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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년 160만건' 부동산거래분석원 실효성 있나

국토부 "약 2%, 3만6000건만 조사대상"…100명이 하루 1건 처리해야 가능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9.07 11:59:24
[프라임경제] 약 161만 건.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2019년 전체 부동산거래 신고건수다. 국토부는 이 중 거래과정 등에서 불법행위 가능성이 높은 의심거래에 한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략 2%에 해당하는 3만6000건이 그 대상이다.

의심거래 기준은 시세와 거래가격이 현격히 차이 나는 △업·다운계약 의심거래와 가족 간 대차 의심, 차입금 과다, 현금 거래 등 △정상적인 자금 조달로 보기 어려운 거래건, 미성년자 거래 등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거래 건이다.

이렇게 선별된 3만6000건의 거래를 13명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하 대응반)이 일일이 소명자료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13명이 3만6000건을 다 들여다봤는지도 의문이라는 점이다. 13명이 3만6000건을 조사하려면 1명이 1달에 230건 정도를 처리해야한다. 주말을 안 쉬고 일해도 하루 7.7건을 처리해야하고 주말을 쉴 경우 하루 10건 이상을 점검해야한다.

제4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대응반의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의 실적을 보면 이러한 조사는 불가능에 가깝다.

발표에 따르면 대응반은 3개월 간 전국의 9억원 이상 고가 주택거래 1705건을 조사해서 811건의 위반의심사례를 적발했다. 대응반 1명당 한 달에 43.7건, 하루에 2건 정도를 조사한 셈이다. 그런데 이 중 범죄행위로 판단돼 형사 입건된 건수는 30건, 수사 중인 건은 395건에 불과하다.

정부에서도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확장 신설해 대응반의 업무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은 그 규모가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100여명 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0명 내외가 될 경우 휴일을 제외하고 하루 1.3건 정도를 처리하면 3만6000건을 처리할 수 있다.

국토부에서 부동산거래분석원은 자금조달계획서 등이 제출되는 매매만 대상이 되고 전월세는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토부에서 전체거래 161만건 중 3만6000건을 골라내는 방식에도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9월3일 발표한 설명 자료에 따르면 자금조달계획서와 거래계약서에서 의심정황이 발생하면 조사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정상거래로 판명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이상거래로 추출하거나 실거래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서류상에 문제가 없으면 부동산거래분석원의 레이더망에 들어오지도 않고 면죄부를 받게 되는 셈이다. 100명이 서류상 하자사항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검사해도 161만건을 들여다보려면 하루 61건을 점검해야 한다. 제출된 서류만 살핀다고 하더라도 그냥 오탈자를 살피는 수준을 벗어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부동산거래분석원도 앞서 대응반과 같이 실효성에 대한 신뢰가 탄탄해지기 어렵다. 분명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없던 때보다는 불법행위 근절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 정적(政敵)을 치기 위한 정권의 칼날 노릇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왕 만든다면 정권과 독립된 조직을 구성하면서 대규모 인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생기기도 전에 실효성에 의문을 받는 부동산거래분석원에 대한 정부와 국민들의 심도 있는 고민이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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