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현대건설, 'OSC·모듈러'구체화로 코로나악재 '반전' 노린다

2010년대 초 연구조직 출범 후 기술개발 박차…상용화 위한 조직꾸리기 본격화

장귀용 기자 | cgy2@newsprime.co.kr | 2020.09.15 15:00:59
[프라임경제] 현대건설이 그간 연구단계에 머물렀던 OSC·모듈러기술을 본격화하기 위해 인력을 보강하는 등 관련 조직꾸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OSC(Off-Site Construction)는 공장에서 건물의 구조물, 설비 등을 사전 제작한 뒤 건설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다. 흔히 PC공법(precast concrete)이라고 불린다. 모듈러는 이러한 공정을 규격화하는 것으로, 대량생산을 통해 건설업의 제조업화로 나아가는 공법이다.

국내에서는 금강공업이 2006년 최초로 라멘식구조에 모듈주택을 적층하는 방식으로 모듈러주택의 첫 선을 보였다. 이후 포스코A&C와 STACO 등이 벽식적층 방식과 인필식으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처음 기술도입 후 OSC·모듈러기술은 저층위주의 주택에 적용됐다. 국내에서는 해외보다 더 까다로운 내화기준(불에 견디는 정도)을 적용하고 있어 관련 기술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관련 기술개발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OSC·모듈러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시도는 2014년 무렵 본격화됐다. 당시 제일모직이 2014년 6월 '모듈러팀'을 만들고 사업에 뛰어 들었고, SK그룹의 계열사인 SK D&D를 비롯한 몇몇 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최근에는 GS건설이 오너4세인 허윤홍 신사업부문 대표를 중심으로 해외 모듈러업체를 인수하고 PC공법(precast concrete)의 현장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그룹에서는 현대건설 기술연구소가 4월 연구개발본부로 승격한데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 7월 사내 연구소에서 모듈러건축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에서는 차음, 단열 등 모듈러 주택의 거주성능 테스트도 완료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이미 2012년 남극 장보고기지 건설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모듈러공법을 선보인 바 있었기 때문에 더욱 빠르게 기술 확보가 가능했다는 후문이다.

현대건설이 시공 중인 인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2차 현장에서 조경구조물을 PC공법으로 시공하는 모습. ⓒ 현대건설



본지 취재 결과, 최근 현대건설의 기술은 15층 이상 공동주택(아파트)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다다랐고 실증실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는 상용화를 위한 초고층구조기술 등 추가 보완기술과 향후 프로젝트사업 진행을 위한 입찰모델 구축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사내 TFT(Task Force Team)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15일 채용공고를 내고 연구개발본부 산하 기술연구소 인력을 보충하겠다고 나섰다. 지원자격은 △건축공학 '석사+10년 이상 경력자' △OSC관련 기술 개발 유경험자(3년 이상) △PC·Modular 프로젝트 입찰 참여 및 현장기술지원 유경험자 등이다.

현대건설의 OSC·모듈러분야 인력확충은 앞서 14일 내놓은 '스마트 건설기술 역량 강화'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에서는 코로나라는 악재로 해외건설 현황과 국내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신기술 도입준비에는 적기라는 판단이 섰다는 것이 내부전언이다. 

신기술 중에서 OSC·모듈러분야, 특히 PC공법은 현대건설이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다. 현재는 설계/시공 표준화와 함께 실증연구를 진행하면서 시장의 추이를 살피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적으로 보면 이미 SH공사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실증연구를 마치고 모듈러공법으로 지은 청년주택을 보급하는 등 공적 영역에서는 여건이 마련된 상태다.

여기다 강력한 경쟁사인 GS건설이 최근 관련 사업 확장의지를 불태우면서 기술도입 분위기도 조성이 됐다. 기존에 조립식건물에 대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저항감이 최소화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셈이다.

업계관계자는 "박동욱 사장 체제에서 재무적으로 탄탄해진 현대건설은 최근 주택사업을 비롯해 건설분야에서 자신감이 크게 올라온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에 코로나 악재 속에서 내놓은 스마트 건설기술 역량 강화 전략도 결국 OSC·모듈러 등 신기술을 활용한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편, 아직까지 주택시장의 특성상 주택의 수량을 늘리는 측면에서 무량판구조가 선호되는 만큼 모듈주택의 적용은 시스템 욕실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최근 주택의 고급화추세 속에 라멘조를 고려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건축전문가들과 주택전문가들은 시장의 인식이 빠른 시공과 비용 절감으로 흐르는 현 추세를 볼 때 향후 3~5년 내에는 아파트 지상층 구조물 전체의 PC화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관계자는 "PC공법과 모듈러주택은 해외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라면서 "결국 업계 선두주자들인 대형건설사들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는 것은 머지않은 시일 내 국내에서도 추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