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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기약 없는 개성공단 "북한만 하염없이" 처량한 신세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9.14 08:22:46
[프라임경제] 개성공단은 남북이 합의해 북한 지역인 황해북도 개성시 봉동리에 조성한 공단입니다. 이후 이곳은 우리나라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된 경제협력 모델로, 지난 2005년 첫 가동을 시작했죠.

2016년 2월, 이곳에는 폐쇄조치가 내려집니다. 경색된 남북 대치 국면 때문이었는데요. 박근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사전협의나 예고 없이 일방적인 철수 조치를 내렸습니다.

2018년 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으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경제협력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면서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는데요. 2019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재개 용의를 밝히면서, 재개 가능성에 꽤 큰 힘이 실렸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같은 해 2월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미국의 대북경제제재조치가 계속되자 재개 가능성은 결국 안개 속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경기도 파주시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에서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시 충격으로 훼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가 방치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정점은 바로 지난 6월.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입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된 일종의 외교공관이었는데요. 

무엇보다 2020년 9월14일. 그러니까 바로 오늘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2주년입니다. 물론, 북한의 일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기념할 수조차 없게 됐지만 말입니다.

갑자기 개성공단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4년여 간 운영이 중단된 개성공단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10년 전 오늘인 2010년 9월14일에도 개성공단 이슈로 뜨거웠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부터 살펴볼까요. 2010년 9월14일 통일부는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600명 안팎에서 800~900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앞서 통일부가 천안함 5.24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평일 기준 1000여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줄였다가, 기업들의 확대요청이 잇따르자 600명 안팎으로 확대한 이후 나온 추가적 결정이었죠.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원 철수조치를 내린 2013년 4월 오후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공단 차량이 귀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다만, 체류인원 확대에도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 투자와 추가투자가 금지되는 등 5.24 조치의 기조와 원칙은 유지할 것임을 분명이 했는데요. 또 통일부는 개성공단 통행이 차단되거나 물류 운송 중단 등으로 생산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경우 정부로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통일부의 이 같은 결정은 당시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수해지원과 북측의 대승호 송환 및 이산가족상봉 제의 등 남북 접촉이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개성공단 체류인원을 5.24 조치 이전의 90%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남북 간 긴장완화에 기여하기 위함이었는데요.

사실 개성공단의 규모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볼 때 크지 않은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재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개성공단이 그동안 평화지대로서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즉, 분단과 대립의 남북관계에서 지속적인 남북협력사업으로서 개성공단이 지닌 상징적 가치가 결코 작지 않은 것이죠.

또 폐쇄조치로 손실을 떠안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협력업체들도 최대한 살려야 할 필요도 있어서입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살아나면 일자리를 잃었던 이들의 생계 곤란은 타계되고, 입주기업들에 오더를 주기 위한 거래처들까지 활력을 찾게 될 테니까요.

지난 8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면담을 하며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개성공단 입주업체로 구성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속적으로 정부에 즉각적인 개성공단 재개 선언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달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개성공업기업협회 회장단과 만나 자신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대북제재 문제가 작동하고 있어 여러 가지 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 어려움을 풀고 헤쳐서 개성공단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개성공단이 끝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져버릴지, 아니면 언젠가 다시 문을 열고 다시 한 번 평화지대로서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그날이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개성공단이 그동안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를 줄여온 것은 사실이고, 다시 재개가 된다면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인데요.

개성공단 재개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최종적으로 북한의 수용 의지가 반드시 동반돼야 하고, 일방적 철수 조치로 설비는 물론 생산품과 부자재 등을 몰수당하는 그런 피해를 받지 않도록 확실한 보장책도 마련돼야 하고요.

물론, 단기에는 어렵겠지만 10년 후에는 다시 개성공단이 재개돼 남북관계의 돌파구로써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를 바라봅니다. 국가의 이익 측면에서나 국민들을 위해서나 북한과 갈등하고 긴장이 고조되는 것보다 화해하고 협력해서 윈-윈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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