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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결렬…HDC, 자존심 구기고 '실익' 남아

전례 비춰볼 때 계약금 2500억원 반환소송 승산 있어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9.14 13:39:46
[프라임경제]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무산으로 '모빌리티그룹 도약 선언'의 빛이 바랬지만 기업평가에서는 긍정평가를 받아 실익을 챙겼다. 향후 2500억원 계약금 반환 소송이 이어질 경우에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지난 11일 금호산업(002990)의 계약해지 통보로 아시아나항공 매각협상이 결렬됐다. 작년 11월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10개월 만이다. 당시 정몽규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사안을 챙겼던 만큼 일정 부분 자존심에 상처가 난 것은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이날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와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를 개최해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두는 방안을 의결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는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80%) △영구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20%) 등 총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매각협상이 결렬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확산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업이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자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몽규 HDC 회장은 지난해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자로 선정된 후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종합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 힘(자금)만으로도 충분히 인수가 가능했지만 박현주 미래에셋대우(006800) 회장의 안목과 인사이트를 받고 싶어서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써낸 입찰가가 경쟁사였던 애경그룹보다 약 1조원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상 어려움도 악화됐다.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는 12조8405억원에 달했다. 이는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약 2500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한 후, 현산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HDC(012640)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현산은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항공 부채와 차입금이 늘어나자 인수 환경이 달라졌다며 7월부터 재실사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인수 의지에 의심을 보이며 재실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26일 만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했으나 양측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10개월 만에 계약이 백지화됐지만 현산에게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지 않을 수 있게 됐고,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렬되면서 주가도 다시 상승하고 있다. 삼성증권·KTB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14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배당 확대 가능성까지 생겼다며 목표주가를 2만원대에서 3만원대로 끌어올렸다. 

업계는 현산이 계약금 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대우조선해양 인수무산 사례와 비교해보면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보증금 3150억원을 지급했으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매각 절차가 중단됐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계약 파기 후 9년에 걸친 계약금반환소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서울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계약금 3150억원 중 1260억원과 지연이자를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한화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조선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노조반대로 확인실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최종계약 체결 전 검토에 필요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었다.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도 코로나19라는 외부요인으로 업황이 악화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지난달 2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기내식 부당지원 혐의로 공정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320억원을 부과 받았다. 부정행위로 인한 갑작스러운 손실은 재실사가 필요했다는 현산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싣는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산은 코로나19 사태 후 아시아나항공에 당초 제시한 금액을 전부 지불할 의사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번 계약해지로) 불확실성을 제거한 데다 반환소송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여 현산 입장에서는 금호산업의 재실사 요구 거부와 계약해지 통보가 내심 반가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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