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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금융위기 "주식보다 예금" 코로나땐 "예금보다 주식"

경기 불확실성에 안전 자산 선호했지만, 10년 후 같은 이유로 공격적 투자

설소영 기자 | ssy@newsprime.co.kr | 2020.09.21 05:38:10
[프라임경제] 요즘 대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직장인까지 모이기만 하면 주식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영혼까지 긁어모아 투자한다는 '영끌', 빚까지 내서라도 투자한다는 '빚투' 등의 신조어가 이를 잘 대변합니다. 이런 모습은 2030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건강은 물론,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제로를 향해 달리고 있는 기준금리 여파로 대출금리까지 하향세를 보이자 적지 않은 이들이 꽤나 많은 대출을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 시중은행 가계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은행가계대출 잔액은 948조2000억원으로 전월(936조5000억원)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했습니다.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증가폭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3월(9조6000억원)의 증가폭을 뛰어 넘은 수준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경기는 매우 안 좋았습니다. 현재 수준까진 아니었지만, 꽤나 '위기 상태'라는 인식이 팽배했기에 당시 국민들은 보유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길 선호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상당수 자금이 주식보다 예금 쪽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10년 전 당시 국민들은 불안한 주식 시장 탓에 안전자산인 예금을 선호했다. ⓒ 연합뉴스

실제 한국은행이 2010년 9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총예금 잔액은 전월대비 5조1109억원 늘어난 10조14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정기예금·수시 입출금식 예금·고금리 월급통장 등 저축성예금 잔액도 10조9516억원에 달했습니다. 

주요 은행권 예금 평균 금리는 △3개월 2.55~2.80% △6개월 2.80~3.10% △1년 3.35~3.90%에 불과했습니다. 지금보단 높긴 하지만, 사실상 예금을 통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더욱이 불안한 주식과 낮은 금리 때문에 '부동산 투자'로 시선을 돌릴 법도 했지만, 부동산 시장 역시 불황을 면치 못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금이 향한 곳은 그야말로 '저금통' 수준이던 예금 뿐이었습니다.

희박한 가능성이었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예금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였죠.

당시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한 데다 부동산 침체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라며 "펀드 환매 자금이 은행에서 계속 머무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이후 10년이 흐른 지금, 이번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요. 모두가 '포스트코로나'를 외치면서 대비하는 모습이지만, 사실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안정적인 자금 관리 차원에서 '예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7월 중 통화 및 유동성'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 대비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13조7000억원 △요구불예금 3조2000억원이 늘어난 반면,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의 경우 8조5000억원 감소했죠. 즉 이자가 낮은 예·적금에서 수시입출식 계좌로 자금이 빠져나간 셈입니다.

제로에 수렴하는 초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금리도 사상 최저로 내려가면서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대출과 '빚투'가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시점에 투자하려다보니 자연스레 저축성 예금이나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것입니다.

뜬 눈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돈을 구경만해야 하는 은행과 달리 주식시장은 연일 만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하면서 2030 젊은 세대들은 예금이 아닌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 연합뉴스

올 초 코로나19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자 개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3월 중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자 개인들의 접근이 많아졌고, 이후 주가가 회복하면서 수익을 본 사람도 늘었습니다.

게다가 정기예금 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세를 보이자 은행에서 싼 금리로 돈을 빌려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수요가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2~4%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연 1.85~3.75% 수준인 신용대출 금리는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예전보다 주담대를 받기 어려워지자 일부 수요가 신용대출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시장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고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시중 유동성이 단기화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수익추구는 당연합니다. 돈을 더 준다는 곳으로 사람이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윤택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불안심리에 편승해 욕심을 부렸다가는 자칫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는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한은이 지적한 대로 주식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단기적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과 같은 투자 열기는 금방 식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그게 언제가 될 것인가 입니다. 어쩌면 그 이후에는 다시 10년 전처럼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된 예·적금으로 돈이 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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