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급성장세' 리모델링, 안전 도외시 풍토 재고돼야

정부 '집값 안정' 명분 아래 리모델링 부추겨… "집값 잡으려다 사람 잡는다"

김화평 기자 | khp@newsprime.co.kr | 2020.09.22 17:14:03
[프라임경제] 국내 리모델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5년 37조원에서 2030년 44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비주거용이 95%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재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주거용 건축물, 그 중에서도 공동주택 분야다. 

최근 재건축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해지고 정부가 내력벽 철거 허용까지 검토하자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건축은 안전진단 최소 D등급 이하에 최소 준공 연한이 30년이다. 반면 리모델링의 경우 수직증축 B등급 이상·수평증축 C등급 이상이고 준공 연한도 15년으로 재건축보다 짧다. 이에 정비사업 대상 단지들은 용적률·기부채납 등 수익성을 이유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건축물 719만동(국토부 2019년 2월 발표자료) 중 266만동(약 37%)이 준공된 지 30년 이상 지난 노후 건축물이다.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필요한 건물은 갈수록 늘어난다는 소리다.

올해 6월 기준 서울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단지는 56곳으로 약 2만5600세대 규모다. 현재 △이촌 현대 △목동 우성2차 △마포 밤섬현대 △신도림 우성1·2·3·5차 △사당 우성2·3차·극동·신동아4차 아파트 등 곳곳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겠다는 사업장이나 이를 독려하겠다는 정부 모두 가장 중요한 부분인 '안전 확보'에 뒷전이라는 사실이다.

단독주택 리모델링이 주거생활 질적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데 반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추진 배경에는 집값 상승 기대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 단지들은 대체로 1980~1990년대에 준공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시기 건축물 중에서는 설계와 실제 시공이 다른 경우도 있어 단순히 설계상 분석만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리모델링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내력벽 철거 허용은 안전문제에 더 치명적이다. 자칫 건물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력벽 철거를 밀어붙이는 쪽의 속내는 세대수 증가를 통한 수익성 향상에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정부가 이러한 속내를 알면서도 외부 용역을 동원해 허용 여부를 고심하니 문제다.

'리모델링을 위한 가구 간 내력벽 철거 안전성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연일 눈치 보기 중이다. 업계에서는 늦어도 8월에는 결과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발표일이 수시로 뒤로 밀린다. 정말 안전하다면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리모델링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잡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허술하게 지은 건물의 내력벽을 철거하면 입주민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가 내세운 건축물 리모델링 정책 목표는 △자원의 최적 활용과 낭비 억제 △에너지 효율성 제고 △무분별한 재건축 방지 △주거환경 개선 △주택 장수명화다. 

하지만 대부분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장이 수익 추구 때문에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대안으로 제시된 리모델링이지만 집값 이전에 사람을 먼저 잡을 판이다. 정부는 리모델링이 '안전하게' 주거 안정에 이바지 하는지 다시금 살펴야 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