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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약하다?' 부산 선거 휘저을 박형준의 매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20.09.14 08:25:31

[프라임경제] 신뢰감 가는 마스크,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말투 그리고 종종 뒷짐을 지고 혼잡한 정치판을 바라보는 관조의 자세.

박형준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내년 초 부산광역시장 보궐선거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그의 정치 스타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실제로 그는 "이제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부산시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 시도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전략통이지만 프레임 싸움보다 명분 중시?

박형준 동아대 교수. 한나라당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대변인으로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뒷짐을 지고 한손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 교수의 이 같은 행보에 실적과 비전을 기대하는 시각이 우선 대두된다. 그는 MB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부산 강서 그린벨트 1000만평 해제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7대 국회의원, 정무수석과 사회특보 등 청와대 근무 이력 그리고 대학 교수 생활로 몇몇 대기업 오너들과도 친분이 있어 주요 대기업의 첨단 산업을 부산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MB를 당내 경선 승리로 대선 후보로 만들고, 또 실제 대통령까지 당선되도록 하는 데 공로를 세운 전략통 그리고 정책 전문가 면모를 이제 부산을 위해 쓸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인 셈이다.

다만, 그의 정치 스타일 때문에 '프레임 논리'나 '네거티브 공세' 등은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지양하려 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공격 소재도 없고 그 자신도 이를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그는 프레임 문제에서 크게 재미를 본 바 없다. 그는 당내 경선 당시 MB 캠프에서 대변인 역을 맡았고 이후 청와대 입성 공선들 중에는 소장그룹으로 분류됐다. 

고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상당수 소장그룹 인물들은 막상 MB와 옛 한나라당이 집권했음에도 원로그룹의 전횡에 좌충우돌 반발하면서 오히려 고난의 길을 걸었다. 박 교수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가 MB에게 보고됐지만, 정태근 전 의원이 정책 기획을 잘 하고 사심이 없는 인물로 적극 변호해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과 정책은 잘 세우지만 막상 자기나 계파 안위와 관련된 정치 싸움에는 능하지 못하다는 평이다.

오 전 시장과 박 교수의 친분 못지 않게, 포퓰리즘적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다소 위험한 정책을 세우고 결행하도록 조언할 보수 내 조언자가 드물다는 점에서 박 교수에게 '혐의'가 갔던 셈이다. 친이와 친박의 세력 균형 문제 등 호사가들의 관심사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명분과 정책의 조화라는 면에서도 적잖이 화제를 모은 부분이다.

보수 일각에서는 지금도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이벤트를 두고, 방향은 맞았는데 지나치게 앞서서 승부를 띄운 일로 본다.

때로 체면 구기지만 결국 큰 쓰임 '실력파에 흠 없어'

박 교수의 이 같은 면은 갈라진 보수를 통합하고 총선에 임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상황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1월, 갈라져 있던 옛 자유한국당과 옛 새로운보수당 등이 합치는 문제를 다루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에 박 교수가 영입됐었다.

박 교수가 하도 강력하게 '혁통 안에서의 논의'를 강조하면서, 새보수당 안에서는 이에 대해 불쾌해 하며 혁통 무위론과 당대당 통합론을 부각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당 쪽에서 당대당 통합론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때 '박 교수가 체면을 구겼다'는 식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박 교수의 이 같은 방향성 제시는 명분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보수 통합의 진정성을 보인다는 면에서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평이 여전히 적지 않았다.  

실제로 체면 운운하는 일각의 논의에도 그는 통합 이후 총선 국면에서 다시 당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다시금 중요성과 인지도, 역할론을 과시했다.

특히 과거에 박 교수가 프레임 문제로 고생한 덕에, 네거티브 공세에 털릴 이슈가 이미 다 소진됐다는 점도 부산시장 선거에 그가 나설 경우 분위기가 정책 선거로 급격히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을 더한다. 그는 친이 vs 친박 프레임으로 18대와 19대 총선에서 고배를 들었다. 상대 후보와 접전을 치르며 치열한 공방전을 치렀고, 공천 배제 등 고통도 겪었다.

앞서 이미 소개한 바도 있지만 같은 친이 내에서도 소장파로 분류되면서 적잖은 음해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통으로 일만 하면서도 고생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각종 프레임으로 고생 덕에 네거티브 이전투구에 시달릴 구석이 사전에 모두 노출되고 걸러진 점이 새옹지마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 와중에 그는 일명 '뒷짐 사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차명진 당시 후보의 막말에 김종인 당시 선대본부장 등이 사과할 때 옆에 있던 그가 뒷짐을 진 자세로 고개를 숙여 비판을 받은 것.

다만 그는 과거부터 큰 키 덕에 자세를 잡기 모호한 때가 많아 뒷짐을 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MB 시절에 대통령 앞에서도 뒷짐을 진 사진이 자주 회자되기도 했다. 

지난 총선 당시 차명진 후보 막말 논란에 사과하는 모습. 이른바 뒷짐 사과로 회자된 사진이다. ⓒ 연합뉴스

대통령 앞에서도 뒷짐을 지고 있는 박형준 당시 청와대 수석(맨 왼쪽).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김무성 당시 원내대표, 주호영 당시 특임장관 등이 함께 보인다. ⓒ 연합뉴스

일종의 습관이 만든 해프닝인 셈인데, 늘 프레임과 정치 공학의 이전투구로 해가 뜨고 날이 지는 정치 싸움 와중에 한발 물러서서 뒷짐을 지고 일만 해온 박 교수는 보수파를 떠나 한국 정치에서 특이한 정치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실물 정치를 떠나 정치 평론과 본업인 사회학 연구에 시간을 보낼 것이라던 예측을 깨고, 다시 그가 정치 그것도 시정운영이라는 면에 도전 의식을 불태우는 상황은 그래서 관심을 모은다. 예전에는 프레임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일을 하는 선에 그쳤지만 이제는 완숙해진 그의 페이스대로 정책 선거를 본격화할 수 있을 가능성이 무르익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그가 바라보고 스케치해온 부산 발전의 방향은 무엇일까? 벌써부터 그가 '교통·통신·교육·보육·건강' 등 5대 분야를 한꺼번에 건드릴 것이라는 소리가 나돈다. 어찌 보면 주요 대기업의 첨단산업 분야를 부산에 유치할지 여부 등보다 더 큰 돌풍을 보궐선거에 불러올 수 있는 그만의 특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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