견된 거북이 장 내에 200점이 넘는 해양쓰레기가 나온 적도 있습니다. 

푸른바다거북은 인간과 달리 한번 삼킨 것을 토해낼 수 없어 해양쓰레기가 장으로 들어가면 복막염이 유발되거나 장이 파열돼 죽게 된다고 해 푸른바다거북에게 해양쓰레기는 '독약'과 다를 게 없는 것이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푸른바다거북이 해양쓰레기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례들이 다수 존재하는데요. 그중 코스타리카 해변에서 코에 빨대가 박힌 푸른바다거북이 발견돼 이를 빼낼 때의 고통스런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돼 국제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어린 푸른바다거북의 모습. ⓒ 연합뉴스


10년이 지난 현재 멸종위기에 놓인 푸른바다거북이 각국의 노력으로 과거와는 다르게 안정적인 생태계를 꾸리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해안가 개발로 인해 산랑장이 줄고, 서식지가 사라져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 푸른바다거북이 많이 발견되는 제주에서 산란과 번식을 했던 흔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산란지가 아예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는 조사 결과가 존재합니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해 바다거북 개체군의 99%가 암컷으로 태어나 멸종위기에 가속화될 것이라는 절망적인 연구 결과도 존재하는데요. 푸른바다거북 특성상 온도에 따라 성(性)이 결정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성불균형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비영리환경단체 지구의 날 네트워크(EDN)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바다거북의 알은 주변 온도가 상승할수록 암컷이 부화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며 "수컷 개체 수 부족으로 종족 번식이 위기를 맞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2018년 발표 자료에도 호주 북동부 연안에 사는 푸른바다거북 암컷 비율이 △어린 거북 99.1% △성장기가 거의 끝난 거북 99.8% △다 자란 거북 86.8%인 것으로 나타나 성불균형에 얼마만큼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죠.

위성추적자치가 부착된 푸른바다거북이 방류되는 모습. ⓒ 연합뉴스

이처럼 인간과 공생해야 할 해양생물 종들이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고, 고통받으며 처참하게 죽어나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10년 후에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해양쓰레기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어 푸른바다거북이 더 이상 폐그물에 걸리거나 비닐을 삼켜 폐사하지 않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성불균형으로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는 등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돼 멸종위기에서 벗어나 바다 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만을 보게 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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