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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의무화…당사자 배제 '반쪽짜리' 지적

특고 62.8% 반대…경영계도 법률 악용 가능성 우려

임고은 기자 | ige@newsprime.co.kr | 2020.09.09 15:49:00

권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이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및 고용산재보험징수법 국무회의 의결 예정과 관련해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정부가 특수고용직 종사자 고용보험 적용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면서 내부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반쪽짜리' 졸속입법이라는 반발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특수고용직(이하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고용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인 사업자 신분인 특수고용직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특고에 대한 고용보험 우선 적용 대상으로는 △보험설계사와 △신용카드모집인을 비롯한 △배민라이더 △택배기사 △학습지교사 등 14개 직종이 꼽혔다. 적용직종과 보험료율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해지게 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고용보험을 납부한 특고 종사자는 소득감소로 인한 자발적 이직에 대한 실업급여와 출산 전후 휴가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고용보험료는 임금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와 절반씩 부담한다.

임금이 낮은 특고의 경우 정부가 보험료를 대신 부담해준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월 220만원 소득 미만 특고와 소규모 사업장에게 80%씩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용자 측인 경영계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국민 고용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특고 고용보험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법률 악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고의 특성상 실업급여를 목적으로 소득을 줄이는 편법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계약 건수나 배송량, 라운딩 횟수 등으로 소득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업급여 계정을 일반 근로자와 통합시키는 점도 고용보험 재정수지 악화 등 기존 임금 근로자에게 보험료가 전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분담비율 차등화 등에 대한 업계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은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영계와 특고 직종 사업주 측은 고용보험 당연 가입 요건 완화와 고용보험료 분담비율 차등화 등을 거듭 요청해 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추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임금 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 △임의가입(선택가입) 방식 적용 △특고의 보험료 부담비율 상향조정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동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작 당사자들인 특고 종사자들도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특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62.8%가 '일괄적인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한경연의 조사는 지난 달 10~17일 특고 종사자 234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대상으로는 대표적 특고로 꼽히는 택배기사·보험설계사·가전제품설치기사·골프장캐디 등이 포함됐다. 

반대이유로는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가장 많았다. 사업주 부담증가로 고용 및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보험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사업 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법안에 정작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특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고 사업주에게도 일반 근로자 사용자와 동일한 수준의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손해보험사 설계사는 "설계사는 주로 대면영업을 진행해 근태가 자유로운 편인데, 근로자로 인정돼 출퇴근 관리가 이뤄지면 업무 효율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또 근로자는 '겸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교차판매가 불가능해져 소득원이 줄어드는 등 불편한 점이 더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예술인 △특고 △자영업자로 확대해 2025년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을 완성키로 하고 올해 중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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