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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무산됐던 보험전매제, 재점화 꿈틀 "소비자 권익보호"

고령층 가입자 유동성 증가 기대…'기대수명 거래' 윤리적 논란도

임고은 기자 | ige@newsprime.co.kr | 2020.09.09 07:57:55
[프라임경제] 종신보험은 한때 생명보험사에게 고수익을 내는 효자상품이었지만, 저출산·고령화 기조에 신규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도 보험료 부담을 키워 기존 가입자의 보험해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중도해지하면 원금을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10년 전 무산됐던 '보험 전매제'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보험 전매제는 보험계약을 보험 전매회사에 되팔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전매회사가 보험료 납부를 완료하고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받는 방식이죠.

2010년 9월10일 생명보험 전매제도를 주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생명보험업계는 입을 모아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 YTN 뉴스 캡처


지난 2009년, 박선숙 당시 민주당 의원은 보험 전매제도 도입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과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10년 전 오늘인 2010년 9월9일 생명보험협회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10일 '생명보험계약 전매제도' 국제세미나를 개최하겠다며 보험전매제에 대한 논의를 공식화했었습니다.

당시 생명보험업계는 전매제도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는데요. 보험상품이 투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과 보험사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강경 발언도 내놨습니다.

업계의 거센 반발로 결국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생명보험 전매제도 도입 논의가 재점화 될 조짐입니다.

지난해 12월 보험연구원에서는 생명보험 전매거래 도입을 검토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보고서에는 소비자 권익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생명보험 전매제도 허용 논의가 재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연구를 진행한 홍지민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해당 제도가 시행될 경우 △보험사의 신상품의 개발 및 상품 경쟁력 제고 노력 증가 △보험 가입자의 장수리스크 관리 △고령층 보험가입자의 유동성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명보험 전매제도는 우선적으로 가입자 입장에서 유리한 제도입니다. 보험 해약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종신보험 예상 해지환급금(예시)표. ⓒ 프라임경제


종신보험 가입자가 납입기간 중에 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돌려받는 환급금은 5년 이하를 기준으로 통상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예컨대 4년 동안 보험료를 1000만원 납입했다면 중도 해지 시 500만원만 돌려받게 될 수 있는 것이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금 손실 피해를 입게 되는 것입니다. 

반면에 생명보험 전매회사는 예상 해지환급금보다 비싸게 보험계약을 사들입니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중도에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현금화 할 수 있게 돼 종신보험 가입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는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령층 가입자 유동성 확보와 신규 고객 유입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생명보험 전매제는 생보업계에도 더 이상 나쁜 제안이 아닙니다. 과거에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는 역대 최저 금리 기조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험 전매제는 이를 타계하는 새로운 수익 창출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전매사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보험 가입자 고령화 위험관리가 가능해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의 입장도 10년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업계는 종신보험 선호도가 감소하고, 소비자의 보험 니즈 또한 노후를 보장받는 상품 선호 추세로 전환되고 있어 고령층에 대한 전매제 허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보험 전매제도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 '시한부 중증질환자'에 대해서만 보험 전매거래를 허용하다 최근 대상을 노년층까지 확대했습니다. 미국의 2018년 보험전매시장 규모는 가입금액 기준으로 38억달러, 한화 기준 4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국내의 경우 보험 전매시장 인프라 확보와 법·규제 정비 등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피보험자의 질병, 상해 정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가격평가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입자의 '기대수명'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인 논란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험을 판매한 계약자가 빨리 사망할수록 전매회사의 수익이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지급보험금의 증가와 중도 해지에 따른 보험사 이익 감소로 오히려 보험료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입니다. 이 경우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돼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죠.

홍지민 교수는 "생명보험 전매제도와 관련해 윤리적 논란의 소지가 존재하는 만큼 제도 도입에 대해 충분한 여론조사 및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소비자가 종신보험 가입을 고려할 때 원금 손실 등 금전적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생명보험 전매제도가 실효성을 높여 해지가 아닌 전매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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