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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기 난항 쌍용차, 후보 HAAH 등장에도 딜레마

재무여건·자금조달 능력 우려↑…중국 체리자동차 직간접 참여 불가피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0.09.24 12:00:24
[프라임경제] 생존기로에 놓인 쌍용자동차(003620)가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과정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유통 스타트업인 HAAH 오토모티브 홀딩스(이하 HAAH)가 투자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유력 인수후보로 등장해 쌍용차가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게 됐지만, HAAH의 재무여건과 자금조달 능력에 대한 우려가 상당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쌍용차와 대주주 마힌드라그룹이 HAAH가 쌍용차 매각 주관사(삼성증권·로스차일드)에 전달한 투자제안서를 검토 중에 있다. 

아울러 투자제안서에는 충분한 경영권 지분을 포함한 3000억원 규모의 투자 의향과 함께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추가투자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바인딩 오퍼(구속력 있는 제안)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HAAH가 실제로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쌍용차에 단행할 경우 74.65%를 보유하고 있던 마힌드라는 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오게 된다. 쌍용차 시가총액은 6000여억원 대다.

ⓒ 쌍용자동차


다만, 마힌드라가 대주주 지위를 포기할 경우 또 다른 난항도 예상된다. 앞서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지분 51% 초과 상태 유지'라는 조건으로 외국계 은행에 돈을 빌린 부분이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해당 조건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쌍용차는 외국계 차입금을 당장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1년 내 만기도래)은 총 3899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1688억원은 외국계 은행에서 빌린 돈으로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299억원이다. 특히 8월이 만기였던 JP모건에게 빌린 돈은 쌍용차가 일부를 상환하면서 만기를 연장한 상황.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차입금 문제를 일단 새로운 투자자 확보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다"라며 "새로운 투자자 확보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경우 자산매각을 포함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과 자동차업계가 새로운 인수후보 HAAH의 투자여력이나 사업계획 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정확한 재무구조가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HAAH의 지난해 매출액이 고작 2000만달러(약 240억원)에 불과해서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매출 3조6000억원를 기록한 쌍용차를 연매출 240억원의 HAAH가 실제로 투자자금을 지불할 수는 있는지, 인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주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HAAH가 인수 자금으로 제시한 3000억원의 구체적인 조달 방안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혀진 것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HAAH 등장에 '쌍용차 먹튀 악몽'을 전망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HAAH의 지분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 중국 체리자동차가 쌍용차를 우회적으로 지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면서다. 앞서 지난 2004년 상하이차에 인수됐던 쌍용차는 이후 기술 유출과 함께 대규모의 정리해고 사태를 맞은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HAAH가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에 차입금 만기연장과 추가투자를 요구했다고 하는데, 자금을 추가로 지원한다고 해서 쌍용차의 회생 가능성이 큰 것도 아니고 지원을 하기 위한 명분 자체도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거래가 무산되면 산업은행의 책임론도 커질 수 있고, HAAH의 투자금 조달 과정에서 체리자동차에서 직간접적인 참여가 있을 가능성도 높고, 쌍용차도 일단 차입금을 해결해야 하는 등 전반적으로 쌍용차의 새주인 찾기는 계속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쌍용차 관계자는 "HAAH의 인수 추진과 관련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바 없다"며 "정확한 내용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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