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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갈길 먼 클라우드 콜센터…내년 시범운영 가능하나

콜센터 통합 가능한지 '타당성' 검토가 먼저

김이래 기자 | kir2@newsprime.co.kr | 2020.09.18 09:41:07

[프라임경제] 지능형 인공지능 클라우드 콜센터. 달콤한 포장지를 벗기기 전까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핵심기술이 적용돼 거창해 보이지만 그 속내를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속빈 강정'이 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국 156개 민원콜센터를 클라우드 기반의 지능형 콜센터로 통합하는 사업을 한창 진행중에 있다.

특히 전국 공공기관의 콜센터들이 대다수 야간과 주말에 상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제각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어 이 시스템들을 '클라우드 기반의 표준 콜센터'로 통합·구축하는 작업이다. 

시스템이 통합되면 장소나 기관이 다르더라도 상담내용과 담당자 정보 등이 공유되고,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이 상담을 도와주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 단순·반복되는 상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상담지식정보 DB를 공유하고, 시스템을 공동으로 사용해 시스템 초기 구축과 유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한가득이다.

지난 2일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사업 중간보고단계에서 '국민콜 110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콜센터 통합계획 수립'과 관련해 업무재설계와 정보전략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시스템 통합을 비롯해 상담지식데이터 구축방법론, 재택근무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A기관 고객센터 관계자는 "콜센터 별로 상담수준과 범위가 다르고 장비와 기술력이 상이한데 여러 가지 상황과 서비스 수준에 따라 구체적으로 어떻게 권익위와 연결할 것인지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센터가 통합되면 만능의 상담사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상담DB'구축이 필수다. 모든 상담을 다 처리할 수 있을 만큼 방대한 통합상담지식이 필요한데, 각 해당기관에서 어떻게 상담유형별로 데이터를 모을 지가 관건이다.

민원인 입장에서도 한 번에 연결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컨택포인트가 추가되면서 이에 따른 불편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 사업의 본취지인 '원콜 상담'과 정반대의 길을 향한다.

AI가 만능이 아닐진데, 정부는 효율화를 앞세워 중복되는 시스템 비용을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콜센터 업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사업은 시작부터 갈 길을 잃은 모양새다.

이대로라면 내년 시범운행하는 과천소재의 11개 콜센터 또한 재대로 진행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콜센터 업계 관계자는 "콜센터 통합을 위해서는 각 기관별로 시스템 구성과 AI구현이 가능한 요소들을 분석해 통합이 가능한지 여부인 '타당성'을 먼저 검토하고 단계별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계획단계라고 하지만 뼈대가 튼튼하지 않은 건축은 오래가지 못한다.

인공지능 기술이 시대를 바꾸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정부가 콜센터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암행어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좋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건 수많은 데이터가 아니라 작은 목소리에도 귀귀울이는 세심한 경청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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