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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희미해서 문제? 차기 日 총리감 3인 '한국 전략' 예측 분분

접점 모색 난제 우려 와중에도 대화 모색 필요성 정치 감각에 기대감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8.31 14:40:11

[프라임경제] 아베 신조 총리의 퇴장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차기 일본 자민당 지도부 구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차기 총재가 곧 다음 총리감으로 연결지어지고, 계파 정치가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내각제 특성상 우리로서는 낯선 면이 적지 않다. 

자민당에서는 차기 총재 선출을 놓고 투표 방식을 무엇으로 할지 등 여러 논의가 오가면서, 유력 총재감이 뒤바뀌는 등 요동치고 있다. 다만 확실한 점은 당내 컨센서스가 '제1당 자리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 않냐는 대목이다.

일반 당원과 국민 의중이 중시되는 기본 선출 방식으로 가든, 지금 갑자기 부각되고 있는 긴급 상황 선출 방식, 즉 의원과 도도부현 등 각급 지역을 대표하는 주요 당 인사들 사이의 선출 방식으로 가든 단순한 계파 이익 싸움으로 폄하할 일은 아니다. 

'자민당 집권 능력 관리'가 가장 큰 화두이고 이에 걸맞은 인물을 뽑는 게 무엇이냐는 점에서 저울질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아베 시대의 퇴조? 아베 다음은 아베? 논의 분분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당초 총리 도전에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입장을 바꿨다. ⓒ 연합뉴스

현재의 상황을 놓고, '아베 이후도 어차피 아베'라는 전망이 일단 제기된다. 아베 퇴장 이후의 내각이라도 당장 전임자와 크게 다른 정책을 펼칠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점이 이 전망의 기조다.

아베 내각은 경제 회생을 기치로 인위적인 엔화 가치 조절 및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 등으로 일명 '아베노믹스'을 추진한 바 있다. '잃어버린 20년(장기 경제불황)'에서 벗어나는 듯 했으나, 결국 갑자기 돌발한 코로나19 문제로 경제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다음 정권과 손발을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급부상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지 트럼프 재선으로 안착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시대의 백악관은 일본을 우방으로 취급하면서도 '청구서'를 불쑥불쑥 내밀며 곤란하게 해 왔다. 

여기에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현재 차기 총리가 어떤 기조로 한국과의 관계를 풀어갈 것이냐는 문제에 현지 언론 등이 무게를 두고 바라보지 않는 점은 이런 맥락 때문이다. 

각종 문제들간의 우선 상황에서도 일단 뒤로 밀리는 면이 있고, 전임 총리의 정책 기조에서 크게 방향을 변화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총리 교체 구도와 한일관계를 조망해 보아야 하는 한국의 고심이 있다.

◆'귀찮은 나라' 시각은 당분간 여전…돌파구 이점이 '한국의 자산'

현재의 상황에서 '다음 총리 만들기'의 주요 축들인 주요 계파의 향배를 살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될까? 다음 총리감의 낙점 방향을 점치는 것은 몰라도 정권 방향 점치기에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거기서 거기'라는 난제가 부각되기 때문인데, 이유는 이렇다. 

현재 부각되는 차기 자민당 총재 즉 다음 총리 후보군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인물인데, 앞서 설명한 선출 방식 변경 가능성으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내 계파전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문제 때문이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당초 아베가 자신의 후임감으로 점찍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뒤에 물러나 있던 스가 장관이 총리 도전으로 선회하면서 중요성 하락 위기에 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당내 2대 파벌인 아소파와 3번째로 큰 다케시타파에서 스가 장관과 접촉하고 지지 결심을 굳히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가장 큰 계파(아베 총리도 이에 속함)인 호소다파가 결심을 굳히느냐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자민당 내 제2 계파로 꼽히는 카게시타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의 발언(2017년 1월 한일 스와프 관련 "한국에 돈을 빌려줬다 못 받을 수 있다")은 예사롭지 않다. 

이에 더하여, 이번에 자민당 총재 선출 방식 결정을 일임받은 것으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역시 같은 해 1월, "한국은 중요한 국가이긴 하지만 논의 대상으로는 귀찮은 국가")의 발언 이력도 친한 성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선거 방식과 캐스팅 보트 행사 가능성 등에서 부각되는 주요 인물들이 모두 기존 아베 내각의 사고관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차기 총리 결정과 이후 정책 방향의 영향 가능성 등에서 한국에는 어차피 불리하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재선 문제와 대중국 관계 등에서 한국을 일종의 돌파구로 활용할 필요성은 남는다. 친미 성향만 확고히 전개하면 되던 과거와 달리 불확실성이 높은 트럼프 백악관을 다시 상대하든, 교체된 민주당 미국 정부와의 탐색전을 전개해야 하든 간에 다양한 수를 전개하기 위한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일본 내부에서도 현재의 한일간 경색 상황은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독주 때문이라는 시각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베 총리의 강경 입장과 지나친 주도권 행사로 일반적 외교 채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부각되고 있다.   

즉, 한국 문제를 계속 불편하게 두고 가는 대신, 어떻게든 한일 무역 문제와 지소미아 관계의 정상화 등 안보 협력 등을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아질 수 있는 것. 다음 내각에서는 아베 집권기처럼 과도하게 위안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거나 일방적으로 수출규제를 감행하는 등 외무성(우리의 외교부)을 무시하는 정책 추진과는 달리 외교 채널 정상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걸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귀찮은 나라' 시각 대신 '대화 가능성 인식' 가진 인물 누구?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중국과 한국에 우호적인 색깔의 인물로 평가되나, 당내 경선 방식 변경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 연합뉴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자민당 총재감으로 누가 유력하냐에 대한국 정책 변화 가능성이나 득실 전망이 크게 좌우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그보다는 각 인물의 정책과 사고관의 틈을 어떻게 파고들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에 한국은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관전할 필요가 제기된다. 

우선 투표 방식 변화 가능성이 요동치면서 갑자기 당선 가능성이 급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을 보면, '친한파'라는 평이 우선 눈에 띈다. 다만 친한 성향이 두드러진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주변 외교 관계에서 원만함을 강조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언론에서 차기 일본 정국 전개 방향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띄우려는 움직임이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강행을 이유로 일본이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방일 계획을 취소하는 상황 속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반대의 목소리를 냈고 중국이 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한국으로서는 당장 가장 적당한 파트너일 수 있는 색깔의 인물인 셈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 장관은 앉아 있는 자리만큼이나 특수한 인물. 우리의 직제에는 없는 이 관방 장관 자리는 대통령 비서실과 옛 총무처 장관 등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는 자리다. 아베 총리를 보좌하는 성격의 자리로 볼 수도 있지만, 행정 주요 결정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관장하는 경험을 가진 만큼 스가 장관의 정치적 비중을 크게 부각시킨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스가 장관으로서는 지나온 아베 시대의 한일 관계 등 모든 문제의 경험을 축적하는 한편, 향후 일본에 필요한 문제를 가장 잘 조망하는 시각을 얻었다고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스가 장관의 한국 관련 시각을 풀이할 때, 반한 측면으로 돌아섰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권의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나 징용 배상 요구 이후에는 강경파로 바뀌었다는 해석이다. '배신감의 깊이' 때문에 곤란한 맞수가 되어 버렸다는 우려다.

다만, 2013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국면에서, 당시 한일의원연맹 일본 쪽 회장인 누카가 후쿠시로 의원이나 스가 장관이 참배를 끝까지 만류한 것으로 알려진 점 등은 '그래도 기본은 하지 않겠느냐'는 일말의 기대감을 남기고 있다. 스가 장관의 기본 색깔을 합리성과 기본적인 이해도가 높은 친한 성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가 장관이 이병기 전 주일 대사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했던 이력도 이런 기대감을 높인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자기 색깔이 희미하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는 약점이 있다. 다만 한일 과거사 정리의 필요성에 공감도가 있어 우리로서는 다시 만나도 좋을 인물로 볼 여지가 있다. 사진은 기시다 정조회장이 외교부 수장으로 있던 당시 영국 당국자와 대화에 나선 모습. ⓒ 연합뉴스

'포스트 아베'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중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하락하고 있지만,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도 양국 관계 정상화에서 다시금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기대를 모은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당내 의원 지지도가 높다. 다만 대중적 인기가 낮다. 총재 선거까지는 몰라도, 정작 중요한 '자민당의 다음'을 구축하기에 약하다는 평가가 문제다. 즉, 다음 중의원 선거를 이끌기에는 기시다 카드로는 부족하지 않냐는 점에서 주요 계파들이 스가 장관 낙점으로 방향성을 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 바로 다음 총리감 경쟁에서는 밀려나는 구도지만 나중에 다시 부각될 가능성 측면 등 여러 면에서 여전히 들여다 봐야 할 인물이다. 일본 자민당이 자칫 '총리의 잦은 교체 국면'으로 흐를 불안정성을 점치는 외신들도 있다. 바꾸어 말하면, '중의원 선거 이후 등 다양한 면에서 장기적으로' 그의 재부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기시다 간사장의 이력 중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2012~17년간 외무 장관을 역임했다는 점. 그리고 한국(당시 박근혜 정권)과 위안부 합의 주도한 것도 그다. '마이니치신문'은 외무성 관계자를 인용, “기시다 전 외무상(외무 장관)이 없었으면 합의금(10억엔)은 한 자리 수 더 낮아져 한국과의 교섭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기존 결실을 엎었다는 점에서 느끼는 반발 심리는 일단 차치하고 보면, 한국과의 대화 필요성 과거사 매듭짓기의 당위성 등을 공감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다시 만나면 좋을 인사' 후보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지금 당장의 총리감으로 약하다는 내부 평가가 있고, 이 점이 어떻게 작용할 지의 문제 말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과 나중에 재부각될 여지가 많은 인사라는 점에서 장기 숙제로 계속 볼 필요가 우리에겐 여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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