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달의 코칭 이야기 31] 코칭의 대가, Pay It Forward

2020-09-12 08:26:33

[프라임경제] 지난 회 가족 코칭 관련 글을 쓰면서 그 말미(末尾)에 대학생이 된 손자에 대한 매주 1회 코칭의 대가로 높은(?) 코칭료를 받아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농(弄)처럼 혼잣말로 뇌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코칭료 책정 중 미정(未定)이었던 부분은, 스폰서인 제 애비에게서 코칭료 쪼 빌미 삼아 금주(禁酒) 약속이든, 체중 줄이기 약속이든, 무슨 의미 있는 약속을 받아낼 것인가의 궁리였던 것이고, 실(實) 고객인 손자와의 사이에는 이미 코칭료의 설정이 끝나 있었다.

"코칭은 비싼 코칭료를 지불할수록 효과가 높다는 것이 정설(定說)이야. 너는 어떻게 이 코칭의 대가를 지불할 테냐?"

코칭을 받기로 약속하고, 코치와 고객(피코치) 간에 Alliance, 코칭 로드맵을 정하고 나서 내가 웃으며 물었다.

"어? 아빠가 알아서 한다고 했는데~요." 녀석이 당황하며 대답.

"물론, 아빠한테도 받아내겠지만, 실 수혜자가 너이니, 너도 내야지?"

그래서 정한 것이 이른바 Pay It Forward 시스템!

▲영화 Pay It Forward의 Trailer. ⓒ 허달

살아오신 100년 삶의 지혜를 나누어 주는 김형석 선생의 칼럼 글을 간혹 읽어 가르침을 받는다. 아래 인용하는 글의 제목은 '내게 갚지 말고 이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갚아라'이었다. 필자가 전에 쓴 칼럼에 이미 인용하였던 글이어서 '프라임경제' 독자에게는 재탕이 되어 미안하지만, 기왕에 '코칭 이야기 시리즈'를 인도네시아 '한인포스트'와 동시 연재 중이니 다시 실어 정리하려 한다. "두 번 읽으니 'Pay It Forward', 더 의미가 분명하네" 하고 소납(笑納)해 주리라 믿는다.

(전략)

여러 해 전에 내(김형석 교수)가 지방 강연을 갔을 때, 한 30대 남성이 찾아와 뜻밖의 인사를 했다. 교수님께서 학비를 도와주었기 때문에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내가 "장학금을 준 일이 없을 텐데요?"라고 반문했다.

그의 얘기가 나를 약간 놀라게 했다.

자기가 고생하고 있을 때 의사 한 분이 장학금을 주면서 "이 돈은 내가 주는 것이 아니고 내가 대학에 다닐 때 김형석 선생이 도와준 것이다. 너에게 주는 것은 김 선생을 대신해 주는 것이니까 너도 이 다음에 사정이 허락하면 이 돈을 가난한 학생에게 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면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80여 년 전 중학생 때부터 나를 사랑해준 모우리(E.M. Mowry) 선교사가 떠올랐다. 가난하게 고생하던 나를 여러 차례 도와주면서 모우리 선교사는 말했다.

"이것은 예수께서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께는 갚는 것이 아니니까 너의 가난한 제자가 생기면 예수님을 대신해 주면 된다"고.

그 사랑이 여럿을 거쳐 이 젊은이에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다운 마음으로 남는다.

(후략)

카이스트 신입생에 대한 진로 코칭을 자원 봉사 삼아 수 년간 맡은 적이 있었다. 어느 해였든가, 그 어려운 카이스트에 입학한 신입생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상사가 생겨난 뒤였다. 코칭의 힘을 빌어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 보자는 갸륵한 의도에서 '해피 포럼'이라는 봉사 모임의 코치들이 시작한 라이프 코칭에 참여했다.

코칭을 시작할 때는 그것이 비록 학생을 고객으로 하는 코칭이라고 하더라도 꼭 코칭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서에는 코치와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코칭 내용의 프라이버시나 기밀 사항을 비밀로 삼아 지킨다는 내용, 코칭은 의학적 상담(Therapy)과 다르다는 정의 이외에도 쌍방 어느 편이든 코칭의 진행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있을 때는 이를 종료할 수 있다는 맺고 끊음의 내용까지도 포함된다.

내가 만들어 사용한 카이스트 신입생 코칭 계약에는 일반 코칭과는 다른, 코칭의 대가 지불에 대한 특별한 사항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Pay It Forward 조항이었다. 모우리 선교사, 김형석 교수처럼 코치에게 지불할 코칭료를 앞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주기로 약속한다는 뜻이다.

제4조 (코칭의 대가)

본 코칭 건의 코칭료는 고객이 Pay It Forward 방식으로 부담한다. 즉, 코칭 받은 사람이 그 대가를 코치에게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돕는 방식으로 지불하도록 코치와 협의 하에 결정한다.

고객의 Pay It Forward: (공란 - 코칭 종료 시까지 채워 넣을 것)

첫 코칭 세션에서 계약서의 내용을 설명해 주며 서명하게 했는데, 매번 이 항목에 이르러서 대상 학생들의 마음이 크게 감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감동이 시발점부터 코칭의 성공을 담보하는 전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약속된 6회 코칭이 끝나는 시점에 이르면 "코치인 나도 이문을 남겨야 잘한 장사가 될 것 같으니 너희들이 재공 받았다고 생각하는 코칭 대가를 최소 2명(영화 주인공 'Trevor' 소년이 창안한 방식은 3명)에게 Pay Forward 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고,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너에게서 혜택 받은 대상에게도 progressive 하게 적용시키도록 하겠느냐고 다시 약속을 받아, 본인의 문장으로 계약서에 기재토록 하였었다.

언젠가의 고객이었던 한 학생은 2년 쯤 지난 뒤, 이메일로 자신이 미얀마 등지에 봉사활동한 기록을 보내주며 "코치님, 이제 겨우 첫번째 Pay Forward 를 시작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와 나를 뭉클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이번 손자와의 코칭에도 카이스트 때와 같은 계약서를 작성케 하며 거기 얽힌 학생들 이야기를 참고 삼아 들려주었더니 "할아버지, 감동이예요. 저도~" 라는 참여 약속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SK의 경영직에서 은퇴한 지 20 여년.

코칭을 익히는 과정도 그러했고, ACC/PCC 인증 코치로 성장하면서 경영자 코칭 활동을 통하여 받은 축복이 많다.

그래서 생각한다. '이 코로나 판데믹 지나고 나면, 인도네시아에서의 내 코칭 활동은, 그러므로, 내가 받은 축복을 나로부터 시작하여 Pay Forward 하는 방식으로 수행하리라.'


1943년 서울 출생 / 서울고 · 서울대 공대 화공과 · 서울대 경영대학원 졸업 / SK 부사장 · SK 아카데미 초대 교수 · 한국케미칼㈜ 사장 역임 / 한국코칭협회 인증코치 KPC · 국제코치연맹 인증코치 PCC 기업경영 전문코치 · 한국암센터 출강 건강 마스터 코치 / 저서 △마중물의 힘(2010) △잠자는 사자를 깨워라(2011) △천년 가는 기업 만들기(2012)


카카오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Copyright 프라임경제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전 1 / 0 다음
Copyright ⓒ 프라임경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