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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산업개발 이름띄우기'만 남은 두산건설 매각협상 '결렬'

양측 '가격눈높이' 간극 너무 커…차순위 인수희망자 접촉 시도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9.11 13:34:52

두산건설 매각협상이 최종결렬됐다. IB업계에서는 사실상 대우산업개발의 이름띄우기만 남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두산그룹과 대우산업개발이 두산건설 매각을 위해 치열한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최종 결렬됐다. 양측의 '가격눈높이' 간격을 줄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결국 대우산업개발의 이름띄우기만 된 셈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그룹자체 존망이 흔들릴 만큼 위기를 겪었다. 두산그룹이 선택한 자구책은 자산매각과 계열사 정리를 통한 경영정상화였다. 이 과정에서 경영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두산건설도 매각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건설업 자체가 투자시장에서 큰 매력이 없는 업종인데다, 두산건설 자체에도 워낙 부실자산이 많아 매수희망자가 선뜻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반전된 것은 지난 6월로 두산건설이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밸류그로스에 악성 미분양 등 잠재부실을 넘기기로 하면서부터다. 우선협상자로는 대우산업개발이 7월 초 선정됐다. 두산건설 인수를 통해 서울지역 주택사업에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것이 대우산업개발의 구상이었다.

순탄할 것 같았던 매각협상이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다름 아닌 제시된 가격의 간극이었다.

두산그룹으로서는 두산건설에 쏟아 부은 자금만 2조4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손해를 최소화하고 싶어 했다. 두산그룹에서는 두산중공의 완전자회사 편입 전 두산건설의 시가총액인 4000억원 정도를 염두에 뒀다는 후문이다.

반면 대우산업개발은 단순히 서울진출에 대한 교두보 마련에 4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쓸 생각은 없었다. 두산건설 내부에서 인력이탈이 이미 심각한 상황에서 단순히 '브랜드가치 확보'에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건설의 신용평가전망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부담요소가 됐다. 대우산업개발이 제시한 금액은 500억~2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깎지 않으려는 두산그룹과 깎으려는 대우산업개발의 팽팽한 신경전으로 변했다. 대우산업개발은 실사과정에서 부실가능성도 문제 삼았다는 후문이다. 결국 양측은 지난 9일 협상을 최종결렬로 종결지었다.

두산그룹은 차순위 인수희망자들과 곧바로 접촉을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두산중공업의 베트남현지법인 지분도 두산중공업에 넘기면서 '가치끌어올리기'에 더욱 치중하는 모양새다.

협상이 최종결렬되면서 IB업계와 건설업계는 결국 이번 협상으로 대우산업개발의 이름띄우기만 남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대우산업개발은 자체 브랜드인 '이안'이 있지만 수도권에서는 인지도가 낮았는데 이번 협상을 벌이면서 상당한 '홍보효과'를 누렸다는 것이다.

대우산업개발의 전신은 구 한독산업 계열의 한독종합건설로 1997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자동차판매 건설부문으로 자리 잡았었다. 아파트브랜드 '이안'은 2003년 론칭했고 상위브랜드 '엑소디움'은 2005년에 선보였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에 돌입한 2011년 분할돼 대우산업개발로 분리됐다. 현재는 중국의 건설업체인 장영건축유한공사에 인수된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됐지만 대우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이름을 알린 만큼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했지만 이름값을 높였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면서 "두산그룹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하는 상황인데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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