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10년 전 오늘] 수뇌부 3인방의 갈등, 그리고 새로운 지배구조

피고소인 무죄 · 고소인 유죄…유상증자 통한 지배주주 변화

전훈식 기자 | chs@newsprime.co.kr | 2020.09.11 11:48:13

2010년 9월 당시 '신한금융 수뇌부 3인방'이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재일교포 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열린 '신한사태' 설명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맨 오른쪽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뒷편 오른쪽이 이백순 신한은행장, 뒷편 왼쪽이 신한금융지주 신상훈 사장.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14일 오후 2시 개최할 이사회에서 신상훈 대표이사 사장과 관련된 현 상황의 처리에 관한 사항을 논의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오늘'인 2010년 9월10일, 신한금융지주는 이 같이 말했습니다. 그리고 14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일명 '신한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위 언급된 '신한사태'는 2010년 9월2일, 신한은행이 전 은행장인 신상훈 당시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된 '신한금융 내부 분열 사태'를 의미합니다. 

특히 은행 쪽이 전임 은행장이자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를 고소한 건 국내에서 처음이었던 만큼 전 금융권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죠. 

◆수뇌부 3인방 권력 다툼, 그리고 '의외 결과'

업계는 해당 신한사태에 대해 '수뇌부 3인방 권력 다툼'이라고 분석했는데요, 무려 30년간 신한금융을 이끈 라응찬 회장과 '3인자' 이백순 신한은행장이 손을 잡고 '2인자' 신상훈 사장을 견제했다는 것이었죠. 

당시 업계 관계자는 "수뇌부간 분열의 결정적 계기는 라응찬 회장 금융실명제 위반혐의로 이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조사"라며 "다만 그해 3월 라 회장 '4연임 확정' 전부터 갈등이 불거져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했다"라고 회상했죠. 

2010년 9월14일 신한은행 본사에서 열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신상훈 사장은 '직무정지'를 받았다. 당시 신상훈 사장(좌측 첫번째)와 이백순 행장(우측 첫번째). © 연합뉴스


실제 며칠 뒤 열린 이사회 결과, 애초 신한은행 쪽에서 추진한 신상훈 사장 해임 여부는 검찰 수사 결과 이후로 미루는 대신 '직무정지'로 결정되면서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갔죠. 

당시 이사회 의장은 "양쪽 의견을 들었으나 (신 사장 배임·횡령) 진위를 판단할 처지에 있지 않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다만 현재 시장 걱정과 불확실성이 심하기에 신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직무정지안을 의결했다"고 설명했죠. 

하지만 이후 진행된 '신한 수뇌부 3인방' 검찰 조사는 의외 결과가 도출되고야 말았습니다. 

신한은행으로부터 고소당한 신상훈 사장은 2017년 무죄 확정 판결로 '사실상 무죄'였던 반면, 고소에 나선 이백순 행장은 재일교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죠. 

라응찬 회장의 경우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2010년 10월7일 금감원 중징계(3개월 직무정지 처분) 통보로 인해 결국 공식 사퇴(10월30일)를 면치 못했습니다. 

이에 업계는 라응찬 회장이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징계가 예상되자 '2인자' 신상훈 사장의 경영권 독점을 우려, 무고한 게 아니냐고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지배주주 역할' 글로벌펀드로의 전환

해당 신한사태에 있어 업계 이목을 끌었던 건 수뇌부 3인방에 대한 징계 결과와 '재일교포 주주들'이었습니다. 

실제 '신한은행 창립 모태'인 재일교포 주주들을 대변하는 사외이사(4명)는 전체 사외이사(12명) 3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한은행 출범(1982년) 때부터 모임을 갖기 시작한 30여명 원로 주주 집단 '간친회'는 차기 경영진이 선임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인사를 하는 등 막강한 입김을 자랑하고 있죠. 

재일교포 주주 표심이 절실했던 신한사태 수뇌부 3인방도 2010년 9월9일, 일본 나고야에서 이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재일교포 주주들은 수습 방안을 이사회 결정에 따르는 대신 '선 검찰 조사, 후 해임'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실제 이후 열린 이사회 결과, 신 사장 해임 여부를 검찰 수사 이후로 연기된 바 있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취임 후 잇따라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신한금융 내 지배주주 역할이 재일교포 주주들에서 글로벌펀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 신한금융


이런 막강한 재일교포 주주 파워는 여전한 모습입니다. 현재 신한금융 사외이사 10명 중 4명이 재일교포인 것을 보면 이를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죠. 다만 최근 잇따른 유상증자를 통해 지배주주 역할을 재일교포 주주들에서 글로벌펀드로 넘기는 추세입니다. 

실제 신한금융은 4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1조1582억원 규모(약 3913만주) '제3자 배정 보통주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결의했습니다. 증자 배정 대상은 홍콩 소재 사모펀드(이하 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BPEA)'입니다. 

신한금융 최대주주(2019년 말 기준)는 국민연금(9.92%)이며, 그 뒤를 이어 △블랙록(6.13%) △우리사주조합(5.11%) △BNP파리바(3.55%) 순이죠. 여기에 이번 유상 증자를 통해 외국계 펀드사들이 지분 7.6%를 확보한 것입니다. 

지난해 주주단에 끌어들인 국내 대형 PEF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까지 감안하면 재일교포 지분율 희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대주주'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당국 경영 개입과 더불어 CEO 독단적 결정까지 견제할 수도 있죠. 

신한금융은 이번 증자 등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신한사태'라는 악재에도 불구,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신한금융이 새로운 지배구조를 통해 리딩뱅크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