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국민께 죄송" 택배연대노조, 국민 볼모 인정한 '분류작업 거부'

21일부터 분류작업 거부…수익 연계 물량축소 아닌 인원충원 고집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9.18 12:32:11
[프라임경제] 택배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물량이 늘어난 데다, 택배물량이 폭증하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일부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에 들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과중한 업무부담을 호소하며 오는 21일부터 물품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분류작업 거부에 참여하는 택배기사는 전체 택배기사 5만여명 중 10% 수준인 4000여명이다. 이들은 분류작업이 멈추면 배송이 멈추는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임에도 파업이 아닌 '거부'라고 주장했다. 파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부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분류작업 거부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추석연휴 기간 택배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배송지연으로 고객 불편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동료 택배기사들의 업무과중까지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들의 피해까지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택배노동자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택배노동자 분류작업 전면거부 돌입,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앞서 2018년에도 택배연대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고객 불편과 택배회사에 큰 피해를 겪은바 있다. 당시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 택배기사들이 고객을 잃어 월 100만원의 수입이 줄어든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택배연대노조의 요구는 택배 분류작업 인원 투입이다. 택배기사의 주업무는 배송인데, 회사가 해야 할 택배 분류작업을 자신들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택배업계는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의 고유 업무라는 입장인 데 비해 택배기사들은 택배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분류작업은 사실상 공짜 노동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대책위는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까지 배송을 해야만 하는 장시간 노동의 핵심 이유다"라며 "하루 13~16시간 노동의 절반을 분류작업에 매달리면서도 단 한 푼의 임금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안타깝다"며 "배송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더는 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택배노동자는 없어야 한다는 택배노동자의 심정을 헤아려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물품을 분류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이에 정부와 택배업계가 지원 대책을 내놨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택배업계 간담회를 열고, 택배종사자 안전과 보호 조치 현황, 추석 배송 준비 상황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를 통해 이들은 추석 성수기 동안 Hub터미널 및 Sub터미널에 분류인력, 차량 배송 지원 인력 등 일 평균 1만여 명을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또 9월21일부터 10월5일까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택배사 △통합물류협회 간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차량 및 인력 추가 투입 등 현황을 매일 점검하고, 각종 상황 발생 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로젠택배 △경동택배 △쿠팡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런 가운데 노·노 갈등 양상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택배기사들의 분류작업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업무부담이 커질 수 있는 집배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에 참여하기로 한 택배기사 4000여명 중 사기업 소속 택배기사는 3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우정사업본부(우체국)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의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진정성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분류는 택배서비스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택배기사들이 해오고 있었던 데다, 배송과 함께 택배비에 포함돼 지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택배물량이 늘어나 택배기사의 수입도 같이 늘어났는데, 수입은 그대로 택배기사가 가지고 가는 반면 분류만 따로 떼어내 회사에서 하라는 요구가 합리적으로 비춰지지 않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전체 택배기사의 10%도 안 되는 참여율 역시 대책위의 요구사항이 전체를 대변하기 힘들다는 방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업계는 매년 추석에 상하차인력 충원과 임시차량 증차 등을 해오고 있다"며 "갑자기 분류인력 충원을 빌미로 파업을 하겠다는 것을 현장에서는 이해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택배기사들의 업무과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배달물량을 감소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책으로 판단하고 이를 권고했는데, 택배연대노조는 물량축소를 비판했다"며 "배달한 만큼 수수료를 받는데, 물량을 줄이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책위의 이번 택배 분류작업 전면 거부를 두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노조법 제45조는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연대노조는 교섭대상자인 대리점과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분류 인력 충원 요구 역시 언론을 통해 요구 하는 등 택배사들은 관련 공문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