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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광풍에 높은 투자 문턱..."스팩 노려볼까"

신규상장 기업 투자...합병 무산시 투자원금 회수 안정성 장점

이지운 기자 | jwn@newsprime.co.kr | 2020.09.11 10:10:25
[프라임경제] 공모주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며 신규 상장 종목 투자가 어려워진 탓에 그 대안으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가 떠오르고 있다. 스팩은 공모주와 마찬가지로 주가상승 기대감이 높은 신규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고,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정성이 장점으로 꼽힌다.

공모주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며 신규 상장 종목 투자가 어려워진 탓에 그 대안으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가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모습. ⓒ 연합뉴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카카오게임즈(293490)는 첫날 공모가(2만4000원)의 두 배인 4만80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상한가인 6만2400원으로 직행해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게임즈는 시가총액 4조5680억원을 기록해 단숨에 코스닥시장 5위에 올랐다. 이날도 상한가로 가면 상장 이틀 만에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씨젠(096530)에 이어 3위에 오르게 된다.

다만 카카오게임즈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카카오게임즈가 청약경쟁률 1524.85 대 1을 기록하면서 증거금 1억원을 예치한 투자자는 5주(공모가 기준 12만원어치)를 배정받는 데 그쳤다. 전날 종가 기준 5주의 평가가치는 31만2000원으로, 19만원의 평가이익을 낸 상태다. 증거금(1억원) 대비 수익률은 0.19%에 불과하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청약 당시에도 청약증거금이 31조원을 넘어서며 323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처럼 공모주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는 최근 신규 상장주들의 시장의 관심을 받으면서 대부분 주가가 올라서다. 올해 상장한 11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주가 수익률은 현재까지 평균 66.4%를 나타냈다.

그러나 높아진 경쟁률과 증거금 탓에 공모주 청약 진입은 쉽지 않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2만4000원짜리 주식 1주를 배정받으려면 약 1800만원의 증거금을 내야 했다. 대규모 자금 동원이 가능한 기관투자자를 제외한 개인들에겐 공모주 청약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스팩 투자 소액으로 IPO 참여…높은 안전성도 장점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선 일반투자자에겐 쉽지 않은 공모주 투자의 대안으로 스팩을 제시한다. 스팩은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다. 비상장 회사나 코넥스에 상장된 기업을 합병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스팩의 장점은 소액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팩은 보통 공모가 2000원을 중심으로 움직여 부담이 적다. 또한 3년 내 합병하지 않으면 청산하게 되는데, 이 때 원금과 이자가 보장된다. 

따라서 재무구조가 탄탄한 기업과 합병하는 스팩과 현재 공모가 2000원을 밑돌고 있어 확정수익이 보장되는 스팩 등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

기업 규모가 작고 시장 관심도가 떨어지는 회사는 공모를 통한 자금조달시 청약 미달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안정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스팩 상장을 선호한다. 이런 이유로 공모상장=우량기업, 스팩상장=비우량기업이란 인식이 있지만 최근에는 스팩상장 기업도 상장 이후 높은 주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스팩 도입 후 국내에선 지난 10년간 총 189개사가 상장했고, 이들 중 95사가 합병에 성공했거나 합병 진행 중이다. 합병기간(36개월)이 남아있는 스팩을 제외한 국내 스팩 합병성공율은 64.3%로 집계됐다. 

스팩은 합병 기한 3년이 지나면 상장폐지된다. 합병을 하지 못하더라도 공모가(주당 2000원)에 소액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어 투자 안정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은 "대형 스팩 합병대상 탐색과 발굴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자본요건을 완화한 2014년 이후 스팩이 코스닥시장 주식발행건수의 20.4%를 차지하는 등 유망 중소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수단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이 전통적인 IPO인 직상장 대신 스팩을 선택하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유동성의 혜택을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라며 "직상장을 하려면 심사준비 기간부터 예비 심사, 공모 절차까지 최소 9개월 정도가 걸리지만 스팩 합병은 6개월 정도로 시간이 3개월 가량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美, 스팩 활성화…국내 헬스케어·IT 주목

미국은 IPO도 활황이지만 투자자와 기업 모두 투자 수단·상장 수단으로서 스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2017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IPO 시장에서 스팩이 차지하는 비율은 29%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IPO 전체 건수에서 스팩이 44%를 차지하며 역대 최대인 312억달러를 모집했다. 이는 2017~2019년 동안 유치한 금액과 맞먹는다. 

헷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의 스팩은 지난 7월 공모 때 역사상 최대 규모인 40억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157개 스팩 중 35개는 합병 기업이 예정돼 있는데, 주로 전기차 회사 등 성장기업이 많다. 

국내 스팩 시장도 아직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활성화될 조짐이 보인다. 올해 8월 기준 스팩을 통해 상장한 회사가 9개고 현재 13개사가 합병 심사 승인을 받았거나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현재 주도주인 IT, 헬스케어 기업이 다수다. 지난 3일 국전약품의 스팩합병 상장이 승인되자 이에 해당하는 '대신밸런스제6호SPAC'은 사흘간 104% 오르기도 했다.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미래산업팀은 "지난 10년간 국내 스팩과 M&A한 중소기업 88개사 중 54.5%가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를 웃도는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헬스케어 분야 기업들 중에서는 81%가 코스닥 수익률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스케어 기업과 M&A하는 스팩의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헬스케어와 함께 스팩 인수합병이 가장 활발했던 분야는 IT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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