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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오늘] 자취 감춘 국내 대표 수제버거 '크라제버거'

LF푸드 통해 웨스턴 다이닝 전용 HMR로 재탄생

김다이 기자 | kde@newsprime.co.kr | 2020.09.22 08:35:26

[프라임경제] 2000년대 초중반, 국내 대표 수제버거 '크라제버거'는 햄버거가 '정크 푸드'라는 인식을 깨고 '웰빙 푸드'로 바꿔놓은 대표적인 브랜드입니다.

1998년 11월 3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된 토종 국내 브랜드 '크라제버거(Kraze Bugers)'는 Korea(대한민국), Craze(열광, 열중)의 합성어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워 당시 생소했던 수제 햄버거 시장을 선도했습니다.

2016년 크라제버거 공식 SNS에 올라온 크라제버거 매장 이미지. ⓒ 크라제버거 공식 인스타그램

햄버거의 고급화 전략은 당시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았는데요. 크라제버거는 설립 2년 만에 '크라제코리아'를 세우면서 해마다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습니다. 해외 진출을 위해 사명을 '크라제코리아'에서 '크라제인터내셔날'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싱가포르, 상하이 등 해외 매장을 오픈했고, 2010년에는 전국 70개 매장을 운영하며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2011년에는 매출 366억원을 기록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죠.

10년 전 9월21일에는 크라제버거 전 대표이사와 크라제버거를 운영하는 크라제인터내셔날과 전 대표이사 사이 상표권 분쟁에 대한 소송 결과가 나온 날인데요.

당시 서울고법 민사5부는 크라제 전 대표이사 김 모 씨가 크라제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분쟁에서 크라제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000년 9월 크라제 대표이사로 취임했던 김 전 대표는 자신의 명의로 등록돼 있던 '크라제버거' '디너크라제' 등 9개 상표 및 서비스표권을 회사 직원이 무단으로 이전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은 상표권 이전 무렵 김 전 대표가 1억원을 송금받은 사실 등을 확인했고, 크라제 임직원이 자신이 부재중일 때 허락 없이 자신의 인감도장과 신분증을 이용해 상표권을 이전했다는 주장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수제 버거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도입했던 크라제버거. ⓒ 크라제버거 공식 인스타그램

크라제버거는 패밀리레스토랑과 같은 외식업체가 인기를 끌던 시절 '프리미엄' 이미지를 입고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당시 햄버거 단품 가격이 7000~1만원 수준이었고, 음료수는 1캔에 2500원에 판매됐습니다. 당시 물가를 고려했을 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죠.

크라제버거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압구정 매장을 시작으로 강남 일대 임대료가 높은 상권 중심으로 소수 매장을 운영했습니다. 당시 저렴한 햄버거 맛에 익숙하던 소비자들에게 육즙이 가득하고 풍미 있는 고급 햄버거로 차별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이러한 전략이 고객들에게 통하면서 크라제버거는 2009년 283억원, 2010년 325억원, 2011년 36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당시 국내 1세대 수제버거를 이끈 브랜드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승승장구 하는 듯 했던 크라제버거는 이후 IPO 목적의 문어발식 확장과 해외 매장 영업 악화로 인한 100억원의 손실 발생 등을 이유로 유동성이 악화되며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국 2012년에는 신세계푸드에 햄버거 패티 가격 30억원을 지급하지 못해 1000억원이 넘는 대치동 빌딩 본사가 경매에 들어가기도 했는데요.

크라제 본사는 텍사스치킨, 한고가, 치맥, 압구정볶는커피 등 여러 브랜드들을 론칭하게 되지만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차별점이 없어 이 역시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나중에는 홈쇼핑과 소셜커머스에 진출해 '크라제'라는 이름을 내걸고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내놓게 되는데요. 크라제 햄버그스테이크, 핫도그 등은 '크라제'가 구축해 놓은 브랜드 이미지 덕에 판매가 잘 되는 듯 했습니다.

LF푸드에서 판매하고 있는 크라제버거 HMR 제품들. ⓒ LF푸드


크라제는 2013년 영업손실 33억원, 부채 143억원 자본잠식 상태에서 매각을 추진했지만 잘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12월에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되는데요.

2014년에는 나우IB캐피탈이 나우IB12호 펀드를 통해 149억원을 투자해 지분 100%를 인수했고, 그해 9월 회생절차가 종결됐습니다. 당시 펀드의 상당 지분을 투자한 삼양식품에서는 크라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크라제그린' '크라제맥스' 등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는데요. 이 또한 예전 명성의 '크라제'를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상 영업을 시작한 뒤 얼마 되지 않아 미국 투자자가 3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금 유동성 악화로 2016년 5월 다시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됩니다. 7월에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법인 매각을 다시 추진했지만 무산됐습니다.

매각이 무산되자 법원은 그해 9월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론칭 18년 만에 법인은 사라지게 됐지만, 상표권은 LF푸드에서 인수하게 되면서 브랜드 존폐 위기에서는 벗어나게 됐습니다.

2017년에는 LF의 자회사 LF푸드가 외식 사업 확대 전략으로 크라제버거 상표권을 비롯한 일부 자산을 10억원에 인수했는데요. 크라제버거 법인인 크라제인터내셔날은 상표권 매각과 함께 청산하게 됩니다.

이후 LF푸드는 폭립, 함박스테이크 등 크라제 상표권을 활용한 HMR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LF푸드는 앞으로도 매장 출점에 대한 의사는 없으며, HMR 브랜드로 성장시켜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LF푸드 관계자는 "현재 크라제버거는 10여개의 HMR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언택트 소비 트렌드에 따라 HMR 시장 수요가 높은 점을 반영해 웨스턴 다이닝 전용 HMR 브랜드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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