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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의 '긴급선출' 변덕? 日 차기 총리 선출 초미의 관심사

코로나 대응 등 위기 국면 속 주요 계파별 움직임과 조율 따라 '결론 출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8.31 14:46:08

[프라임경제] '아베 신조 시대'가 끝나는 상황에서 일본의 차기 총리 선출 방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웠지만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 인기 하락 압력에 못 이겨 물러나는 구도가 형성돼, 집권 자민당으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총리로 연결되는 자민당 차기 총재 선출 방식을 놓고 물밑 싸움이 한창 전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집권 자민당은 다음 달 1일 총무회를 열어 차기 총재 선출 방식을 확정한다. 이 와중에 일반 당원 등 여론의 향배가 자민당에 직접 작용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높아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민당 총재 선거는 소속 의원과 전국의 당원이 동수(현재 각각 394명, 즉 총 788명)로 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긴급성이 인정되는 경우, 소속 의원과 각 도도부현(각급 지방자치단체) 지부의 대표들만 표를 행사하는 방식(394명+194명=총 535명)이 채택될 수 있다.

내달 1일 결정될 방식이란, 바로 이 긴급상황의 투표로 결정될 가능성이 거론됨을 의미한다. 직접 대치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나, 우리의 당내 경선에 비유하자면, 일반당원이나 권리당원 투표 혹은 여론의 관심 환기를 위한 일반여론조사 등이 배제되고 국회에 들어가 있는 자기 정당 의원들 및 지역의 대의원들 간에 내부 합의로 당의 주요 후보를 결정해 국민 앞에 선보이겠다는 것.

내각제 특성상 다수당의 내부 관계가 바로 정부 주요 포스트의 인선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으로, 대통령제에 익숙한 우리의 감각으로는 빠르게 와 닿지 않는 면도 적지 않다. 특히 '계파 정치' 면이 이번에 큰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 원인으로는 자민당으로서는 다음 중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 정권 전반의 관리 능력과 함께 당 장악력 등 다양한 문제를 모두 염두에 두고 차기 총재를 뽑을 필요가 높다는 점이 거론된다. 현재 정권을 쥐고 있는 자민당의 차기 총재 자리는 다음 총리로 막바로 연결되는 상황. 

이는 주요 계파들의 표심 향배에 차기 총재 즉 다음 총리감 낙점 상황이 요동친다는 것이 되므로, 실제로 이 같은 방식으로 결론이 지어진다면, 주요 후보로 꼽혀 온 '무계파'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큰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군소 후보로 꼽히던 고노 다로 방위 장관 등의 당선 가능성도 수면 아래로 사라지게 되는 부수적 상황도 예상된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로, 당내 의원 기반이 취약한 반면 당원 및 지방 지지층이 튼튼하다는 평이다. 여론 조사에서도 상당히 선전했지만 당내 경선 방식이 바뀌면 가장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서 급부상하는 인물이 바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이다. 그는 아베 사퇴 국면에서 차기 총리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지만 급선회해 도전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내각의 주요 위치인 관방 장관을 역임해 정권 연속성 면에서 안정적이라는 평을 듣응다. 

관방 장관은 한국의 장관 직제에는 유사한 자리가 없으나, 대략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과 옛 총무처 장관 등을 혼합한 듯한 위상으로 풀이되고 있다. '레이와 연호 발표'에 스가 장관이 나섰던 점을 떠올리면 된다. 실제로, 이 새 연호 발표를 계기로 '사인을 부탁받는 정치인'이 되는 등, 대중적 인기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 교도통신-연합뉴스

선거 방식 변화 등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바뀌는 상황도 당내 주요 계파들이 그와 민감하게 접촉, 상호작용 끝에 떠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렇게 되면 당초 아베 총리가 자기 후임으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의 차기 총리 당선 가능성은 옅어지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낙점'에 가장 큰 자민당 내 계파인 호소다파가 기시다 총재 만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전제 자체가 흔들리게 되기 때문. 이미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와 3번째로 큰 다케시타파에서 스가 장관과 접촉하고 지지 결심을 굳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제1 계파에서도 자민당에 유리한 장기 방향 설정을 이유로 '기시다에서 스가에게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당장 기존 방식으로 방향을 잡느냐 혹은 긴급한 상황을 이유로 선거 방식을 트느냐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민당이 향후 정국 운영 방향성을 무엇으로 두는가의 상황이다. 일단 안정성에 기반한 장기 집권 방식으로 둘 것인지, 대중적 의사 반영을 토대로 정치적 주도권 굳히기로 나아갈지의 선택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이런 정국 개편과 주인공들의 각축전 상황에서 한일 관계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 리스트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로나 정국과 경제 문제 등을 위주로 한 구도 정립이 일단 일어난 다음에, 한일 관계에 대한 자민당 차기 총재 즉 유력한 차기 총리감의 내심 방향 풀이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처는 쉽지 않다. 다만 현재 거론되는 인물들의 성향을 중심으로 전개 방향을 예측하고 접점을 모색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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