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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넘버 3'의 만만한 깡패, 이젠 삼성이 그 역할?

정치적 갈등 속 공감대 논란 놓고 분분…불식할 공정한 공소유지-판결 절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9.01 19:05:33

[프라임경제] 오래 전 영화지만, '넘버 3'라는 깡패 세계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조직폭력 수사 일인자'인 조승식 전 검사를 모델로 삼았다느니 해서 유명세를 치렀던 영화인데, 당시로서는 대담하게도 조직에서 현직 검사를 살해하려고 하는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자신을 살해, 묻으러 나온 중간 보스(한석규 분)에게 조폭 수사 전문 검사(최민식 분)가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깡패나 깡패를 수사하는 검사나 같은 신세"라는 게 요지인데, 거악 척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치인 혹은 재벌 등에 비해) '만만하니까 깡패만 잡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손에 피 묻히면 결국 당사자도 제거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오간다.

이번에 삼성 관련 비리를 오래 수사하던 검찰이 결국 기소 결론을 내렸다. 앞서 특검이 밀어붙인 국정농단 사건에서의 삼성 관련 부분 즉 삼성이 승계 문제 해결을 위해 전 정권에 줄을 댔다는 문제는 이미 대법원까지 올라간 바 있다.

결국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 돼 진행 중이지만 어쨌든 진도는 늦지 않다. 이번에 기소 결론이 난 것은 바이오로직스 부분이다.

기소심의위원회의 의견에 배치되는 등 무리수도 그렇지만, 검찰에서 너무 오버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등장 이후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다른 사건에 비해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고, 각종 잡음이 보태진 탓이리라.

그래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제 검찰과 법무부 간 역학 구도가 복잡해진 상황 속에서 검사들의 '대동단결'로 삼성이 몰매를 지나치게 맞는 게 아니냐는 의문 지점일 것이다. 

윤 총장은 오래 끌어온 각종 사건이 공회전되거나 정권 실세들에 의해 막혀 갑갑하고, 현 정권이나 그에 가까운 검찰 인사들도 재벌 개혁 측면에서 삼성 건을 강행하고 싶어하는 점에서 실로 특이하게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설인데, 설마 이러랴 싶으면서도 우려되는 바 없지 않다.

만만하니 깡패만 잡는다는 검찰 논리가 자칫 화난 김에 재벌은 못 치랴는 기우인 셈인데, 글쎄, 하필 '소부장 전쟁'을 놓고 일본과 다투는 상황 속에서 차세대 먹거리는 물론 대일본 역학관계에서까지 중요한 장수 중 하나인 삼성 그리고 JY를 굳이 지금 초극단으로까지 몰아갈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소를 놓고, 법리의 냉철하고 객관적 문제에서만이 아니라 여론 향배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검찰이 기소심의위원회 결론까지 척져가면서 택한 기소 결론이 냉철과 객관 그 자체이길 바란다. 만만한 상대만 때린다는 자조는 영화 속 검사에게나 가능한 것이지, 실제의 검찰 세계에서 존재하도록 허락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윤석열 대 이성윤' 갈등 스트레스로 맞아야 할 정도의 존재가 삼성인지에는 다양한 이론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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