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적정가격 '평가 vs 산정' 논란…전문성 위협 '지적'

2020-09-24 17:08:10

- 공공기관서 시작된 '산정' 편법…유사감정행위 논란 키워

▲한국감정원은 2016년 이후 감정평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지만 '조사산정'이라는 방식으로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을 매기고 있다. 최근에는 민간기업까지 '유사감정행위'가 '산정'이라는 명목으로 면피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일고 있다. = 장귀용 기자



[프라임경제] 법률적 기반을 통해 부동산에 대한 적정가격산출을 하는 '감정평가제도'가 유사감정행위의 확산으로 존재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유사감정행위나 유사감정행위 의심자가 늘어난 것에 공공기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감정평가제도는 담보평가를 위한 공인감정사제도와 보상평가를 위한 토지평가사가 1989년 공시지가제도 도입과 함께 통합되면서 만들어졌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4월 담보평가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1989년 공인감정사와 토지평가사가 통합돼 감정평가사제도가 정비되자 감정원의 담보평가 독점이 깨졌다. 이어 한국감정원법이 개정된 2016년 9월1일부터는 일체 감정평가업무를 수행하지 않게 됐다.

문제는 법 개정 이후 감정행위를 할 수 없게 된 한국감정원이 주택부분에 대한 공시가격발표를 여전히 위탁수행하면서 발생했다. 한국감정원은 공식적으로 감정평가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종의 '우회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진 개념이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가격산정'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 특성상 '실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거래가격을 기반으로 산정한 부동산가격과 시세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감정원 내부 인력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 조사와 부동산가격산정을 위해 500여명의 인력을 가동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인력으로는 단독·다가구 주택 표준지 22만호와 공동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의 가격산정에 무리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감정평가사들은 한국감정원이 유사감정행위 지적을 피하기 위해 만든 '산정'이라는 개념이 민간으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핀테크·프롭테크 스타트업 '빅밸류'의 경우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빌라시세닷컴'과 B2B법인 전용 시세 조회 플랫폼 '로빅'을 서비스하고 있다. 빅밸류는 이를 기반으로 규제샌드박스(규제 유예)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에도 지정돼 금융회사에 시세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전문 감정평가사들은 이러한 빅밸류의 서비스 대상인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실사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립·다세대 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다르게 설계가 시공의 단일성이 확보돼있지 않은데다 베란다 확장과 같은 불법 개·증축 여부나 노후정도를 현장방문 없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노후정도에 대한 확인이나 불법 개·증축여부가 실사(實査)되지 않았다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참고용 자료로만 활용돼야 한다는 것. 감정평가 전문가들은 빅데이터 활용 등 신기술사용이 감정평가제도 내에서 전문가들의 진단과 판단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직 감정평가사 L씨는 "전문 감정평가사가 되어서 모든 감정평가행위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7년의 경력이 필요하다"며 "신기술이 나왔다고 전문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이를 활용한다면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자동의료기기로 시술을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산정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전문 감정평가제도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빅밸류 측은 공공데이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변수 요인에서 크게 벗어난 경우 데이터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데이터 정제만으로 100% 확인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참고자료제공 성격으로 서비스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세스가 다르기 때문에 감정평가 업역을 침범하는 게 아니라는 항변이다.

빅밸류 관계자는 "빅밸류 인공지능시세는 금융기관에 제공돼, 관련 금융상품개발 등에서 참고자료로 사용되는 것으로 전문 감정평가와 다른 서비스다. 오히려 KB부동산시세와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한다"며 "연립다세대주택의 경우 그간 시세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간편하게 참고할 가격정보가 없었다. 간단한 파악을 위해 적어도 수 십만원이 드는 감정평가를 매번 받을 수는 없지 않나. 빅밸류는 이런 아쉬움을 매워주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정책전문가들은 한국감정원과 빅밸류의 산정이 전혀 다른 프로세스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논란선상에 선 것이 '전문영역'에 대한 정부기관의 정확한 담보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정책전문가 A씨는 "부동산공시지가 현실화율이라는 것도 사실 전문 감정평가사에게 맡기면 당장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일반적 시각"이라며 "결국 20%정도 '허용치'를 두고 산출하는 감정원 '산정'기법에 대한 반발이 민간차원으로 옮겨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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