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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日에 빼앗긴 '우리 문화재' 못 찾나 안 찾나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20.09.16 08:30:48
[프라임경제] 누군가 강제로 빼앗아간 우리 문화재의 주인, 누구일까요. 10년 전 오늘은 일본 정부가 우리 문화재를 반환하는 것과 관련해 정책적 가이드를 제시한 날입니다.

당시 권철현 주일 대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일본 측이 궁내청에 보관 중인 한국 도서에만 국한해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다음 달 외교통상부에 전달해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위해 일본이 자국 내 한국 도서 등을 조사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강제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점이 2011년 12월 반환됐다. ⓒ 연합뉴스


앞서 간 나오토 총리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통치하던 기간에 조선총독부를 통해 반출돼 일본 정부가 보관하고 있는 도서를 반환 대상 문화재로 특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문화재의 반환 협정을 위한 한·일 양국의 구체적인 준비가 시작됐고, 도서를 환수받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10년 전 오늘인 2010년 9월16일 간소하게나마 도출된 것이었죠.

다만, 일본은 반환 대상을 국·공립 도서관 등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빼고 궁내청에서 보관 중인 조선왕실의궤와 제실도서, 경연 등만을 돌려주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 제기돼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이로부터 약 2개월이 지난 2010년 11월8일 일본 정부가 조선왕실의궤 등 한반도에서 반출된 도서 1205점을 반환하기로 했고, 6일 뒤인 11월14일 한·일 양국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도서협정에 서명키로 했는데요.

문제는 협정문에 '반환'이라는 용어 대신 '인도'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으며, 조선왕조의 제왕학 강의인 경연과 제실도서를 반환목록에서 제외했다는 점인데요. 민간에 소장된 문화재 역시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죠. 

한국 정부는 크게 반발했습니다. 일본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소유권은 "우리에게 있다"며 인도가 아닌 반환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일본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죠. 결국 협정문에는 '한반도에서 유래한 도서를 인도한다'는 표현을 쓰기로 최종 합의했습니다. 

협정 이후 문화재 실물을 반환받기까지는 1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이는 협정 체결 뒤 의회 비준과 국무회의 의견절차 등을 밟아야 실제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었죠.

강제 반출된 조선왕실의궤 등 도서 1200점은 2011년 12월6일 반환됐습니다. 앞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같은 해 10월 방한 때 돌려준 대례의궤·왕세자가례도감의궤·정묘어제 등 3종 5점을 제외한 △조선왕실의궤 81종 167점 △이토 히로부미 반출 도서 66조 938점 △증보문헌비고 2종 99점 △대전화통 1종 1점 등이 환수 대상이었습니다.

이로써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실의궤 등 일제 때 강제 반출된 우리 도서는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도서 반환 계획을 발표한 지 1년4개월이 걸려서야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죠.

◆국외소재 문화재 중 절반 일본서 소장中

문화재청이 지난해 5월 공개한 '문화유산 통계 대표지표 개발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2월 기준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는 20개국에 16만8330점인데요. 개인이 소장해 파악되지 않는 문화재까지 하면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확인된 자료를 기반으로 일본이 소장 중인 우리 문화재는 7만1422점으로 전체의 42.4%에 달했고, 미국이 소장 중인 우리 문화재는 4만6404점으로 전체 27.6%를 차지하면서 일본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외소재 문화재 현화 도표. ⓒ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국외소재 문화재 대부분이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국가적 혼란기에 유출된 것으로 보고 여러 민간기구와 공조해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문화재청이 수십만에 달하는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 환수를 한정된 예산만을 가지고 해내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일본 등이 잘 협조 하지 않는 탓도 있죠.

일례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아직까지 환수되지 않고 있는 불교 미술의 걸작이자 국보급 문화재 '백제금동관음보살상' 일명 백제미소불이 고국의 땅을 끝끝내 밟지 못하고 또 다시 긴 여정을 떠날 위기에 놓였는데요. 

이는 일본인 소장자가 환수 협상이 올 연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 경매로 넘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탓입니다.

백제금동관음보살상은 일본에 남아 있는 한국 불상 중 유일하게 출토지와 제작연대, 반출경위 등이 알려진 국보급 유물인데요. 해당 불상은 1907년 충남 부여에서 한 농부가 발견한 두 점의 금동관음보살입상 중 하나입니다. 

이 불상들 모두 일본 헌병대에 압수됐다가 이중 하나는 해방 뒤 압수절차를 거쳐 국보로 지정됐고, 남은 하나는 일본인 수집가 손에 넘어가 일본인 의사 이치다 지로가 사들여 소장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는 일본 기업가가 소장 중이죠.

백제금동관음보살상을 두고 협상은 지속되고 있지만 문제는 '돈'인데요. 해당 불상의 가치는 최소 300억 최대 5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업계에 따르면, 충남도와 부여군이 자체 기금 마련에 나선 가운데 정부는 상한가인 42억 이상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국회 차원의 예산 확보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죠. 이런 문화재가 경매를 통해 또다시 개인이 소장할 경우 행방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문화재 환수 위해 계속되는 각고의 노력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 문화재를 찾기 위한 많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죠. 

'문화재 지킴이' 고(故)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전 재산과 평생을 받쳐 모은 우리 문화재 1만점 중 보물 2점이 올해 5월 경매에 나왔습니다. 

이 사실은 많은 이들에 안타까움을 샀는데요. 이는 전형필 선생이 우리 문화재 수호하기 위해 평생을 받쳐 쌓은 큰 뜻이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였습니다. 결국 최종 경매는 유찰됐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은 자체 예산을 통해 구입을 결정했죠.

국립중앙박물관은 구입 추진 배경에 대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남긴 우리 문화재 수호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국민 모두의 문화재로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척암선생문집 책판. = 오유진 기자


문화재 환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기업도 한 곳 있습니다. 바로 '라이엇 게임즈'인데요. 이 기업의 특이점은 게임회사, 그것도 중국 대표 게임 개발회사인 텐센트의 자회사라는 점입니다.  

e스포츠 중심에 있는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 및 유통사로 잘 알려진 라이엇 게임즈는 국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찾기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히죠.

실제 라이엇 게임즈는 2013년 문화재청과 손잡고 국외소재 문화재 환수부터 전시지원, 문화재 보존·활용 활동 참여 등 문화재 관련 지원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이엇 게임즈는 문화재청과 협약을 체결한 뒤 올해까지 약 60억원 가까이 지원했는데요. 이 후원금은 문화재 다섯 점 환수를 비롯해 보존과 정비, 3차원 디지털 원형기록 등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후일담에 따르면, 문화재청과 라이엇 게임즈는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해 극비리에 경매를 참여한다고 하는데요. 이는 문화재청의 경매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 경매가가 치솟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외국계 게임회사가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문화재청에 환수 지원 관련 문의를 해 온 우리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문화재에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우리 기업들이 꼭 문화재 환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영리 목적이 뚜렷한 사기업이 문화재 환수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무가 없기 때문이죠. 

위에서 언급했듯 국내 기업들과 이 기업을 이끄는 소위 '돈' 많은 회장님들이 우리 문화재 환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간송 전형필 선생처럼 '우리 문화재에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은 존재하죠.

국내 기업 오너들 중 '통큰' 수집가로 꼽히는 이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신철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회장 등이 언급됩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나폴레옹 이각 모자. ⓒ 연합뉴스


김홍국 회장의 경우 26억원에 나폴레옹 이각 모자를 낙찰 받은 것이 두고두고 회자가 되고 있으며, 신철호 회장 역시 골동품 가구 등 주요 수집품이 수백여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성수 회장은 경매 시장에서 '큰손'으로 불립니다. 박 회장은 영화 관련 소장품을 비롯해 스포츠 스타와 정치인 관련 소장품을 다수 소장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동안 모은 수집품만 수만 점에 달하고 박물관 수십 개를 만들고도 남을 정도라고 알려져 있죠.

이들의 공통점은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 구매를 위해서 경매에 참여한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적 없다는 점입니다.

10년 후에는 범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국외소재 우리 문화재 환수작업에 탄력이 붙어 일본과 미국 등 20개 국가 곳곳에 있는 문화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지키고, 후세에게 우리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를 근거리에서 볼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날이 많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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