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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계속된 LG화학 vs SK이노 공방…"대화는 계속"

4일에 이어 6일에도 각사 주장 담은 입장문 통해 비판 이어가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9.07 15:51:47
[프라임경제]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 특허를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양사 간 공방이 지난 주말까지 이어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4일에 이어 6일 잇달아 자사의 주장을 담은 입장문을 내놓으며 소송전과 별도로 장외에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이번 양사 간 공방은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 관련 증거인멸을 주장하며, 제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일부 발췌. ⓒ LG화학


해당 요청서에는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선행 배터리 기술(A7배터리)을 침해해 944 특허를 개발했고, 올해 3월까지 해당 증거를 인멸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LG화학의 제재 요청 소식에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 카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업계의 해석이 제기됐고, 이에 LG화학 측은 4일 "경쟁사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 및 제재 요청 관련 상세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제재 요청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을 가져가 특허를 등록한 것도 모자라 해당 특허로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난 것에 관한 내용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문이 발표된 지 약 4시간여 만에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이 ITC에 제재를 요청한 것과 이에 대한 입장 발표한 내용들에 대해 반박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해당 특허는 SK이노베이션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출원 당시 이의를 했을 것이고, 특허 출원 시 LG의 선행 기술이 있었다면 등록도 안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증거인멸과 관련해서는 "특허 소송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삭제된 것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은 이 소송을 제기한 측으로서 자료를 삭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하지도 않았다. 이는 ITC에서 소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틀에 걸쳐 지속된 공방

그간 양사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특허 소송 관련 입장문을 통해 여러 번 공방을 펼쳐 왔던 바 있으며, 오는 10월5일 예정된 ITC의 최종판결을 앞두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탓에 더 이상 공방이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LG화학 측이 6일 재차 입장문을 내고, SK이노베이션 측이 4일 주장했던 내용들에 대해 반박하면서 장외 공방이 지속됐다. 

이날 LG화학은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한 주장도 장외 여론전이 아닌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양사가 충실하게 소명해 나갔으면 한다"며 "떳떳한 독자기술이라면 SK이노베이션에서 발견된 LG화학의 관련 자료와 이를 인멸한 이유부터 소송 과정에서 명확히 밝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억지주장을 누가 하고 있는지는 소송 결과가 말해줄 것이고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이라며 "핵심기술 탈취로 소송이 시작된 직후부터 자신의 사익을 위해 국익을 운운하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추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LG화학 측 입장에 SK이노베이션 역시 약 4시간여 만에 곧바로 재반박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선행 기술을 알고 이미 출시된 경재사 제품에 적용된 기술이 있는 상태에서 무효가 될 특허를 굳이 출원할 '바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LG는 특허 자체에 대한 합리적 논쟁보다는 오로지 자사를 비방하는 데에만 몰두하다가 급기야는 상식 밖의 주장을 하게 되는 지경이다"며 "특허소송에서의 항변 과정만 보아도 LG의 주장이 억지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전과 별도로 장외에서 날 선 공방을 펼쳤다. ⓒ 프라임경제


SK이노베이션 측은 양사 간 공방에 중심에 있는 '944 특허'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특허침해 소송이 제기된 후 2개월이 지난 후 첫 번째 서면에서 100여 개의 특허를 나열하며 선행기술이라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A7이라는 제품은 있지 않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독자적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자 특허와 유사한 것이 있는지 더 많은 제품을 검토했고, 첫 번째 서면을 낸지 다시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A7을 유사성 있는 제품이라고 내세우는 등의 '궁여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억지로 주장하는 증거인멸은 정직한 소송행위라기보다는 특허권자인 자사의 이미지를 깎아내려 소송과 소송 밖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비신사적 행위이다"며 "더 이상 억지 증거인멸 주장을 유포하지 말고, 소송 절차 내에서 정정당당하게 진실을 가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화 가능성 닫힌 것 아냐" 

업계에서는 이번 양사 간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더 이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했다. 

실제로 LG화학은 그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입장문을 마쳤지만, 이번 4일과 6일 연이어 공개한 입장문에는 그러한 내용을 내포하지 않은 탓.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화의 가능성을 닫은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 역시 "대화가 소강상태이고 진도가 안 나가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대화를 하지 않고 소송을 끝까지 가자'라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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